[전시] 예술적 발자국 - 2023 서울지회 정기전

[병아리 인싸이트]

by 어금니
2023 서울지회 정기전 - ? and !
[예술적 발자국] 전을 보고 예술과 연기에 대해.
인사말 중 새기고 싶은 말

‘하루의 품격을 높이는 것, 그것이 지고한 예술이다.’ - 소로

하루하루를 예술적 고민으로 채우는 고단하지만 아름다운, 의미와 가치가 있는 예술적 삶을 존경합니다.

우리가 고민하고 풀어낸 모든 작품들이 관객에게 위로와 감동을, 이 시대에 깊은 울림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예술적 발자국]의 물음

1. ‘예술은 초월의 수단이다!’

2. 당신의 작업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는가?

3. 당신의 작업은 당신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4. 당신은 타인에게 어떤 작품을 공개하는가?


1. ‘예술은 초월의 수단이다!’

'초월'이라는 건 무엇일까.

어떠한 한계나 표준을 뛰어넘음.

경험이나 인식의 범위를 벗어나 그 바깥 또는 그 위에 위치하는 일.


결국 무언가를 뛰어넘고 벗어나는 것. 초월의 세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계 너머에는, 표준 너머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범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화합과 결합, 인정, 공존이 있을까. 무언가를 초월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또한 초월의 길이 아닐까.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듯이,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는 그 너머로 가는 것. 예술은 그 세계로 가는 수단이다. 이것이 계속해서 우리 곁에 머무르고 문을 두드리는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절대로 없어질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제아무리 삶이 퍽 고단하고 눈앞의 현실이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예술이 없어질 수는 없을 것이며 인간이 개인의 진리를 찾고, 존재의 이유를 고뇌하고, 함께 보다 아름다운 세상과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예술이 늘 함께 할 것이다.


2. 당신의 작업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는가?

예술은 예술가가 누구인지 알려주곤 한다. 미술 작품에서는 화가를, 음악 작품에서는 작곡/작사가를. 그렇다면 퍼포머는 어떨까?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는 작곡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악보를 선율로 선보인다. 그 속에 피아니스트가 누구인지 드러날까? 드러난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작곡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개개인이 해석하여 개인의 스타일로 표현하되 악보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기는 어떨까. 다른 예술과 같을까? 배우는 연기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나? 아니면 역할로써 인물을, 작품을 온전히 전달해야 하는 게 맞을까? 배우가 개입되는 것이 옳을까? 배우에서 시작되어 역할이 창조되는 것이 맞겠지만, 그 속에서 배우가 보이는 것이 맞을까? 배우가 나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방향성이라면 맞지 않을까. 작가나 연출이 창조한 역할은 배우를 통해 한 번 더 태어난다. 같은 역할이라도 어떤 배우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에. 배우는 고유한 사람이고,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가진다. 그것을 역할에 부러 넣지 않겠지만,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은 ‘나’에서 출발하는 연기의 특성상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연기라는 예술도 마찬가지로 배우가 누구인지 알려준다고 볼 수 있다. 즉, 모든 배우들은 자신의 연기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있다.


3. 당신의 작업은 당신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나의 작품과 연기가 내가 누구인지 알려준다면, 나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나의 습관, 내가 자주 쓰는 움직임, 나의 신체, 나의 얼굴, 나의 표정, 나의 분위기, 나의 템포, 나의 호흡, 나의 밀도, 연기에 묻어 나오는 것들. 그럼 보이지 않는 것, 나의 인품, 사상, 가치관도 말해줄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 드러나게 될까. 재능과 인품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있던데, 두 가지는 다른 분야로 봐야 하는 걸까. 아니면 결국 언젠가는 다 드러나기 마련일까. 이 부분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연기가 곧 삶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면, 결국 모든 건 다 이어져있다고 본다. 보편적으로 어떤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성실함이 재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선함이 퍼져나가 다시 돌아온다는 걸, 사랑이 사랑을 만든다는 걸 믿는다. 믿고 걷는다.


4. 당신은 타인에게 어떤 작품을 공개하는가?

나는 어떤 연기를 타인에게 보여주고자 할까. 어떤 작품을?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을 나눌 순 없지만, 나에게 좋은 작품을 나눠본다면 -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고, 스토리가 탄탄하고, 울림이 있고, 작은 변화와 영향을 주고, 재밌고, 개성 있는 것. 그것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배우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나의 연기에 저 요소들을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내가 공개할 수 없는 작품과 공개할 수 없는 연기는 무엇일까. 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나의 무지함, 일차원적인 분석, 편협한 사고, 진짜가 아닌 것, 불안함. 이것은 내가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개되지 않는 부분인가? 연기에 있어서 내가 공개할 것과 아닌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비공개가 아니라 해결만이 유일한 ‘해결’인 것을.


작품을 보다가 삐죽 나온 단상

버려진 것의 쓸모

역설적인 제목이다. 이 제목을 가진 작품은 버려진 종이박스에 그림이 그려져 미술작품으로 탄생했다. 버려졌다는 건 제 쓸모를 다 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버려진 것의 쓸모를 찾아낸다는 건, 어찌 보면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의 개념까지 나아갈 수도. 생활 속에서 버려지거나 쓸모 없어진 것을 수선해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을 넘어, 단순 재활용에서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다.

우리도 때때로 버려지고, 가치를 잃을 때가 있다. 그때 새로운 쓸모를 찾을 수 있다. 처음 만들어진 목적만이 전부는 아니기에. 우리의 가치는 추구하는 바가 바뀔 수 있어도 영영 사라지지는 않는다.

모두가 늘, 가치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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