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관찰자] 대치동에서 살아가는 법

#1. 대치동에서 살아가는 법

by Hazel



최근에 대치동 소마 사고력 수학학원에서 5세 아이들을 위한 입학 테스트가 있었다. 이 일대 수학깨나 한다는(아니, 잘한다기보다는 '관심'이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응시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시험의 난이도보다도 소마 입테는 한글을 읽을 줄 알아야 제대로 풀 수 있기 때문에 소마 입테를 보기 위해 한글 공부에 열을 올리는 아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 집 J는 시험을 신청해 두었다가 하필 독감이 걸려 시험을 취소했고, 지난 주말 소마가 아닌 또 다른 사고력 수학 학원 입테를 보았다.

주말 아침 댓바람부터 남편과 함께 J를 데리고 학원에 가서 시험을 보고 난 후, 현재 다니고 있는 수학학원의 보강을 들으러 갔다. J를 보강수업에 넣어 두고 남편이랑 카페에 앉아 얘기한 게 참 웃겼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우리... 여기서 애 이렇게 키우는 거 친구들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자"


이유는 간단하다. 대치동 아닌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들에게 말해봤자 ‘미쳤다’, ‘학대다’, ‘너희 또라이냐’ 이런 반응이 100%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 다섯 살 밖에 안된 아이를 수학학원을 보내고 (이것부터 이해받기 어려움)

∨ 수학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입학 테스트를 보고 (이것도 미친 짓)

∨ 주말에 수학학원 보강수업을 듣는다 (아동학대 급)


아무리 친해도 이건 절대 공감받지 못한다는 걸 둘 다 느꼈다.


"우리가 아직 이 동네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객관적으로 남들의 시선이 어떠한지 파악이 되는 거지. 아마 이 동네에 좀 더 있다 보면 이 삶에 스며들어 이게 이상하다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하게 될 거야"




대치동으로 들어온 지 1년 차. 아직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모든 게 보이지만 사실 나부터도 가랑비에 옷 젖듯 아이들이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에 익숙해지고 있던 시기였다. 한티역, 대치역 근처 학원가에 가면 엄마 손잡고 가방을 든 미취학 아동들이 참 많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이러한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밖에서는 이해 못 하고, 여기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삶. 이 미묘한 간극이 재밌다.

무엇보다 남편이랑 난 이렇게 키우려고 이곳으로 이사 온 것도 맞다.

(비학군지에서 자란 우리 부부는 우리 아이에게만큼은 학군지라는 특수한 환경을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에)



며칠 전, J가 수학학원 가방을 메고 나와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다른 층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를 만났다. 할머니는 J의 수학학원 가방을 보시더니 "어머, 너 똘똘한 아이구나. 그 수학학원 너무 잘 알지! 거기 **아파트에 있는 학원이잖아."라고 하시길래 "오, 여기 학원 어떻게 아세요?" 물었더니

"우리 손녀랑 손자가 다 그 학원 다녔거든. 이제 많이 컸지만... 열심히 공부하렴"

역시 이 동네에서는 우리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5살 아이가 수학학원 가방을 메고 있어도 우릴 아동학대범으로 보지 않는다.

외부에서는 열심히 까이고 비난하지만, 내부에서는 너무나 평화롭고 열정적인,


대치동이라는 특수한 동네에서 겪고 보는 모든 것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