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인사이트]
정보
[개봉] 2023
[감독] 올리버 허머너스
[각본] 가즈오 이시구로
[제작] 스티븐 울리, 엘리자베스 칼슨
[원작] 구로사와 아키라 - 영화 <이키루>
[출연]
빌 나이 - 로드니 윌리엄스
에이미 루 우드 - 마거릿 해리스
알렉스 샤프 - 피터 웨이클링
톰 버크 - 서덜랜드
에이드리언 롤린스 - 미들턴
휴버트 버턴 - 러스브리저
올리버 크리스 - 하트
[소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차를 타고 집과 직장을 오가며 기계처럼 반복적인 일상을 살던 런던시청 공무원 윌리엄스 씨는 자신에게 살날이 불과 몇 달밖에 안 남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난생처음으로 인생을 즐겨 보기로 결심한 그는 바닷가 휴양지에서 술과 노래에 취해 보기도 하고 직장 동료였던 마거릿과 값비싼 레스토랑에 가보기도 하며 남은 시간을 만끽하고자 한다. 그러던 그는 문득 사무실 책상에 먼지 쌓인 채 놓여 있던 서류 하나를 생각해 내고, 남아있는 나날을 보낼 생애 가장 찬란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아름다움에 대하여
영상미가 너무 좋았다. 구도, 색감, 비율 모두 아름다웠다. 원작이 너무 아름다워서 걱정이었다는 감독의 말이 무색하게, 오래된 엽서 속 사진처럼 남게 되는 영화다.
50년대 영국을 보여주는 것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우리는 왜 시대극을 아름답다고 느낄까?
나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시대극은 아름답다.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과거가 될수록, 옛 감성이 묻어날수록 아름다워지는 듯하다. 사람의 기억 체계와 아름답다 느끼는 기준도 유사하게 적용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웠다’라고 느끼는 것처럼,, 왜 지나고 나서야 그 찬란함을 알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지금도 찬란한 순간일까? 언젠간 지금의 이 시대도 아름다웠다고, 치열했고 아프고 차가웠지만, 일렁이고 자유롭고 또 찬란했다고 말하는 날이 오게 될까?
사람에 대하여
[빌 나이]
부끄럽지만, 이 배우의 이름을 명확히 알게 된 건 사실 오늘이다. 어바웃 타임의 아버지 역할임은 알았지만, 이렇게 각인된 것은 처음이다. 연기가 아주 섬세하고, 다정하고, 아리다.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라, 윌리엄스라서가 아니라 그냥 이 배우 자체의 삶이 충만하고 여유롭고 다정하고 친절하고 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 이 배우의 삶이 녹아든 걸까, 아니면 뛰어난 연기인 걸까. 무엇이든 대단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아름답다. 배우와 제작진 인터뷰를 봐도 이 배우의 성품과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가득하다. 나도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 사람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인정받는, 그냥 그 존재 자체가 받아들여지게 되는 사람.
[톰 버크]
윌리엄스가 무작정 떠난 곳에서 만난 보헤미안 소울의 극작가. 윌리엄스가 시한부라는 것을 알고 인생 즐기기를 도와주기 위해 이런저런 유흥을 알려주고 동행한다. 윌리엄스가 각혈한 것을 알게 된 후 어렴풋이 느꼈던 한 사람의 죽음의 무게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때의 울렁임과 두려움, 공포감, 안타까움,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두 사람에게 포커스 된 화면과 시린 음악도 한몫했지만, 그 장면에서 톰 버크의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 지금 바로 옆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 존재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걸 체감해 버린 그 순간.. 이 배우는 어떤 생각으로 윌리엄스를 바라본 걸까..
삶에 대하여
여운이 짙게 남는 영화다. 엔딩크레딧까지 다 느끼고 싶었던 영화.
죽음을 실감해 버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매 순 간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삶은 어떨까. 사실 우리 모두 다 죽는다는 것은 가릴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면서도 늘 영원할 것처럼 미래를 두려워하고 과거를 후회한다. 현재에 충실하며 매 순간 존재하기.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인간의 미션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적당히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매일 바쁘다 치열하다 말하지만 하기 싫은 것은 미루고,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겠다 다짐하지만 정작 내 기분과 상태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진 않았나. 적당히 치열하게, 적당히 사랑하며, 적당히 아프고, 적당히 행복하게.
나에게 있어서 의미 있는 일, 특별한 시간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늘 찾고 있지만 여전히 나를 헤매게 하는, 어쩌면 평생 찾아 헤맬 그 질문을 다시 하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