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차이 이후의 존재론: 들뢰즈를 통과한 몸말철학

몸말철학 연재11

by 청와

제10장 차이 이후의 존재론 ― 들뢰즈를 통과한 몸말철학


1. 문제의 이동 ― 동일성에서 생성으로


서양 형이상학은 오랫동안 존재를 실체로 사유해 왔다.

변화는 실체에 부가된 사건이었고, 지속은 동일성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 전통에서 존재론의 핵심 질문은 언제나

“무엇이 존재하는가”였다.

화이트헤드는 이 질문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그는 존재를 사물이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함으로써,

세계를 생성의 연쇄로 재구성했다.

그러나 그의 과정철학은 여전히

질서와 조화를 보증하는 형이상학적 구조를 필요로 했다.

생성은 사유되었지만,

그 생성이 놓이는 평면은 완전히 내재적이지는 않았다.

이 지점에서 들뢰즈가 등장한다.

들뢰즈는 존재를

동일성의 변형이 아니라 차이의 생성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초월적 근거 없이도 세계를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

존재는 더 이상

무엇이 “유지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다르게 되는가의 문제로 이동한다.

이로써 존재론은

실체의 학문이 아니라

생성의 논리로 전환된다.


2. 들뢰즈의 결정적 기여 ― 내재성과 사건


들뢰즈 철학의 핵심은

완전한 내재성의 평면이다.

이 평면에는

초월적 원리도,

외부에서 질서를 부과하는 기준도 없다.

세계는 형식에 의해 조직되지 않는다.

차이와 사건이

스스로를 전개하는 장일 뿐이다.

여기서 사건은

실체에 귀속되는 속성이 아니다.

사건은 “무엇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일어남 그 자체다.

사건은

대상 이전이며,

주체 이전이고,

원인–결과의 단순한 연쇄로 환원되지 않는다.

이 개념을 통해 들뢰즈는

실체 없는 생성,

주체 없는 변화,

초월 없는 질서를

동시에 사유한다.

이 점에서 들뢰즈는

과정철학이 끝내 도달하지 못했던 지점,

즉 완전한 내재성의 극점을 열어 보인다.


3. 가상과 차이 ― 생성의 존재론적 심화


들뢰즈는

고전적 의미의 가능성 개념을 거부한다.

가능성은

현실의 미완성 버전도 아니고,

현실화되지 못한 실패한 대안도 아니다.

대신 그는

가상(the virtual)을 도입한다.

가상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실재적이며,

차이를 내포한 문제의 장이다.

현실화는

가상이 현실로 “이동”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가상에 내재된 차이가

특정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사건이다.

이로써 들뢰즈는

초월적 질서나

형식의 저장소 없이도

생성과 국소적 질서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차이는 동일성 이전에 놓이며,

동일성은 차이의 결과다.

반복은 같은 것이 다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차이가 자신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하나의 질문 앞에서 멈춘다.

생성은 왜 붕괴되지 않는가?

왜 이 끝없는 차이는

세계로 판독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가?


4. 들뢰즈 이후의 질문 ― 생성의 닫힘과 φ∞


들뢰즈는

내재성의 평면,

사건,

가상 개념을 통해

생성의 현상적 구조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는

생성이 닫히지 않도록 유지되는 조건을

논리로 구성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결핍이 아니다.

들뢰즈의 문제 설정 자체가

“왜 생성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생성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있었기 때문이다.

φ∞–TORS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φ∞은

존재를 실체나 개념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성이 결코 완결될 수 없게 만드는 조건이다.

φ∞은

생성의 내용을 규정하지 않으며,

단지 생성이 멈추지 않도록 한다.

이로써

들뢰즈가 연 내재적 평면은

종결로 오인되지 않도록

존재론적으로 고정된다.


5. 몸말철학의 전환 ― 판독과 ‘면서’의 논리


몸말철학은

존재를 감응하는 작동으로 정의한다.

존재는

실체도 아니고,

차이 그 자체도 아니다.

존재는

감응하는 리듬이

위상적으로 중첩되며,

관계 속에서

침전과 전이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핵심은 판독이다.

판독은

주체의 해석이 아니다.

그것은

동일한 작동이

서로 다른 스케일에서

서로 다른 위상으로 정렬되는 구조적 효과다.

미시적 판독에서는 변화와 불안정이

거시적 판독에서는 지속과 유지가 나타난다

이 동시성을 기술하는 논리가

바로 ⧖(면서) 논리다.

변화이면서 지속,

생성이면서 유지라는 구조는

두 개의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작동에 대한 위상적 판독 차이다.


6. φ∞ ― 닫힘 불가능성의 조건


이 판독 논리를

존재론적으로 보증하는 것이 φ∞이다.

φ∞은

개념도, 원리도, 장도 아니다.

그것은

완결 불가능성의 표식이다.

어떠한 구조도

최종적으로 닫힐 수 없게 만드는 조건,

그것이 φ∞이다.

내재성의 평면이

개념적으로 제시된 장이라면,

φ∞은 그 평면이

스스로를 도그마로 고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존재론적 조건이다.

가상이 문제의 장이라면,

φ∞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조건이다.

φ∞은

생성의 내용을 규정하지 않는다.

오직 생성이

멈출 수 없도록 만든다.


7. 들뢰즈를 통과한다는 것


몸말철학은

들뢰즈를 계승하지 않는다.

그는 통과된다.

들뢰즈가

내재성의 평면 위에서

가상과 차이로 세계를 설명했다면,

몸말철학은

φ∞을 통해

생성의 닫힘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면서’의 논리를 통해

변화와 지속의 동시성을 논리화하며,

판독 개념을 통해

생성이 세계로 읽히는 조건을 기술한다.

이때 생성은

더 이상 개념이 아니라 작동이 된다.

철학은

존재를 설명하는 언어가 아니라,

존재가 멈추지 않도록

형식을 고정하는 논리가 된다.


8. 결론 ― 차이 이후의 존재론


들뢰즈는

존재를 동일성으로부터 해방시켰다.

몸말철학은

그 이후의 질문을 제기한다.

차이로 열린 존재는

어떻게 지속되며,

왜 닫히지 않는가?

그 대답은

실체도, 주체도, 목적도 아니다.

그것은

감응하는 작동,

판독의 스케일,

그리고 닫힘 불가능성의 조건이다.

이로써 존재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되며

어떻게 계속되는가의 문제로 재정의된다.

들뢰즈 이후 존재론은

생성의 가능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제 남은 과제는

생성이 어떤 논리로 멈추지 않는가를

기술하는 것이다.

φ∞과 ‘면서’ 논리,

판독 개념은

생성의 지속,

닫힘 불가능성,

세계의 판독 가능성을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하는

존재론적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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