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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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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늘
Aug 31. 2024
“제가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게 있나요? 저는 올라가는 방법은 몰라요. 내려가는 것만 할 수 있어요. 내려오다 보니 지금 이곳에 닿았어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다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나를 옭아매는 건 바다라는 존재 하나면 될 것 같았는데, 가오리는 나를 몰아쳤다.
익숙한 기분이었다.
길이 없는데 다그치는 누군가가 있었던 것같았다.
“조심할 것? 내가 그것까지 가르쳐줘야 하는 거야? 너 정말 한심하구나. 너 같은 멍청이가 이곳에 더 있다가는 큰일이 나겠다. 내 경고를 절대 무시하지마.”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가오리는 거센 파도를 만들며 하늘을 나는 새처럼 깊은 바다 속으로 날아갔다.
“가지 마세요! 아직 할 말이 남았다고요!”
붙잡았지만 가오리는 이미 사라졌다.
가오리의 마지막 경고가 귓속을 맴돌았다.
바다에서 작은 물방울만 올라와도 흠칫하고 놀랐다.
귀엽고 신기하던 조개와 돌멩이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패닉상태가 되었다. 숨은 거칠어졌고, 스스로 목을 조였다.
바다에 들어와 극한의 공포에 감정을 감당할 수 없었다.
꺽꺽거리는 숨소리와 나의 뚝뚝떨어지는 울음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바다는 내 울음소리에 맞춰 일렁이고, 안개가 낀 듯 앞이 보이지 않았다.
가오리, 거북이 누구라도 안개를 뚫고 들어와 나를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괜찮다. 울지말거라. 슬퍼말아라.
라고 해주었으면 했다.
시간이 지나고 눈물이 멈추었다.
바다는 조용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는 누구지? 왜 이곳에 있을까? 그래 반짝이는 것을 찾아보자.
울고 나니, 비로소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슬프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슬퍼진다. 거북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나갈 수도 멈춰 있을 수도 없어. ”
결심했다. 나아가기로.
심장이 쿵쿵쿵- 살아있음을 느낀다.
어두운 바닷속이 아닌 눈앞에 휘양찰란한 색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더 이상 바다는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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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늘
아직은 새벽이지만 한낮의 따사로움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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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윤늘입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소설, 에세이, 시 다양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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