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꿈은 백만 스물 한 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꿈 찾기

by Mollie 몰리

'장래희망', '꿈'이란 결국 아이의 미래 직업과 연관된다. 성장과장에서 아이가 원하는 꿈은 수시로 바뀌기도 하고, 때로는 아직 모른다는 답을 들을 수도 있다. 어른인 나도 가끔 나의 앞으로의 향후 꿈을 묻는다면, "글쎄…" 라며 말을 흐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가 아직 꿈이 없을 수도 있는 건 당연한 것 같다.


요새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없던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새로운 유망 직종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학교의 교육 과정도 우리가 배워온 방식과는 현저히 다르다. 아이들의 꿈은 아이가 정할 수 있는 그들의 선택권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성장 과정에서는, 무엇을 할지 확신도 없고, 불투명하다. 하지만, 꿈을 찾아나가는 모습은 꼭 그 꿈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그 중간 어디쯤이라도 도달할 수 있는 연습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아이를 잘 관찰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아이의 미래를 향해서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다.


"엄마, 나는 나중에 국제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

"어머, 그래?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선생님들이 쉬는 시간에 맨날 쿠키 나눠먹고, 애들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어 보여. 또, 늘 선생님들끼리 웃고 있고, 사이가 엄청 좋아 보여."


아이가 중국에 온 후로 얼마 되지 않아서 한 이야기는 나한테 큰 웃음을 안겨주었다. 국제학교에서 본 선생님들의 모습은 아이 수준에 맞게 꽤 인상적이었나 보다. 달콤한 간식에 유독 약한 아이는 마치 국제학교 선생님이 되면, 맨날 선생님들끼리 쿠키를 가지고 와서 사이좋게 맛있는 간식을 나눠먹으며,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어릴 적에는 유달리 활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성격에 아이의 꿈은 늘 고고학자, 화석 탐험가, 모험가, 과학 수사대를 벗어나지 않았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기자, 역사학자가 꿈이었다. 성장함에 따라, 또 환경이 바뀌니 그 자리에 다른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 "너는 한국인인데 국제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어?"라고 물으니, "학교 선생님들도 다 원어민은 아니니까 나도 가능할 거야." 아이는 그 꿈을 품고 있다가, 마침 자기와 비슷한 환경의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났을 때 그 선생님을 통해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선생님이, "너 이 학교로 와서 선생님 하면 돼!"이러면서 용기를 주기도 했다.


물론, 그 꿈은 1년에 한두 번씩 아이가 문득 "나 이거 해볼까?"라며 자신의 관심을 직업으로 연결시키며 특정 분야에 꽂혀 있을 때, 그때뿐이지만, 아이의 무의식 속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또 좋아하는 분야와 역량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는 꿈을 무한정으로 바꿔가며, 상상 속의 모습을 자신에 빗대어 그려보기도 하는 것 같다. 몇 년째, 실제로 본 적도 없는, 레 미제라블 뮤지컬에 몇 년째 빠져있는 아이는, 한 때는 '장발장'을 잡으러 다니는 '자베르'역에 빠져서, "엄마, 이 자베르가 하는 직업은 우리 나라말로 뭐야? 이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뮤지컬 혹은 영화와 현실이 구분이 안되나?' 하면서도 아이다운 귀여운 생각에, 그래도 아들이 뮤지컬 영상을 보면서도, 계속 이 역할은 나와 맞나? 이런 일은 어떤 직업이지? 내가 해볼 만 한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자베르로 인해서, 한 때 법 쪽에 엄청 빠져 있어서 그쪽 관련 분야를 파고 들어가다가, 요새는 또 "나 뮤지컬 배우는 안 되겠지?" 이러면서 은근히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도 하고, 뭔가 일관성이 없는 모습에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꿈 이야기를 듣는 게 참 재미있기도 하다. 앞으로도 몇 개의 꿈들이 더 아이의 입에서 나올지 기대된다.


한 번은 ebook에 자신의 글이 실리더니, 또 그때의 꿈은 작가였다가, 한 두 번 글을 써보더니,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작가'의 꿈은 또 쉬이 사그라들었다. 아직도 아들은 정해진 꿈도 없고, 대학 때 무엇을 전공할지도 모르지만, 생활하면서 만나는 사람, 접하는 인물, 자신의 경험에 따라서 여러 가지 생각으로 자신을 실험해보고 있는 중이다.




'꿈'이라고 하면 멀리 향후 몇 년을 내다보며, 아이가 꼭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직업 적인 부분보다, 현재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강점과 장점을 꺼내어서 '네가 이런 부분을 좋아하고 잘하는 것 같더라.'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학교 상담'을 통해서 듣는 이야기, 수업 활동에서 보이는 부분, 아이가 느끼는 자신의 이야기, 또 아이가 공부 이외에 집에서 활동하는 여러 취미 활동이나 좋아하는 분야를 보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말대꾸도 기가 막히게 하고, 자신만의 논리를 잘 찾는 편이어서 엄마로서는 가끔 단전에서부터 화가 끌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성향이 스피치나 디베이트 수업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해서, '초콜릿'과 '선생님의 아내가 직접 만든 요다 인형'을 선물로 준다는, 아이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되는 선생님의 상품 공세에, 그걸 받아오기도 했다. 그럴 때 아이는 자존감도 올라가고, 성취감에서 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또, 국제학교에서 기본적으로 하는 교육과, 그에 따른 사교육 중에 악기가 있다. 아이도 악기 수업을 쭉 해오다가 오래 하던 과정을 과감히 중단하고, Art 수업으로 변경했다. 주변에서는 예전에 배웠던 레슨비가 아깝지 않냐며 남편조차도 이어서 하길 원했지만, 아이가 하려는 의지가 없다 보니 성적도 나오지 않아서, 매번 아이가 불만이었고, 레슨을 하기도 힘든 환경에, 의지도 없다면 중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시켜서 하는 수업보다는 아이가 평상시에 즐겨하는 분야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물론, 악기에 들인 돈이 너무 아깝지만, 그 길을 가봤기에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고, 그때 배운 음악적 선택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언젠가 또 어떻게 쓰일 수도 있고, 지나간 일에 대해서 후회하기보다는 앞을 향해서 나가는 게, 고민의 순간에서 더 현명한 선택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본인이 꿈을 찾아가기 시작하면, 학교의 진로도 스스로 선택을 하게 되고, 부모는 그때 도와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원을 해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현재 향후 귀국 후 아들의 진학 문제와 꿈을 위해서, 진행 중인 고민들이 많지만, 여건이 닿는 한, 아들이 원하는 꿈을 위해서 부모로서의 최소한의 길은 내어주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정보가 많은 부모도 아니고, 누가 물어봐도 잘 모르는 편이다. 아이의 성향과 선택에 따라서 방향성을 정하다 보니, 주변의 정보력은 내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현실은, 아들은 '레 미제라블' 뮤지컬을 직접 보는 게 가장 큰 꿈이고, 두 번째는 손흥민 선수가 은퇴하기 전에 영국에 가서 경기를 직관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꿈이라면 꿈이지 않을까?


아이가 몇 년 전에 나한테 "엄마는 내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좋은 것 같아?"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재미있고 즐길 수 있고,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게 엄마는 가장 좋아."라고 말이다. 부모로 인해서 꿈을 선택했다가, 나중에 다시 자신이 품고 있던 꿈을 향해 길을 바꾸는 실수를 범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꿈에도 정답이 없듯이, 직업에도 정답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본인 만족에 맞게 즐겁게 할 수 있으면, 그게 행복한 인생이고, 그 꿈을 위해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스스로 파악해 나가면, 본인이 원하는 꿈에 조금은 가까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또 꿈을 따라갔다가 아니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서 그 경험들을 가지고 다른 길로 나아가면 된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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