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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한 입만, 떡볶이.

새롭게 시작할 곳에서 먹은 우리의 한 끼. 헐레벌떡볶이

by So Harmony 소마필라

새벽 4시 눈이 떠졌다.

우리의 이삿날이다.


설레고, 두렵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나를 둘러싼다.


이 동네를 떠나기 싫은 마음 하나.

새로운 동네를 향하는 설렘 하나.


이 집의 공간을 그리워하는 마음 하나.

새로운 공간을 어떻게 적응할지 두려움 하나.


그리고 우리는 분주하게 움직여 이사할 새로운 공간에 도착했다.


떠날 때 보다, 새로운 곳에 도착할 때,

이사 도움을 주는 업체 분들의 질문이 더 많이 쏟아진다.


어디에 어떻게

정확하게 무엇을 어디로 해야하는지

많은 질문과 답으로 우리집을 완벽하게 정리해주신다.


남편은 나를 배려하며, 잠시 다른 곳에 가서 쉬고 있으라고 한다.

둘 다 아침도 먹지 않고, 여기 뛰어갔다, 저리 뛰어갔다 하며 하나하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남편의 배려 덕분에 조금 많이 수월하게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잠시 여유가 돼서,

남편과 나는 동네 떡볶이 맛집- 이사 오기 전 깃발을 꽂아둔 곳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또 전화벨이 울렸다.

잠시 남편은 가서 블라인드 설치할 곳을 알려주고 오겠다고 했다.

나보고 먼저 주문을 하라며 달려가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깃발 꽂은 맛집에 도착해서,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연속해서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인분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 혹시 누가 한 명도 오나요? "

라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나는 방긋 웃으며 일행이 있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연기가 솔솔 올라오는

맛있는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만두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남편이 좋아하는 삶은 계란은 두 개나 시켜서 챙겨뒀다.

남편은 떡볶이를 매우 사랑한다. 특히 계란을 톡 깨서 먹는것을 너무 좋아한다.


남편이 오기까지 기다리기에 떡볶이의 유혹이 너무 컸다.

결국 떡볶이 한 가닥을 집어서 입으로 넣게 되었다.


부드럽게

툭 혀를 치고 넘어가는 달큼하면서

약간 매콤한 떡볶이 떡의 댄스에

나는 황홀감을 느끼게 되었다.


쫀득하게 씹히며

쓰윽 넘어가는 그 떡의 식감과

나의 입에서 적당하게

매콤과 달콤의 박자를 따다닥 맞추는 풍미까지

너무 행복한 떡볶이의 한 입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배달 어플을 켜서,

여기가 배달이 되는지 재차 확인한다.


그리고 그 순간 볼이 발그레 땀이 송글 송글 맺힌 나의 남편이 들어왔다.


우리는 행복해하며 떡볶이를 한입 한입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남편의 전화벨이 울렸다.


남편은 나를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띠며 말한다.


"자기야! 자기는 나 신경 쓰지 말고 다 잘 먹고 집으로 와! "

"천천히 먹고 와!"


"자기는? 아.. 속상해 다 먹고 가~ 천천히 가~ "


"기다리시는데 어떻게 해~ ㅎ 나 다 먹었어. 자기 다 먹고 와 ~"


그렇게 착한 남편은 빠르게 입에 떡들을 넣고,

볼이 빵빵하게 되어서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날 나는 떡볶이 한 끼의 행복감과

나를 고생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 남편의 따스함을 느낀 하루였다.


그리고 그 떡볶이는

그 날 더 특히 가슴 따끈하게 해 준 한 끼였다.


한 입만, 떡볶이.

오늘 그 떡볶이가 더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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