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금호지

by 몽유

햇살은 호수 위에

은빛 비늘처럼 흩어지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물결 따라 번진다


둘레길 벤치에는

도시락을 나누는 노부부가 있고

운동화 신은 이들이 땀을 훔치며

내 곁을 스쳐간다


호수 건너 아파트 단지에서는

세탁기 소리가 흘러나오고

창가에서 흔들리는 옷가지

바람의 합창이다


능소화는 정오의 햇살 아래

더 붉게 타올라

사람들의 얼굴마다 스며든다


나는 이 활기를 바라보다

내 안의 고요도 흔들리고

오랫동안 굳어 있던 마음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번진다


정오의 금호지에서

삶이란 결국 혼자가 아니라

다른 숨결과 발자국이

함께 이어져 가는 것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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