迎春有悟 (영춘유오)
寒盡東風起 (한진동풍기)
氷消細雨新 (빙소세우신)
一聲啼鳥外 (일성제조외)
萬物入初心 (만물입초심)
추위 다하고 동풍이 일어나니
얼음은 녹고 가는 비 새롭구나
새 한 마리 울음소리 너머로
모든 것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겨울 끝자락의 새벽, 땅은 긴 잠에서 막 깨어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음이 사그라지는 소리는 멀리서부터 작은 금이 번지듯 퍼졌고, 그 틈 사이로 세상의 첫 숨결 같은 가랑비가 내렸다. 그 비는 소리조차 미처 배우지 못한 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봄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바람도 달라졌다. 긴 침묵을 껴안고 있던 동풍이 기척을 드러내며 천천히 계절의 막을 걷어 올렸다. 차갑던 공기는 한순간 낮고 부드러운 음률을 띠었고, 어둡던 산과 물은 스스로의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도록 잊고 있던 원래의 이름을, 이제야 누군가 다시 불러준 것처럼.
그때 어디선가 새 한 마리 울음이 터졌다. 그 소리는 겨울의 등허리를 깨뜨리는 작은 파문이었고, 동시에 봄의 명백한 증언이기도 했다. 단 한 번 울어도 충분했다. 그 한 번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잠잠하던 숲이 아주 미세하게 눈을 열었고, 돌처럼 굳었던 마음속의 무언가도 금세 풀어져 흐르고 있었다.
계절은 이렇게 매번 우리를 원점으로 돌려보낸다. 지나온 것들은 뒤안길에 흩어지고, 새로운 시작은 마치 낡은 마음의 껍질을 벗기듯, 조용히 안쪽에서부터 피어난다. 오늘의 동풍과 가는 비와 새 울음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세상 만물은, 그리고 우리 역시, 어김없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그곳에서만 다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