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동명 Jul 09. 2020

길고양이 관찰기

ㅡ어느 고양이의 사진첩 일생

101. 제법

"어쭈구리. 제법인데?"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예? 어쭈구리도 먹을 건가요?"

이런 우스개도 절로 들었다.

굶주린 다른 가족의 새끼가 물러나지 않고 꺄니를 방어한다.


&&&

시골에 혼자 처박혀 살다보니, 더구나 TV나 인터넷 등 문명의 이기를 거의 사용 않 '자발적 유배' 라 여기며 살다보니 말 한 마디 않고 하루를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연히 고양이며 새들이며 꽃들, 마당의 것들에게 내가 말을 거는데, 이런 침묵의 시간은 나를 자연과 더 가까워지게 만든다. 가까워지는 건 사랑일 것이다. 것도 받으려 하지 않는 사랑...


102. 실수

문고의 장난은 말릴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선다.

야금이도 문고에겐 장난감이 되는데...

그러다가 나무다리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이에 물러날 문고가 아니다. 또 도전하다 다른 틈새로 빠졌다.

나오걸 기다렸다가 꺄니가 문고에게 무슨 말인가 하는 듯하다.


&&&

이런 말을 했을까?

"실수하며 어른이 되는 거야."


103. 다 신기해

신기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뒤지고 올라가고...

고양이에겐 겁이란 게 없나?


&&&

"입에서 나오는 대로 종이 위에."

몽테뉴가 그렇게 글을 썼단다.

"보이는 대로 발 아래에."

거문고가 할 말일까?


104. 눈맞춤 그리고...

가다 마주하면 그냥 지나치는 적이 거의 없다.

눈을 맞추고 이마를 부딪치고 입맞춤을 한다.

사람보다 훨씬 더 스킨십을 즐긴다.


&&&

칸트는, "네 의지의 준칙에 보편적인 법칙이 되도록 행동하라."고 했다. 그러지 못하기에 이런 요구나 제안을 했을 것이다.

지와 보편의 구분이 없는 행동을 고양이는 수시로 한다.


105. 모든 교육은 어미흉내로부터

이제 제법 야금이도 움이기 시작한다.

눈도 좀 나아 보인다.

언제 보았는지 어미를 따라 하늘을 치올려다 본다.


&&& <떠오르는 문장 하나>

"자연의 선택은 아이의 뇌에 부모나 다른 어른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든 믿는 경향을 심어 놓았다. 그렇게 믿고 따르는 것은 생존에 매우 유익하다."

ㅡ<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가 쓰고 이한응이 옮김. 김영사 발행.

동물은 더 절대적일 테지.

작가의 이전글 길고양이 관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