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말철학 연재29
제28장 언어 정식화
— 불가탈성·오독·메타 위상
1. 이 장의 지위
이 장은 언어를 설명하지 않는다.
언어를 해석하지도 않는다.
이 장이 수행하는 일은 단 하나다.
몸(작동) ⧖ 말(판독) 구조가
인간 층위에서 반드시 발생시키는 조건을
정식으로 고정한다.
여기서 제시되는 정식들은
언어 사용의 규칙도,
의사소통의 지침도,
오독을 줄이기 위한 방법도 아니다.
이 정식들은
언어가 작동되는 한
회피될 수 없는 조건들이다.
따라서 이 장은
해결을 제시하지 않으며,
출구를 마련하지 않는다.
이 장은
언어가 닫히지 못함을
형식적으로 고정하는 장이다.
2. 정식 1 — 언어 불가탈성
인간은 언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사유, 판독, 전달, 기억, 판단은
항상 언어화된 흔적을 통해서만 나타난다.
“언어 이전”은
사유의 대상이 될 수는 있으나,
거주의 공간이 될 수는 없다.
언어 이전은
상정될 수는 있으나,
그 안에 머무를 수는 없다.
형식적으로:
∀x (x가 인간의 사유·판독·전달에 속한다면
→ x는 언어화된 흔적을 통해서만 나타난다)
인간의 사유, 판독, 전달이라는 영역에 속하는 그 어떤 요소(x)를 상정하더라도, 그 요소(x)는 반드시 '언어화된 흔적'이라는 형식을 빌려서만 우리에게 드러난다.
이 정식은
언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인간이 언어 밖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위치 조건을 고정할 뿐이다.
3. 정식 2 — 오독의 필연성
언어의 오독은 불가피하다.
이것은 실패의 문제가 아니다.
구현의 미숙함도 아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언어는
판독을 보존하지 않고,
판독을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적 표현도
작동판독과 동형(isomorphic)일 수 없다.
형식적으로:
∀L (L이 언어적 표현이라면,
∄R (R이 작동판독이고 L ≅ R 인 경우))
모든 언어적 표현(L)에 대하여, 그 표현과 구조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기계적 작동이나 객관적 판독(R)은 존재하지(∄R) 않는다.
따라서 오독은
오류(error)가 아니다.
오독은
번역 이후에도 제거되지 않는
잔여(residue)다.
이 잔여는
언어의 결함이 아니라,
언어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언어가 완전히 정확해지는 순간,
그 언어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4. 정식 3 — 메타 언어 위상의 불가피성
정식 1과 정식 2가
회피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인간은 메타 언어 위상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메타 언어는
해결책이 아니다.
메타 언어는
상위 언어도 아니고,
언어를 대체하는 언어도 아니다.
메타 언어는
언어 내부에서
오독이 발생하고 있음을
표시하는 위상이다.
형식적으로:
메타 언어 M은
L ⊂ M 인 상위 체계가 아니라,
L 내부에서
오독 발생 사실을 지시하는
위치적 연산이다.
따라서 메타 언어는 다음이 아니다.
오독을 줄이려는 언어가 아니다.
언어를 대체하는 언어가 아니다.
메타 언어는 오직 이것이다.
오독이 발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언어이다.
메타 언어는
회피가 아니라 노출이다.
5. 세 정식의 관계 — 순환 구조
이 세 정식은
누적되지 않는다.
위계를 이루지도 않는다.
이들은 순환한다.
언어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오독은 발생하고,
오독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메타 언어가 요청되며,
메타 언어는 다시
언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 순환은
해소를 향하지 않는다.
안정 상태를 갖지 않는다.
이 순환 자체가
언어가 닫히지 못하는 구조다.
따라서 메타 언어는
언어 밖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메타 언어는
언어 안에서 발생하는
마지막 몸부림이다.
6. 메타 언어의 윤리적·논리적 의미
몸말철학에서
메타 언어는
더 정밀할수록 좋지 않으며,
더 명확할수록 위험하다.
메타 언어는
오래 유지될수록
침전된다.
좋은 메타 언어의 기준은 하나뿐이다.
스스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가.
메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더 책임 있는 것도 아니고,
더 윤리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피할 수 없는 조건을
알고 있는 상태일 뿐이다.
이 철학은
고통을 제거하지 않는다.
다만 고통을 결과로 종결시키는 언어를 거부한다.
메타 언어는
언어의 실패를 극복하지 않는다.
메타 언어는
언어의 실패를 드러낼 뿐이다.
그리고 이 메타 언어 역시
언젠가는 침전되어
다시 오독될 것이다.
7. 봉인 문장
우리는 언어를 떠날 수 없고,
언어는 반드시 오독되며,
그 사실을 알고도 말해야 하기 때문에
메타 언어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메타 언어 역시
언어 안에 머무르며,
결코 종결을 제공하지 못한다.
작동은 끝날 수 있으나,
말해진 끝은
결코 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