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투자법 공개합니다
10년 이상 보유할 주식이 아니면 단 10분도 갖고 있지 말라.
-워렌 버핏-
워렌 버핏의 조언만 믿고 투자하던 A 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재무제표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ROE가 높으면서 경제적 해자까지 갖춘 '완벽한 우량주'를 골라 비장한 마음으로 주식을 매수했는데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끝없이 흘러내렸고, 계좌는 멍이 든 것처럼 시퍼렇게 변해갔습니다. 밤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자책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내 분석이 틀렸던 걸까?"
만약 지금 같은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분이 계신다면, 이번에 드리는 말씀이 작은 위로와 해답이 되길 바랍니다. 오랜 기간의 고민 끝에 그때의 실패는 종목 선정을 잘못해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단지 우리가 서 있는 이 '시장'의 환경, 즉 '장세'가 변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투자의 고전들은 "우량주를 싼 가격에 사서 장기 보유하라"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이 조언은 과거의 증시가 강세장과 약세장의 순환이 뚜렷했을 때 유효했던 전략입니다. 현대의 저성장 시대에는 증시가 10년 가까이 횡보하는 '박스장(Box Market)'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기업이 아무리 훌륭한 이익을 내더라도, 시장 전체가 거대한 박스권에 갇혀 있다면 주가가 혼자 오르기는 어렵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투자자가 박스장의 한가운데서 강세장의 전략을 고집하다가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워렌 버핏의 '장기 보유' 신화를 믿지만, 그 이면에는 냉정한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미국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2000년부터 2009년까지, S&P500 지수는 연평균 -1%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의 귀재인 버핏은 어땠을까요? 이 기간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5%대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가 연 5~6%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버핏은 원금 손실의 공포를 견디며 주식에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 위험 없는 국채를 산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성과를 낸 셈입니다. 심지어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시장이 37% 폭락할 때 버핏의 자산도 32%나 증발했습니다. 천하의 워렌 버핏조차 박스장과 약세장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는 무력했다는 증거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때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탓하지만, 장기 횡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물론이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조차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약 10년간 기나긴 박스장에 갇혀 있었습니다. 현대의 투자 환경은 과거와 달리 강세장은 짧고 박스장은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배당을 주지 않는 성장주를 매수한다면, 주가 상승도 없고 배당 수익도 없는 '이중의 고통'을 10년 가까이 견뎌야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에는 꾸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고배당 우량주'를 매수하여 국채 금리를 웃도는 수익을 챙기며 버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생존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배당주만 들고 있어야 할까요? 과거 데이터를 보면 '초기에는 가치주, 중기 이후에는 성장주'가 주도한다는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부터 6월까지, 저평가되었던 가치주인 현대차(120%), 기아차(150%), KB금융(90%), 신한지주(80%)가 먼저 급등했습니다. 이후 시장이 안정된 7월부터 11월에는 성장주로 분류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시세를 분출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도 반복되었습니다. 2020년 팬데믹 저점 이후 초기 반등장에서는 현대차(65%), 포스코(55%), 우리금융지주(70%), 현대건설(50%) 같은 전통 가치주들이 빠르게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강세장이 무르익은 2020년 8월부터 2021년 말까지는 삼성전자(80%), SK하이닉스(약 2배), 카카오(300% 이상), 셀트리온(약 2배) 등 성장주들이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라면 박스장과 강세장 초기에는 고배당 가치주로 수익을 쌓고, 시장의 상승세가 확인된 중기 시점부터는 과감히 성장주로 갈아타는 유연함을 발휘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단순히 좋은 기업을 고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단단한 땅인지, 빠져나오기 힘든 늪인지 파악하는 '장세 판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당신이 고른 주식이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치게 자책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단지 시장이 긴 겨울을 보내고 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무작정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도하기보다, 배당이라는 확실한 과실을 챙기며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현대의 투자자가 갖춰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