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AI가, 인간은 교정만”

― 통번역 시장은 정말 사라질까

by 이재희

최근 KBS 뉴스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번역은 AI가, 인간은 교정만… 사라지는 통번역학과.”

기사의 내용은 비교적 분명하다.


AI 번역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번역 단가는 약 2-30% 이상 하락했고,
기계번역 후편집(MTPE) 방식이 확산되면서
번역업체들도 감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역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AI 통역 서비스는 이미 국제 행사에서
연설을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 기사만 보면
통번역 시장은 곧 사라질 산업처럼 보인다.

어쩌면 통번역을 공부하려는 학생들도
이 뉴스를 보며 고민할 것이다.

“이 직업이 앞으로 존재할까.”

그 질문 자체는 틀리지 않다.


분명한 것은
시장은 변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도 꽤 빠르다.


번역의 ‘기능’은 이미 열린 기술

예전에는 외국어 문서를 번역하려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계약서 초안, 이메일, 제안서, 보고서까지
대부분의 문서는
AI로 초벌 번역이 가능하다.


특히 실무에서는 이미
이런 방식이 널리 사용된다.

먼저 AI로 번역하고
사람이 검토하는 방식.

바로 MTPE(Machine Translation Post Editing)다.


이 구조에서는
번역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된다.

따라서 번역 단가가 내려가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장을 다른 언어로 바꾸는 기능 자체는
이미 희소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역 현장은 조금 다르다

최근 AI 통역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연설이나 발표 같은 단방향 발화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왔다.

한 사람이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듣는 구조.


이 경우에는
AI가 실시간으로 통역을 제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국제 행사에서도
이런 방식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쌍방향 대화는 여전히 다른 문제

회의나 협상에서는
대화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말을 끊고

질문을 던지고

농담을 하고

의미를 암묵적으로 전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통역은
단순히 문장을 옮기는 일이 아니다.


맥락을 읽고
의도를 파악하고
대화를 유지하는 일이다.


그래서 최근 현장에서는
흥미로운 구조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 통역이다.

AI 통역과 인간 통역이
함께 작동하는 방식이다.


AI는 실시간으로
초벌 통역을 제공하고

인간 통역사는

오역을 수정하고

맥락을 보완하고

전문 용어를 바로잡고

대화의 흐름을 유지한다.

일종의 통역 감독 역할이다.


이 구조에서는
통역사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전략적인 위치로 이동한다.


AI는 문장을 만든다. 그러나 책임지지 않는다

AI는 문장을 꽤 잘 만든다.

하지만
그 문장이 어떤 의미를 만드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계약서를 생각해 보자.

AI는 번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위험한지

이 표현이 법적 의미를 바꾸는지

협상에서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러한 판단은 하지 못한다.


결국 누군가는
그 문서를 검토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구조가 바뀐다.

앞으로 통번역 시장은
아마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AI 중심의 대량 번역 시장.

그리고 다른 하나는
판단과 이해가 필요한
고난도 커뮤니케이션 시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I가 널리 쓰일수록

이 두 시장의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AI 시대에

우리는 어떤 통번역사가 될 것인가.

문장을 옮기는 사람인가.


아니면

맥락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사람인가.

기능의 시대가 끝날수록
전문직의 기준은 더 높아진다.

AI는 문장을 만든다.


그러나
의미와 책임은 아직 인간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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