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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세이
by 김효연 May 07. 2018

둘째가 필요해.

그렇게 엄마가 된다.

아이를 처음 낳을 땐 약간의 사명감 같은 게 있었다.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낳아야 한다.’라는 건 빨래를 하고 탈수를 돌리는 일만큼이나 당연했다.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어떤 일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우리 삼 남매를 키운 엄마를 보면서 우리를 낳아 키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출산과 육아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삼 남매를 낳아 기른 엄마의 마음이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주변의 권유로 막내까지 낳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사실 그렇게 낳아주셔서, 나에게 동생을 만들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내 이야기가 되었을 땐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육아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도 하고, 돈도 많이 들고, 내 삶을 불행하게 만들지도 모르는데 또 아이를 낳아야 할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난 아무래도 아무리 주변의 권유가 있어도 셋을 낳을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아이가 두 돌이 가까워지니 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둘째. 


여태 우리 부부에게 피임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조금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피임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건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문제였다.

순전히 우리 둘이 결정해야 할 일.

밤마다 맥주 한 캔씩 들고서 우린 진지하게 이야길 나누었다.

우리의 마음이 제일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난 둘째가 있었으면 좋겠어. 난 형제가 많은 게 좋더라. 특히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인생에서 정말 힘든 시기였는데, 그 감정을 형제들과 공유하고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몰라. 성현이가 그런 상황에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 


“맞아. 지금만 봐도 우리 둘이 이렇게 얘기 나눌 때 성현이 혼자 노는 뒷모습 볼 때.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맞아. 형제가 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난 언니가 있어서 어린 시절이 매일 재미있었던 거 같아,”    


“아이가 없을 때 우리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 성현이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 회사에서 기분이 안 좋다가도 성현이 사진만 보면  힐링이 된다니까. 둘째가 생기면 두배로 힐링되겠지?”    


몇 마디 나누지 않아 우리가 둘째를 낳아야 하는 이유가 생겨버렸다.

대화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운 남편은 말했다.

“결국 성현이 때문이네. 난 그 필요에 이용당하는 거고?”    

“뭐? 장난해?”

그의 수동적인 태도와 ‘필요’라는 단어가 너무도 거슬려 화를 내고 말았지만 생각해보니 그와 나눈 대화의 주제는 그리고 우리가 나눈 이야기의 내용은 결국 요약해보면 “둘째의 필요성”이었다.

우리는 정말 둘째를 필요에 의해서 낳는 것일까.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것인가.

내가 둘째여서 그런지 다른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내가 존재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 그 말을 인정하기가 싫었다.

 첫째를 낳아보니 모든 아이가 같은 아이가 아니고 그 유일한 존재가 얼마나 소중해지는지 잘 알게 되었기에 둘째의 존재를 단순히 '필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세상에 없었다면 몰랐을까.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아이를 운명처럼 생각하고 또 소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어떤 이유에서 낳았든 낳고 나면 얼마나 예쁠지. 얼마나 귀여울지. 얼마나 사랑스러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건 무작정 필요 때문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맞는 걸까.

둘째가 태어난다면 또 한바탕 사랑하고 첫째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길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둘째에게

존재의 이유에 대해 근사하게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널 낳은 이유는 말이야. 엄마 아빠가 너무 사랑해서 아이를 낳았어. 그리고 길러보니 세상 제일 진한 마음을 주게 됐거든.
나도 내가 이렇게 진하고 큰 사랑을 가질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첫째가 그 사랑을 받고 이렇게 이쁘게 자라는 것을 보니 또 사랑을 주고 싶어 졌어.
그래서 널 낳았단다. 네가 우리에게 와 준다면 우리 가족들은 더 행복할 거고 더 완벽할 거고 더 많이 사랑할 거야. 네가 우리에게 온다면 더 열심히 사랑할 각오가 되어있단다.      


멋진 말들을 생각해 보았지만 결론은...

어쨌든 우린 네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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