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허리를 삐끗하셨다. 그것도 하필 엄마가 일본 여행을 가기 이틀 전에.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아빠가 방 안 침대 가장자리에서 좋아하는 TV도 켜지 않은 채로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다.
잠시 후 아빠가 갑자기 날 불렀다.
아빠는 어색하게 웃으며 산책을 나가고 싶은데 양말을 신겨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내가 끙끙대며 양말을 끌어올리는 동안 아빠는 민망한지 연거푸 같은 이야기를 두세 번 반복해서 말했고,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져본 아빠의 발이 마른 고목나무처럼 힘없고 푸석해서 흠칫 놀랐다.
그런 아빠 발이 낯설어 괜스레 코 끝이 아릿해졌고 난 고개를 푹 숙인 채 양말을 다 신겨드리고는 나도 모르게 어린 조카에게 말하듯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