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결심이 흔들릴 때

청춘

by 윤늘


28살에서 29살을 넘어가는 지금의 시점 엄청난 각오를 했다. 나의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정확히는 우울증의 원인에서 벗어났다. 나의 삶을 갉아먹고 나를 잊게 만든 환경에서 떨어져 나왔다. 말다툼 후, 평생의 짐을 캐리어 하나와 백팩 하나를 매고 나올 때 걸린 시간은 단 5분이었다. 그 순간 내가 제일 본능적이고, 이성적이었으며 내가 원하는 것만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대학 5년간 배운 건축과 억지로 배운 농사 수업은 나의 선택지에서 당연하게 제외되었다. 내가 챙겨온 3권의 책은 모두 글을 쓰는 책이었다. 시나리오, 드라마, 웹소설 다 읽지 못했고, 공부하지 못해서 챙겨야 했다. 내 꿈을 가져오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그날의 내 각오를 잊었었다. 삶에 무게에 견디지 못해서 다시 배운 것에 안주하고, 다시 건축을 하려 했다. 내 삶에 있어 지금이 제일 자유롭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두고 살았다. 그 책임이 나를 짊어지는 책임이 아닌, 가족 모두를 짊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지난 7년간의 나를 내려놓았다. 드디어 나는 나만을 책임지고 나의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이제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살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선택지가 내 삶에 고난과 역경을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멍청한 짓이라고 욕을 먹어도 이번만은 내 선택을 믿는다. 내가 챙겨온 것들은 당장 입어야 할 멀끔한 옷 몇벌과 최근 생일에 받은 립스틱 두 개, 주말에 약속이 있는 친구의 생일선물, 책 3권과 애플워치, 충전기, 지갑, 노트북, 안경, 선물 받은 가방과 모자였다. 딱 2가지의 기준으로 물건을 챙겼다. 내가 당장 필요한 것들과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었다. 어렵게 결심한 것을 현실이라는 벽에 무너져 내릴뻔했다. 단 며칠 만에 자유를 포기하려 했다.



최근 보고 있는 드라마 ‘스물하나, 스물다섯’이라는 드라마에서 평생 펜싱을 하던 학생이 펜싱을 그만두고 싶다며 감독님 앞에서 우는 장면이 나왔다. 감독은 그만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학생은 너무나 확고하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만두고 싶다고 또다시 얘기했고, 감독은 한 가지 제안한다. “이번 펜싱대회에서 4강 올라가면 관둘 수 있게 해줄게.” 설정상 그 학생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해냈고, 4강 진출을 하게 된다. 감독은 4강까지 한번 가보자고 권유했으나, 그녀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제 인생에서 펜싱은 이만하면 됐습니다.” 펜싱을 이긴 순간에 너무나 기뻐했던 장면에서 당연히 더하겠다고, 펜싱이 재미있어졌다고 할 줄 알았던 모두의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감독은 “펜싱 그만두고 뭐 하고 싶노?”라고 물었고, “제빵사요.”라고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감독은 웃으며 이야기했다.


“오늘을 꼭 기억해라,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얻어냈는지 절대 잊지 마라, 힘들 때마다 생각해라. 그 시작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마지막 대사가 나의 가슴을 두드려 팼다.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고, 그 시작을 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웠었는지 말이다. 이 장면을 보며 나는 오열했다. 나의 어리석음이 나를 가두고, 애써 얻어낸 기회를 발로 차려 했던 것에 반성했다. 힘든 삶을 유지하는데 누군가의 위로와 지지가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는 길을 잃었을 때 허둥지둥할 때 표지판을 찾는다. 그런 삶에 드라마는 한줄기 위로이자, 표지판이 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고양이를 잃어버린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