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하워드 막스
주식 시장이 열리는 평일 아침, 투자자들의 풍경은 천편일률적입니다. 밤사이 일어난 미국 시장의 변동을 체크하고, 주요 경제 신문의 헤드라인을 훑으며, 텔레그램 채널에서 쏟아지는 소식들을 점검합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작업은 바로 ‘필터링’입니다. 소위 ‘찌라시’라고 불리는 근거 없는 낭설을 걸러내고, 신뢰할 수 있는 ‘진짜 뉴스’만을 선별해 투자의 근거로 삼으려 합니다. 팩트(Fact)에 기반한 투자가 정석이며, 거짓 정보는 계좌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팩트 체크가 완벽한 뉴스를 보고 투자했음에도 손실을 보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역대급 실적 달성”이라는 호재 뉴스가 떴는데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악재 뉴스에 오히려 주가가 반등하는 기현상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합니다. 이는 우리가 뉴스를 대하는 방식, 즉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1차원적인 접근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투자의 거장 하워드 막스(Howard Marks)가 강조한 ‘2차적 사고(Second-level Thinking)'입니다. 남들이 뉴스의 진위를 판별하는 '1차적 사고'에 머물 때, 가짜 뉴스가 퍼지는 현상 그 자체와 이면에 숨겨진 대중의 심리를 읽어내는 '2차적 사고'를 적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우리가 쓰레기통에 버리려 했던 가짜 뉴스야말로 역설적으로 시장의 심리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 될 수 있습니다. 현명한 투자자에게 뉴스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광기와 공포를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뉴스가 곧 돈이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신문을 받아보거나 객장의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정보의 비대칭성은 사실상 소멸했습니다. 단순히 소멸한 수준을 넘어, 인간의 인지 능력을 초월한 영역으로 넘어갔습니다.
현대 금융 시장은 인간보다 빠른 기계들의 전쟁터입니다. 자연어 처리(NLP) 기능을 탑재한 AI와 고빈도 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 알고리즘은 기사가 송출되는 즉시 키워드를 분석해 0.001초 단위로 주문을 냅니다. ‘준강형 효율적 시장 가설’이 설명하듯, 공개된 정보는 즉각적으로 가격에 반영됩니다.
일반 개인 투자자가 스마트폰 알림을 보고, 내용을 이해하고, 앱을 켜서 매수 버튼을 누르는 시점에는 이미 그 뉴스의 재료가 주가에 모두 반영된 후입니다. 흔히 말하는 “뉴스에 팔아라”는 격언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기계와의 속도전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인간을 위한 생존 법칙입니다. 따라서 뉴스의 ‘내용’ 자체를 분석해 주가의 방향성을 예측하려는 시도는 승률이 매우 낮은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뉴스를 우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여기서 2차적 사고의 적용이 필요합니다. 뉴스는 ‘팩트 전달 매체’가 아니라 ‘심리 분석 도구’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특히 이 지점에서 ‘가짜 뉴스’의 가치가 빛을 발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짜 뉴스는 아무런 맥락 없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대중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 혹은 대중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즉, 특정 시점에 유행하는 가짜 뉴스를 보면, 지금 시장이 무엇에 목말라 있는지(결핍)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10월 발생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오보 사건입니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가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다”는 가짜 뉴스를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리자마자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10%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비록 30분 만에 가짜 뉴스임이 밝혀지며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현명한 투자자는 여기서 엄청난 힌트를 얻었습니다.
"가짜 뉴스였군, 다행이다"라고 넘길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ETF 승인이라는 재료에 이토록 굶주려 있구나. 아주 작은 불씨만 있어도 폭발할 만큼 매수 대기 자금이 강력하구나"라는 시장의 에너지를 읽어낸 것입니다. 실제로 이후 진짜 승인이 났을 때 비트코인은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가짜 뉴스가 시장의 잠재된 욕망을 미리 보여준 셈입니다.
반대로 가짜 뉴스는 시장의 공포 심리를 측정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시장이 불안할 때는 부정적인 가짜 뉴스가 맹렬한 속도로 퍼지며 투매를 유발합니다.
2023년 5월, AI가 생성한 '미국 펜타곤(국방부) 폭발 사진'이 트위터를 통해 유포되었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이 가짜 이미지가 돌자마자 미국 S&P500 지수는 순간적으로 0.3% 급락했습니다. 이는 당시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쟁 공포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였습니다. 펀더멘털에 집중하는 투자자라면, 이성적 판단조차 마비될 정도로 시장이 '공포' 국면에 진입했음을 인지하고, 오히려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았을 것입니다.
하워드 막스는 그의 저서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심리’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주가가 적정 가치에 머물기보다, 과도한 낙관(탐욕)과 과도한 비관(공포) 사이를 오가는 '진자(Pendulum) 운동'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짜 뉴스는 이 진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결정적인 단서입니다. 시장이 사이클의 고점(탐욕)에 있을 때는 "A기업이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더라"와 같은 긍정적인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투자자들은 이를 검증 없이 믿습니다. 반대로 저점(공포)에 있을 때는 "B기업이 부도 위기라더라" 같은 부정적 루머에 주가가 무너집니다. 팩트 여부와 상관없이, 가짜 뉴스에 시장이 휘둘리는 정도(변동성)를 보면 현재 우리가 사이클의 어디쯤 서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서론에서 언급한 '2차적 사고'를 구체적으로 가짜 뉴스에 적용하면, 우리는 시장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인간 지표(Human Indicator)’**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1차적 사고를 하는 투자자는 가짜 뉴스를 보고 이렇게 반응합니다.
"와, 대형 호재다! 빨리 사자!" 혹은 "이건 가짜 뉴스네? 무시하자."
반면, 2차적 사고를 하는 투자자는 가짜 뉴스에 반응하는 사람들을 ‘인간 지표’로 삼아 한 단계 더 깊이 파고듭니다.
"이런 출처 불명의 가짜 뉴스가 도는데도 사람들이 열광하며 주가가 급등한다고? 지금 대중은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을 만큼 탐욕에 차 있구나. 인간 지표가 과열을 가리키니 나는 조용히 현금화를 해야겠다."
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악성 루머에 사람들이 겁에 질려 투매를 한다고? 기업 가치는 그대로인데 인간 지표가 바닥을 가리키는구나. 지금이 바로 남들이 공포를 느낄 때 욕심을 낼 기회다."
이처럼 가짜 뉴스라는 자극(Stimulus)에 반응하는 대중의 행동(Response)을 관찰하면, 현재 시장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팩트만 쫓는 사람은 늘 알고리즘보다 한발 늦지만, 인간 지표를 읽는 사람은 대중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숫자와 그래프로 이루어진 차가운 이성의 세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은 인간의 뜨거운 욕망과 두려움이 뒤엉킨 심리의 용광로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진실된 정보'를 찾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뉴스를 검색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내는 것만으로는 초과 수익을 얻기 힘듭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팩트가 전달되는 속도는 이미 인간의 반응 속도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짜 뉴스를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가짜 뉴스가 창궐한다는 것은 시장의 심리가 그만큼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강력한 방증입니다. 가짜 호재에 환호하는 사람들과 가짜 악재에 투매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알려주는 훌륭한 인간 지표입니다.
뉴스의 텍스트(Text)가 아닌 콘텍스트(Context)를 읽으십시오. 하워드 막스가 말한 2차적 사고를 통해 팩트에 집착하기보다 그 팩트(혹은 거짓)에 반응하는 인간 지표의 온도를 느끼십시오. 가짜 뉴스가 횡행하는 시장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시장의 심리를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임을 깨닫는다면, 당신은 소음에 휘둘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소음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현명한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짜 뉴스는 거짓을 말하고 있지만, 그에 반응하는 인간의 욕망만큼은 그 무엇보다 진실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