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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보다 근사한 집밥

행복의 맛, 스테이크 & 투움바 파스타 

안심 스테이크

일상적인 대화나 활동을 할 수 없을 만큼 나의 미세먼지 알레르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뜨는 날엔 어김없이 코가 막힌다. 올봄에는 참을 수 없는 눈 간지러움 증세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알약 세 알과 안약, 코약을 받아와서 아침저녁으로 먹고 넣고 뿌렸다. 그랬더니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진정되었다. 그러다 정신없어서 한두 번 약을 놓쳤는데, 여지없이 눈이 가렵고 코가 막혔다. 아차 싶은 마음에 안약을 넣고, 약을 먹었더니 또 금세 가라앉는다. 약에 따라 증세가 심하게 변하는 것이 반가운 한편 두렵기도 했다.

지난 주말엔 온 식구가 극심한 미세먼지로 인해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끼니와 간식들을 만들었더니, 한 끼 정도는 외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 마음도 미세먼지로 인해 접을 수밖에. 그렇다고 배달을 시키자니 미세먼지를 뚫고 오토바이를 타고 오실 아저씨께 죄송했다.

결국 그 한 끼를 위해 또다시 내가 팔을 걷어붙여야 하는 상황. 그래서 가라앉은 기분을 전환하고자 늘 먹는 한식 말고 양식을 하기로 했다. 집이지만 외식한다는 기분으로. 

메뉴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던 안심 스테이크로 정하고, 지방질이 적은 안심을 준비했다. 나는 함박스테이크처럼 생긴 이 안심 부위가 맛을 떠나서 참 좋다. 후춧가루와 마늘 등이 들어 있는 갈아서 쓰는 소금을 구입해두었는데, 안심 스테이크를 불에 올리기 직전 그것을 뿌렸다. 나는 지금껏 소금과 후춧가루를 고기에 뿌린 뒤 얼마간 두었다가 구워야 맛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굽기 직전에 소금을 뿌리거나 혹은 40~50분 전에 뿌려야 맛이 좋고, 그 사이 시간에 뿌리면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기 위해 요리책 <더 푸드 랩>의 스테이크 편을 정독했더니, 소금 뿌리는 시기뿐만 아니라 센 불에서 겉을 익혀 육즙을 가둔다는 이론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심 스테이크의 겉면을 바삭하게 익히는 시어링 작업은 육즙을 떠나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긴 하다. 그것은 ‘맛’ 때문이다. 그 점에는 100% 동의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집에는 스테이크의 겉면을 지져줄 만큼 온도를 올려줄 수 있는 팬이 마땅치 않다. 르쿠르제 무쇠 그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프라이팬보다 깊이가 너무 얕아서 고기를 굽는 동안 버터를 끼얹기가 힘들다. 자구책으로 생각한 것이 집에 있는 스텐 냄비였다. 누군가 스텐 팬이나 무쇠 팬이 없으면 스텐 냄비에 고기를 구우라고 했었다. 그래서 나는 스텐 냄비와 일반 팬을 각각 준비하고 스테이크를 구웠다.


책 <더 푸드 랩> 나의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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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군 스텐 냄비에 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밑간을 한 안심을 넣어 앞뒤 옆을 30초씩 지져주었다. 종종 자주 뒤집지 말라는 의견도 있는데, 나는 <더 푸드 랩>의 조언에 따라 골고루 몇 번씩 뒤집어가며 익혔다. 그러는 동안 옆 화구에도 프라이팬을 얹어 온도를 올려주었다. 그리고 고기가 거의 다 익어갈 때쯤 스텐 팬 가장자리가 타기 시작해 얼른 고기를 기름을 두른 옆의 프라이팬에 옮겼다(이런 수고는 순전히 스텐 팬이나 무쇠 팬이 없어서 한 것이기에, 적당한 도구가 갖춰져 있는 주방이라면 하지 않아도 될 수고이다). 

그런 다음 버터와 로즈메리 줄기를 넣었다. 안심은 부드러운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스테이크용 부위보다 지방 함유량이 월등히 떨어진다. 이런 안심 스테이크에 고소한 풍미를 더해주는 것에는 버터만 한 게 없다. 

고기를 눌러보아서 원하는 정도로 구워지면, 따로 덜어놓는다. 아 참, 그전에 나는 약간의 버터를 올려두고 토치로 겉을 좀 그을려서 불 냄새를 입혀주었다. 스테이크는 바로 내지 않고 몇 분 놔두면 내부의 육즙이 고루 퍼져서 맛이 더 좋다. 식는 게 걱정이라면 포일이나 그릇 같은 것을 덮어두면 되는데, 가스레인지 바로 옆에 둔 데다 뜨거운 소스를 얹을 거라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이왕이면 소스도 와인과 채소 등을 이용해서 제대로 만들고 싶었지만, 방울다다기양배추도 구워야 했고, 파스타도 마무리해야 했다.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시판 스테이크 소스에 바비큐 소스를 적당히 배합하여 스테이크를 구웠던 그 팬에 넣고 데웠다. 


방울다다기양배추 버터구이와 매시트포테이토

방울다다기양배추는 버터를 녹인 프라이팬에 넣어 센 불에서 겉이 그을도록 굽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했다. 매시트포테이토는 바빠서 간단하게 만들었다. 감자 껍질을 벗겨 물을 약간 담은 큰 그릇에 넣고 랩을 씌운 다음 젓가락으로 랩에 구멍을 뚫었다. 그 상태에서 전자레인지에 돌려주면 삶은 감자가 뚝딱 나온다. 전자레인지에서 익힌 감자를 뜨거운 상태 그대로 볼에 넣고, 생크림과 버터, 설탕, 소금을 넣고 으깼다. 하얀 색감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서 후춧가루나 다른 재료는 넣지 않았다.


투움바 파스타

투움바 파스타는 레시피가 제각각인데, 적당히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었다(그러니 내가 만든 것이 투움바 파스타가 아닐 수도 있다). 먼저 웍에 기름을 두르고 잘게 다진 양파를 볶다가 파프리카가루와 진간장을 조금 넣어 그을려주었다. 그런 다음 생크림과 우유를 붓고, 마늘가루를 듬뿍 뿌렸다. 소금은 뿌렸는지 안 뿌렸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베이컨을 듬뿍 넣고 가열해서 베이컨이 오들오들 익으면 삶아둔 페투치니를 넣고, 후춧가루를 뿌렸다. 

그릇에 담은 뒤 마른 파슬리가루를 솔솔 뿌려주고, 멋은 안 나지만 맛은 좋은 토스트를 얹었다. 아이들은 면보다도 빵을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기 때문에 소스는 늘 넉넉히 만들고, 빵도 넉넉히 준비한다. 크림 파스타는 자주 해 먹지만 투움바는 처음이어서 까탈스러운 남편이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허겁지겁 잘 먹었다. 배가 고파서인지 맛이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색  방울토마토 샐러드

예전에는 파스타 먹을 때면 미리 넉넉하게 만들어둔 피클을 내곤 했었는데, 남편과 아이들이 피클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샐러드와 어린이용 깍두기를 냈다. 어린이용 깍두기는 일반 깍두기와 들어가는 재료는 같은데 넣는 방식을 달리한 것이다. 일반 깍두기에는 고춧가루를 그냥 넣는다면 어린이용 깍두기에는 고춧가루를 고운체에 걸러서 조금만 넣는다. 또 마늘과 생강은 다진 것을 넣지 않고, 갈아서 고운체에 거른 즙만 넣었다. 이렇게 하면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고 빨갛지 않아서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

살짝 데쳐서 껍질을 깐 오색 방울토마토와 채소에 오리엔탈 드레싱을 뿌려 먹으니 다소 무거운 느낌의 크림소스 파스타와 잘 어울렸다.

처음엔 하고 싶었던 외식을 못 해서 입이 조금 나와 있었지만, 모처럼 가족들이 그릇 바닥 땡땡 긁는 소리까지 내며 잘 먹어주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에야 비할 수 있겠냐마는 조금은 저렴한 비용으로 조금 더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집에서의 외식, 미세먼지가 가득한 요즘엔 해볼 만한 것 같다.




<오늘의 식단>

- 버터로 부드러움을 배가한 안심 스테이크

- ‘정통’은 아닐지라도 식구들이 맛있게 먹었던 투움바 파스타

- 오색 방울토마토 샐러드

- 어린이용 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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