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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싶을 땐

행복의 맛, 닭다리살 간장조림

 길고 긴 겨울방학과 봄방학이 끝나고, 이번에 둘째까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몸집도 또래보다 자그마하고 유난히 숫기가 없는 녀석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하교할 때 물어보니 다행히도 학교생활이 재미있다고 한다.

 “학교 가면 선생님께 인사 잘해야 돼. 여쭤볼 사항이 생기면 손 번쩍 들고 여쭤봐야 돼. 학교는 어린이집처럼 선생님이 일일이 챙겨주시지 않으니까 화장실 가고 싶거나 하면 꼭 말씀드려.” 하고 겨우내 학교생활에 관해 말해주었는데, 꼬마는 선생님께 먼저 인사를 하고 손을 번쩍 들어 질문도 했단다. 고개는 푹 숙인 채 모기 목소리로.

 점점 더 나아지겠지, 스스로 잘 헤쳐 나가겠지.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닭다리살 간장조림

 둘째에게 기운 좀 더 불어넣어줄 겸,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지만 특히나 둘째가 좋아하는 닭다리살을 구입해서 간장에 조려보았다. 요즘은 닭고기를 부위별로 뼈까지 모두 발라 판매해서 너무 편한 것 같다. 한 팩 구입하면 딱 한 끼에 먹기 좋아서 여러모로 참 좋다.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한 닭다리살을 약간의 마늘즙, 양파즙, 맛술로 잠시 재웠다.

 대파의 흰색과 연두색 부분, 마늘종을 송송 썬 뒤 웍에 넣어 볶은 다음 그릇에 따로 덜어놓았다. 대파와 마늘종을 볶은 기름에 닭다리살의 껍질 쪽을 아래로 가게 넣고 구웠다. 우리 식구들은 닭 껍질을 싫어해서 닭 껍질을 최대한 바싹 익힌다.

닭고기가 80% 정도 익었을 때 간장 소스를 붓고 조렸다. 간장 소스는 양조간장, 매실청, 표고버섯가루, 성글게 다진 마늘, 생강가루, 무즙, 후춧가루, 전복 굴소스(혹은 굴소스)를 넣어서 만든 것이다. 여기서 필수 재료는 양조간장, 매실청(혹은 설탕), 마늘, 맛술(혹은 청주)이다. 이 네 가지가 들어가면 나머지가 빠져도 보통의 맛을 낼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나머지 재료도 조금씩 넣었을 때 좀 더 맛이 좋은 것 같다).

닭고기에 ‘단짠단짠’한 간장 소스가 잘 스며들면, 불에서 내린 뒤 그릇에 담고 처음에 볶아두었던 마늘종과 대파를 솔솔 뿌려준다. 따로 덜어놓았다가 나중에 올리는 이유는 색감 때문이다. 처음부터 모든 재료를 같이 넣고 조리면 채소류는 곤죽이 되어버려서 맛이 떨어진다.

 웍에 남은 소스는 버리지 말고 두었다가 다음날 찬밥 한 덩이 넣고 볶아주면 아이들이 잘 먹는다.


들깻가루 듬뿍 넣어 구수한 시래깃국

 속 편하고 구수한 시래깃국도 끓였다. 겉껍질을 벗긴 시래기를 쫑쫑 썰어서 된장과 들깻가루를 넣고 바락바락 주물렀다. 위생장갑을 끼기보다는 깨끗하게 씻은 손으로 바락바락 주물러야 시래기에 된장과 들깻가루가 잘 배어서 맛이 좋다. 보통 때는 미리 만들어둔 맛국물을 사용하는데, 이날은 맛국물이 똑 떨어져서 쌀뜨물에 잘게 썬 무와 내장을 제거한 멸치를 넣고 시래기가 푹 퍼지도록 끓였다. 국물이 졸아들면 찬물을 몇 번 부어주며 끓였다. 이렇게 하면 시래기도 빨리 퍼지고 맛이 좋다. 시래깃국에 청양고추를 쫑쫑 썰어서 넣으면 얼큰한데,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남편의 식성을 고려하여 넣지 않았다.

 평소 맛국물을 만들 때 다시마와 함께 약간의 단맛을 낼 수 있는 양파나 배, 사과 등을 넣는데, 이날처럼 미리 준비한 맛국물이 없을 때는 텁텁한 맛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배즙과 양파즙을 아주 조금씩 넣었다. 배즙과 양파즙도 준비하기 어렵고, 맛국물도 준비하기 어려우면 시판 쇠고기 다시다를 조금 넣어주면 된다. 양가 어머니 모두 음식에 쇠고기 다시다를 조금씩 넣으시는데, 익숙한 맛이어서 그런지 그 나름대로의 맛도 좋다. 결혼하고 몇 년 동안은 찬장 한편에 쇠고기 다시다를 두고 이런저런 음식에 활용하곤 했었다. 특히 국물 음식에는 그만한 조력자가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차츰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든든했던 쇠고기 다시다가 떠난 자리를 메워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연구했고, 그 과정을 통해 맛을 느끼는 감각이 예전보다 더 섬세해졌고 음식 만드는 실력도 많이 늘었다. 이를 테면 예전에는 모든 국물 음식이 비슷한 결을 갖고 있었다면, 요즘은 각 국물마다 어울리는 맛국물 재료를 달리하기 때문에 개별 메뉴가 더 탄탄해졌다.

 마지막에 송송 썬 마늘과 대파를 넣고, 조선간장과 까나리액젓으로 간했다(둘 중 하나로만 간해도 된다).


맛살 숙주나물무침

 내가 좋아하는 맛살 숙주나물무침도 했다. 끓는 물에 데친 숙주나물에 잘게 찢은 맛살을 넣고, 다진 마늘과 까나리액젓, 약간의 식초와 참기름, 부순 통깨 등을 넣고 무쳤다. 마늘과 식초, 참기름을 함께 넣는 무침이나 나물 등은 가급적 한 끼 분량으로 만들어 그때그때 먹는 게 좋다. 냉장고에 두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약간의 단맛을 원하면 숙주나물을 무치던 젖은 손가락을 설탕 항아리에 살짝 찔러 넣어 손가락에 묻어 나오는 만큼만 설탕을 조금 넣어도 되고, 매실청을 아주 약간만 넣어도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무침류에 노골적으로 단맛이 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설탕이나 매실청은 정말 아주 조금만 넣는다.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는 전장 김도 냈다. 아이들은 희한하게도 도시락김보다 집에서 자른 김을 좋아해서 조금 귀찮지만 전장 김을 구입한다. 물기 없는 도마에 전장 김 한 팩을 까서 놓고, 물기 없는 식칼로 작게 잘라 밀폐용기에 차곡차곡 넣고, 김 봉지에 들어 있던 방습제를 같이 넣는다. 이렇게 하면 소포장한 도시락 김처럼 바삭바삭하게 먹을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전장 김을 접시에 펼쳐놓고는 밥과 꼭지만 자른 새금새금한 김치를 척 올려서 말아 먹었다. 우적우적 김밥을 뜯어 먹으면 어찌나 맛있던지. 그 생각이 문득 났더랬다.


 저녁상을 정리하고, 웨딩 앨범을 만들었다. 얼마 전 결혼한 지인에게 줄 선물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나보다 여덟 살이나 많고 성별도 다르지만, 오랜 세월을 알고 지내다보니 나이와 성별 차이가 무색할 만큼 가까운 벗이 되었다. 

 무대공포증이 심하지만 용기 내서 결혼식장에서 축사도 낭독하고, 부족한 솜씨지만 정성껏 사진도 찍었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지만 무미건조하게 USB만 건네기가 그래서 투박하지만 손수 웨딩 앨범을 만들었다.

 앨범 표지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가 신랑 신부가 꼭 맞잡은 두 손 사진 아래로 ‘우리’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뒤표지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와 닿았던,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서 발췌한 구절을 넣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랑 신부를 위한 향초도 두 개 만들었다.

 이젠 지인들이 대부분 결혼해서 예식장에 갈 일이 거의 없다. 한동안 결혼식장에 다닐 때는 어린아이들 얼러가며 간신히 밥 먹고 오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랜만에 결혼식장에 가서 혼인하는 이들을 보니 여러 생각이 스쳤다. 그 생각들을 한 단어로 빚어보면, 그것은 ‘초심’, 바로 초심이다.



<오늘의 식단>

- 구수한 시래깃국

- 단짠단짠 닭다리살 간장조림

- 맛살 숙주나물무침과 자른 김

- 깍두기와 배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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