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시어 국립공원
맥도널드 호수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매니 글래시어까지 가는데는 2시간이나 걸린다.
글래시어 국립공원 안에서 돌아다니는 건데도 미국은 땅이 얼마나 넓은건지!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봤다. 예상대로 산불 먼지가 더 자욱해졌다.
올해 봄에 캐나다 산불 연기가 필라델피아까지 내려와서 미세먼지가 400을 찍고, 아이들 야구며 MLB까지 거의 모든 야외 일정이 취소된 일이 있었다. 미국에 와서 다른 건 몰라도 공기가 좋은 건 만족하고 지냈는데 이런일도 있구나 싶었다. 봄에도 산불 연기는 일주일이 넘게 지속됐는데 캐나다에는 나무가 얼마나 많은 건지 산불이 이렇게 빈번할 수가. 비가 많이 내려서 산불이 그치기만 바랐다.
먼지를 보니 야외활동은 무리인 것 같아서 글래시어 국립공원에서 자이언캐니언 국입공원으로 가는 길에 하루 머무는 솔크레이트 시티에서 사려고 했던 등산화를 미리 사기로 했다. 오후에는 먼지가 걷힌다는 예보도 있었다.
올여름 여행의 첫 번째 여행지인 그랜드 테턴 에서 델타레이크 트레일을 하이킹할 때 이미 오래 신어서 밑창이 닳은 운동화가 맨들맨들해졌다. 운동화는 이제 무엇을 밟아도 미끄러질 준비가 됐다.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나 쓸만한 운동화가 되어버렸다. 돌을 밟으면 미끄러지기 일쑤여서 불필요한 힘을 쓰고 다니느라 어찌나 힘들었던지. 발바닥에 돌이 어떤 모양인지 다 느껴져서 발바닥도 쓰렸다.
남은 일정동안 아직 가야 할 트레일도 많았다. 델타레이크 트레일을 하이킹해 보니 이번 여행의 대망의 트레일인 자이언캐니언 엔젤스 랜딩은 등산화 없이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 두고 온 내 고어텍스 등산화. 왜 가지고 오지 않았나! 미국에서 국립공원을 하이킹을 할 마음이 있다면 꼭 등산화를 가져오시길!
그래서 우리 가족은 30분을 차로 달려 ‘REI'라는 아웃도어 전문 매장에 갔다. 네 가족 모두 등산화를 한 켤레씩 샀다. 430불이나 썼다. 내 등산화는 한국에서는 못 봤던 SALOMON 제품이었다. 한국에는 발목위까지 올라오는 등산화가 있으니 복숭아뼈 아래까지 오고 방수가 되는 걸로 골랐다.
등산화를 사고 가게로 나왔더니 바람 방향이 바뀌었는지 예보대로 산불 연기가 조금 옅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산은 연기에 가려져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할까.
결과적으로 등산화는 여행 내내 최상의 아이템이었다.
글래시어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자이언캐니언 국립공원과 아치스 국립공원에서도 등산화 덕에 힘을 덜 들이고 걸을 수 있었다.
운동화에서는 미끄러지던 바위 위도 등산화를 신으면 발에 빨판이라도 달린 것처럼 편하게 오를 수 있었다.
오전 내내 운동화 쇼핑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 점심을 먹었다.
이제 고잉 투 더 썬 로드 위를 달릴 시간이다. 아프가 비지팅센터에 주차하고 히든 레이크 트레일을 하이킹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