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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이 되고 싶었던 아이
By 멍작가 . Mar 15. 2017

예민하다와 섬세하다 그 한 끗차

가끔 난 참 예민해질 때가 있다. 그럴때면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어김없이 술을 마시고 깊이 잠들지 못해서 이른 새벽이면 눈이 떠진다.

예민한 사람은 살도 잘 안 찐다는 데 그 와중에 난 밥은 참 잘 먹는다.

놀라운 건 지금껏 살아온 시간동안 정작 나 자신은 그걸 몰랐다는 거다. 언제 그걸 깨달았냐고 하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작년의 일이다.

그러고 보면 난 정말 참을 수 없을 때가 아닌 이상 왠만하면 누구랑 싸우지도 않고 화도 잘 내지 않는다. 물론 내가 평화주의자이거나 배려심이 넘쳐나서 그런 건 결코 아니다. 단지 싸우고 나서 이내 불편해져 버린 그 뒤의 시간들이 내가 견딜 수 없어서이다. 그래서인지 난 결국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해버린다.



"너 너무 예민한 거 아냐?"


이 말을 들었을 때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사회에서 예민하다는 건 뾰족한 날처럼 신경이 날카롭고 쉽게 다가가거나 어울리기 힘든 성격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민하다와 섬세하다는 사실 한 끗차이일 수도 있다고.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예민함은 어찌보면 섬세함과 같은 범주에 둘 수도 있지 않을까?

예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더욱 다른 이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 또는 주변에서 쉽게 놓치기 쉬운 사소한 것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지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나도 한번씩 이른 새벽 잠이 안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을 때면 중간에 막힌 채 풀리지 않고 있던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라 급히 핸드폰에 적어놓기도 한다. 너무 지나쳐서 주위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만 아니라면 행여나 내 이 예민한 면을 들킬까 꽁꽁 감추기만 할 게 아니라 예민함이 지니고 있는 이런 섬세한 면면도 인정해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다 나중에 할머니 나이가 되었을 땐 미처 몰랐던 나의 소소한 변태기질을 발견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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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외국계회사마케터를 때려치우고 5년동안 유럽 5개 도시에서의 머무름과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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