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시어 국립공원
우리 가족이 하이킹하기로 한 그리넬 글래시어는 '조지 버드 그리넬'의 이름을 따라 지은 곳이다.
조지 버드 그리넬은 1849년에 태어나 예일대를 졸업한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역사학자이자 동식물 연구자다.
그의 중요한 업적은 글래시어 국립공원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것과 옐로 스톤의 버팔로를 보호하는 법을 만드는 데 힘썼다는 것이다.
1894년 국립공원 보호법이 제정되었을 때 옐로 스톤 내의 버팔로 개체는 밀렵으로 인해서 200마리까지 줄어들어 있었다. 그는 밀렵을 멈추고 버팔로 무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옐로 스톤의 평원에서 새끼를 기르며 살아가는 버팔로 무리를 천 마리는 넘게 봤다.
역설적이게도 그리넬은 글래시어를 사냥을 하다 발견했다. 사냥 여행을 얼마나 멀리 온 건지 몬테나 북서쪽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글래시어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곳의 이름을 ‘the Crown of the Continent' 대륙의 왕관이라고 지었다. 그때는 글래시어에 100개도 넘은 빙하가 산 꼭대기마다 남아 있고 에메랄드 빛 호수가 머무르는 곳이었다.
그리넬은 그곳의 호수와 평화로운 풍경이 매료되어서 몇 번이나 다시 찾아갔다. 그러다가 로키 산맥 줄기의 한 부분인 그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트레일 헤드인 매니 글래시어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반. 고잉 투 더 썬 로드를 통과하지 않고 국립공원 밖으로 돌아가는 길이 거리는 더 멀지만 시간은 덜 걸린다. 하지만 드라이브를 하며 보는 경치를
포기할 수 없어서 고잉 투 더 썬 로드를 통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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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에 일어났다.
아침 온도는 2도.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보니 나뭇가지가 바람에 휘청거리며 날렸다. 그리고 여전히 공기가 회색빛이었고 탄 냄새도 났다. 그린넬 트레일은 17도라고 했다. 다행히 그린넬 트레일이 있는 글래시어 국립공원 동쪽은 바람이 많이 불지는 않았다.
필라델피아 집에서는 얇은 여름 점퍼만 챙겨 왔다. 전날 히든 레이크에서 차로 돌아오는 길을 걸을 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웠다. 그래서 그날은 있는 옷이라도 겹겹이 입기로 했다. 반팔 티셔츠를 입고 겹쳐 입을 긴 팔 티셔츠와 얇은 여름 점퍼를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점심에 먹을 볶음밥을 만들었다. 국립공원 안에는 음식을 파는 곳이 없으니까. 숙소가 풀키친일 때 영양가가 골고루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역시 제일 간단한 건 볶음밥이다. 남은 돼지고기랑 냉동야채를 볶다가 냉동밥과 소금을 넣고 볶았다.
8시 반 드디어 차에 올라탔다. 11시 정도에 도착해서 여유 있게 하이킹을 하고 싶었다. 왕복 16킬로미터인 그리넬 트레일을 하이킹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시간 정도다. 그런데 경치 좋은 곳에서 간식도 먹고 사진도 찍고 천천히 올라가고 싶었다. 그리고 정상에서 머무는 시간을 40분 정도라고 잡아서 왕복 하이킹 시간을 7시간으로 잡았다. 해가 지면 곰이 나올 수 있으니 6시에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넬 트레일 해드는 두 곳이다. 하나는 그리넬 트레일 해드고, 하나는 메니 글래이셔 호텔이다. 메니 글래이셔 호텔에는 보트가 있는데, 이 보트를 미리 예약해서 타면 하이킹을 12킬로미터 정도만 하면 된다.
위 사이트에서 매니 글래이셔를 예약하면 된다. 어른은 38달러, 어린이는 19달러 정도. 코로나 전에 보다 어른은 10달러 이상 가격이 올랐다. 그래서 4 가족이 타면 116달러 정도다. 비싼 것도 비싼 거지만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글래시어 국립공원 동쪽문으로 나가니 기름가격이 4.8달러가 넘어서 깜짝 놀랐다. 우리가 묵었던 글래시어 국립공원 서쪽 동네는 기름값에 3.9에서 4.0달러였는데. 국립공원 동문을 나가면 바로 인디언 보호구역인데 그만큼 오지인 곳이라 기름값이 비싼 것 같다. 그러니 기름은 미리 넣고 오자.
우리 가족이 트레일 헤드에 도착하니 11시 반이었다. 고잉 투 더 썬 로드에서 몇 번 주차를 하고 경치를 보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그린넬 글래이셔 트레일 헤드 피크닉 장소에서 가지고 온 볶음밥도 먹고 보온병에 넣어 온 뜨거운 물을 부어 컵라면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12시. 예상 시간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델타 트레일에서는 2시에 하이킹을 시작해서 고생했는데 시작 시간이 12시라니, 시작이 좋은 것 같아 들떴다.
그런데 트래킹 헤드로 가니 트레일 정비를 한다고 트레일 헤드가 출입금지였다. 이제 매니 글래시어 호텔방향에 있는 트레일 헤드로 가야 했다. 왠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얼른 차로 돌아가서 자동차 트렁크를 열고 등산 스틱을 넣었다. 남편도 등산가방을 넣고 트렁크 문을 쾅 닫았다.
“앗!” 남편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왜?"
"가방 안에 차 열쇠 있는데!"
자동차 문은 당연히 열리지 않았다. 오늘의 하이킹은 이대로 망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