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의 시간을 거쳐 아이디어를 다듬었다면, 이제 그게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따질 차례입니다. 광범위하고도 싶은 시장 조사를 해야 합니다. 공부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아이디어를 들고 바로 제품이나 서비스 단계로 건너뛰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시장 조사는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싸울 상대도 모르고 싸움에 뛰어드는 짓은 누가 봐도 얼토당토않죠. 시장이란 링 위에 어떤 플레이어가 있는지, 내가 올라가려 하는 링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죠. 생각보다 그 링 위에는 먹을 게 없을 수도 있으며, 아니면 이미 거대한 포식자가 잘 먹고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장 조사는 크게 직접조사(Primary research)와 간접조사(Secondary research)로 나뉩니다. 어감에서도 느낄 수 있듯 직접조사를 통해 좀 더 생동감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광범위한 정보와 다른 경쟁사 정보는 간접조사로 확보할 수 있죠.
직접조사
이게 중요합니다. 이 직접조사는 다른 경쟁사가 얻을 수 없는 '희귀템'입니다. 왜냐면 내가 한 거니까.
인터뷰하기
묻고 싶은 게 참 많을 겁니다. 나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평가되는지 궁금하죠.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항상 좋은 피드백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누군가는 나의 귀한 아이디어(?)가 별로라고 할 겁니다. 또는 누군가는 관심조차 없겠죠. 바쁜데 뭘 그런 걸 다 묻냐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부끄럽고 귀찮고 마음 상할 게 인터뷰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창업자들은 인터뷰하기는 꼭 권합니다. 아픈 만큼 얻기 때문일까요? 특히 자신과 관련 없는 인터뷰이를 찾으라 권합니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습니다.) 지인들은 당신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 혹은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죠. 그것이 좋든 싫든 답변에 오류가 섞일 수 있습니다.
다다익선입니다. 인터뷰 대상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죠. 인터뷰의 질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 창업자가 실전에서 얻은 노하우는 이렇습니다. 한 그룹을 10명으로 설정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다음, 다시 다음 그룹을 인터뷰하는 거죠. 첫 번째 그룹의 인터뷰에서 얻은 피드백을 두 번째 그룹 인터뷰에 반영하는 식입니다.
인터뷰에서 얻는 반응은 다양합니다. 긍정과 부정 둘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에 집중합시다. (인터뷰의 목적이기도 하니까요.) 그들은 당신의 사업이 왜 성공하기 어려운지에 대해서 얘기할 겁니다. 가격이 비싸서, 굳이 쓰지 않을 거 같아서, 이미 비슷한 서비스가 있어서 등 여러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이런 피드백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단순하게, 혹은 더 복잡하게 짤 수 있습니다.
자, 다시 같은 사람에게 물읍시다. 개선된 비즈니스 모델은 어떠냐고. 그렇게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은 조금씩 날카로워질 겁니다.
설문조사하기
광범위한 대상에게 의견을 구할 땐 설문조사가 제격입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진행합니다.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질문은 답하기 좋게 구성해야 합니다. 설문조사는 이 구성에 따라 현저히 다른 응답률이 나옵니다. 질문 수는 10개가 넘지 않길 권장합니다. 서술 답변보단 선택지를 주는 게 좋겠죠. 질문은 단박에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고 짧아야 합니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면 더 많은 반응을 모을 수 있겠죠? 설문 참가자에 스타벅스 쿠폰을 주는 건 보셨을 겁니다. 혹은 당신이 기획하는 서비스의 이용권(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이나 할인권을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포커스그룹 모으기
게임업계에선 FGT(Focus Group Test)를 진행합니다. 게임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특정 인원을 모아 테스트를 진행하는 거죠. 이 테스트는 더 많은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베타 게임 테스트에 앞섭니다. FGT를 통해 게임회사는 게임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을 확인하고 흥미를 특히 유발하는 요소를 찾아냅니다.
포커스 그룹을 모으고 그들과 의견을 나누며 창업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개별 인터뷰는 사업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데에 집중한다면, 포커스 그룹과의 미팅은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을 하는 것에 가깝죠.
간접조사
어찌 직접 발로만 뛸 수 있겠습니까? 인터넷 시대이지 않습니까?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고퀄' 보고서도 많습니다. 맥킨지, 딜로이트, 언스트앤영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 기업의 홈페이지만 가도 각 산업별 최근 동향을 볼 수 있는 보고서가 수두룩 빽빽합니다. 물론 정부기관 사이트도 뒤져야 합니다.
창업자는 간접조사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와 목표 시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더불어 고객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죠.
서울시 강남구를 첫 번째 공략 지역으로 정했다고 합시다. 통계청 자료와 기사 등을 통해 당신은 강남구의 인구와 남녀 비율, 그리고 연령 분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강남구와 디테일한 강남구는 다릅니다. 20대와 30대 여성이 목표 고객이라면, 강남구에 이들이 얼마나 거주하고 있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들의 평균 소득과 소비 성향도 윤곽을 그릴 수 있죠. 이들 중 몇 %가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해야지만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감을 잡게 될 겁니다.
인터넷 출현 전엔 사업의 큰 부분은 '야성적 본능(Aninal spirit)'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데이터는 그 어디에도 쌓여있지 않았고, 더욱이 이를 분석할 수도 없었죠. 창업자의 '감'은 그만큼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감을 믿고 무소의 뿔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강직함 역시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우리나라 1세대 창업자들의 행보가 신화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같은 요소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마치 미래를 내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무한한 자신감과 행동을 보였죠.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는 "이봐 채금자, 해봤어?"라는 어록을 남겼습니다. (그는 책임자를 채금자로 발음했습니다.)
여전히 창업자의 감은 중요합니다만, 쟁쟁한 경쟁자 모두가 데이터를 무기로 쓰며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이 시대에 시장조사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마치 총기 손질도 하지 않은 채 전장에 나가는 것과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