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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집밥
by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moment yet Oct 30. 2018

백열아홉 번째 일상의 집밥

전어(錢魚)인데 말이죠

오늘의 식단 : (메인) 제철 전어구이 (국물) 청국장 (반찬) 호박나물, 시금치무침 (김치류) 총각김치, 나박김치


오동통하게 기름이 오른 전어 예찬을 들은 가을이 벌써 몇 년 째인가.

나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어떤 찬사에는 의외로 또 시큰둥한 편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 미리 밝혀두건대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전어 예찬이 아니다.


가을 전어구이, 이렇게 배가 둥그런 형태는 대부분 양식 전어라고 한다.


마트에 가면 제일 먼저 나물 코너와 수산물 코너에 들른다.

계절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어가 제철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그 전어가 마트 매대에 등장한 것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뱃살이 오동통한 것이 양식 전어인 것 같았지만 그런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몇 주 전부터 남편에게 고소한 가을 전어구이를 먹으러 가자고 졸랐던 터였다.

해마다 가을의 뒤안길이면 남편은 인천에서도 한참을 더 가야 나오는 어느 섬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온 가족을 등록하여 참석하는데, 올해 역시 나에겐 묻지도 동의도 구하지 않고 또 참가신청을 했다(참고로 나는 운동을 싫어한다, 그것도 겨울 날씨에 이른 아침에 해야 하는 것은 더더욱).

거길 가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조건으로 소래포구에 들러 고소한 전어구이를 사 먹자고 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했다.

남편은 생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어구이를 먹어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비교적 흔하게 먹는 갈치, 고등어, 조기 등에 비해 자주 먹기 힘든 생선이란 점 외에는 기억에 남는 지점이 별로 없다.

전어에 대한 내 첫 기억이 말이다.

세월이 흘러, 나는 맛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제철 음식에 대한 갈급이 매우 강렬해졌다.

가을인데, 전어를 지나칠 순 없지. 그래서 냉큼 구입한 것이다.


전어를 구웠다.

사실 손질부터 좀 번거로웠다.

다른 생선에 비해 크기가 자잘한 편이라 일일이 배를 가르고 손질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음식 만드는 것은 매우 좋아하지만 수산물이나 육류, 가금류를 손질하는 일은 여전히 꺼려진다.

전어의 배를 가르고 그 안의 물컹거리는 내장을 끄집어 내려하는데, 전어의 허망한 눈빛과 마주쳤다.

이런 일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여하튼 비늘도 벗기고, 내장도 제거하고 여차저차 기본 밑손질을 마쳤다.


슥슥슥 세 번의 칼집을 앞뒤로 내고 구운 소금을 척척척 시크하게도 뿌렸다.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손질한 전어를 얹고는 중 약불에서 뭉근하게 구웠다.

껍질에 노르스름한 윤이 돌고, 칼집이 탁탁 벌어질 때 토치로 불을 직접 쐬어주었다.

그랬더니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게 바로 전어야. 그 전어야. 가을에 제일 맛있다는, 며느리도 강제 소환하는 그 전어라고!


가족들에게 먹이려고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는지. 그러나 그와 반대로 가족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들은 육류를 제외하곤 음식에 탐을 내거나 환호하는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육식주의자 식구들 틈에서 해산물과 채식주의자 엄마가 하는 고군분투이다.

덕분에 나는 이날 전어구이를 원 없이 먹었다...


청국장찌개와 보리밥...... 사진은 클릭해서 확대해 보세요


시골에서 콩 재배부터 청국장 띄우는 것까지 모두 한 진짜배기 청국장으로 끓인 청국장찌개.

초딩 입맛인 남편이 의외로 좋아하는 어른 입맛 음식들 중 하나인 청국장찌개.

천안에서 농사지으시는 시이모님과 시외숙모님이 이따금씩 보내주시는 청국장을 소분하여 냉동실에 저장해둔 다음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이틀에 한번 꼴로 끓여 먹는다.

젓갈 듬뿍 넣고 만든 배추김치는 시간이 지나면 새큼하게 잘 익는데, 그런 것을 넣어 끓이면 참말로 맛있다.

멸치와 무, 양파, 대파 등을 넣고 폭 끓인 기본 맛국물에 청국장과 배추김치, 김칫국물을 넣고 한번 팔팔 끓인 뒤 호박과 두부, 으깬 마늘, 파를 넣고 한소끔 끓여서 내면 구수하고 맛이 아주 좋다.


청국장찌개나 된장찌개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보리 섞은 밥도 했다.

나는 이렇게 무언가가 조금씩 섞인 밥을 좋아하는데, 식구들은 흰쌀밥을 좋아해서 자주 해 먹지는 못한다.

어렸을 때 나는 보리밥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보리쌀로만 밥을 지어 된장찌개와 열무김치, 고추장 등에 비벼 먹기도 했다.

다 시골 입맛인 나이 많은 친정어머니의 입맛을 그대로 닮았기 때문이다.

엄마 밥이 곧 아이 밥인 것이다.

고봉밥인데, 밥그릇이 자그마해서 실제로는 양이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밥그릇이 작은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잠시 삼천포로 빠져 그릇 이야기를 조금 한다면, 예전에는 색이나 그림이 들어간 그릇을 선호했었다.

흰색 그릇은 무언가 차가워 보이고 비어 보이는 느낌 때문에 좋아하지 않아서 집에 흰색 그릇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또 취향이 바뀌어서 흰색 그릇, 오트밀 색(?) 그릇 같은 것들이 또 좋다.

너무 정제되지 않은 투박한 형태에 담백한 유약을 입은 그릇이 좋더라.

푸드스타일리스트도 아닌 내가 우리 친정어머니를 닮아 그릇 욕심은 많아서 옷장 하나를 그릇장으로 쓰고도 자리가 부족하다.

나는 우리 어머니를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어쨌든 형편이 막 좋고 그렇진 못하지만 내가 하는 몇 가지 사치 중 하나가 바로 그릇 사 모으기다. 예쁜 그릇에 열심히 만든 음식을 담아 바라보는 일이 참 좋다. 그런 일들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호박나물, 시금치무침, 총각김치


전어를 손질하고 굽는데 화력을 모두 소진하여 곁들이는 반찬은 간단한 것으로 준비했다.

일자 세일하던 애호박은 땀박땀박하게 썰어, 약간의 물과 고춧가루, 새우젓 간 것과 다진 마늘을 넣어 한 번 끓이듯 볶았다.

마지막에 볶은 깨도 솔솔 뿌리고, 참기름도 한 바퀴 휘 둘렀다. 들기름을 좋아하면 들기름을 둘러도 좋은데, 나는 들기름 향을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 음식 할 때 사용하지 않는다(아이러니한 게 들깨가루는 또 엄청 좋아한다).


시금치! 얼마나 극적인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짜 시금(金)치였는데, 선선한 요즘은 가격이 너무 좋다.

쿨하게 한 묶음 사서 밑손질해둔 다음 끼니때마다 조금씩 내어 무쳐먹는다.

데쳐서 물기를 뺀 시금치는 소금과 참기름, 볶은 깨만 있으면 되니 참 만만한 반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들아이가 잘 먹어서 참 좋다.


총각김치는 시어머니께서 담가주신 것인데, 원래 저 모양인 아니라 끼니때마다 길이로 가늘게 잘라서 내는 것이다.

반으로 가르거나 통으로 먹으면 특유의 아린 맛이 다소 강해서 잘 안 먹게 되는데 저렇게 새끼손가락 굵기로 길게 잘라주면 다들 잘 먹는 편이다. 처음부터 저렇게 잘라서 김치를 담그면 또 맛이 안 난다. 번거로워도 조금씩 때마다 잘라서 낸다.



가을농사의 최대 위기(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끝이나 마찬가지)인 첫서리 내리는 시기가 다가왔다.

작년에는 31일쯤 내렸으니 오늘내일하는 것이다.

첫서리를 기준으로 많은 작물이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어제는 두 꼬마를 데리고 부랴부랴 고구마 수확을 했다.

사실 중순쯤이 춥지 않아서 고구마 수확하기 가장 좋은 시기인데, 버려지는 고구마 순이 너무 아까워서 고구마 순을 수확하느라 고구마(덩이뿌리) 수확이 늦은 것이다. 아직 한 두둑 더 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것은 그대로 두고 왔다.

고구마는 사서도 먹을 수 있기에 그러려니 하는데, 고구마 순과의 이별이 너무 아쉽다.

다음 달에 김장거리만 수확하면 밭설거지를 마치고 농사도 휴식기에 들어간다.

만추의 일상이다.

* 저의 일상이 혹시 더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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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텃밭에서 농사 짓는 도시농부입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소소한 일상의 집밥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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