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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작가 Mar 19. 2019

노란 벽돌집 옆 작은 동네 책방

나는 집 근처 마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좋아한다. 그래서 트램을 타고 세 정거장은 가야 하는 거리이지만 웬만하면 에코백 하나를 어깨에 둘러메고 걸어가고는 한다.  


내가 좋아하는 머스터드 향의 노란색으로 벽면을 칠한 앙증맞은 이층 집도 볼 수 있고 딱 봐도 오랜 세월 동안 한 동네에서 단골로 알고 지낸 듯 한 할머니들이 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새어 나오는 빵집 앞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서 햇볕을 쐬고 있다. 길가에 비워있는 벤치 옆에는 내가 지나갈 때면 어김없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곤 하는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가 있다. (가끔 뭐라고 말도 하는데 잘 알아듣기 어렵다) 


같은 길을 조금 더 내려가다 보면 안타깝게도 손님이 있는 걸 거의 보지 못한, 그림책을 전문으로 파는 작은 동네책방이 있다.

요즘 부쩍 그림책에 관심이 많아진 난 유리창에 진열되어 있는 책 표지 그림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천천히 지나가고 있는데 그때 유리창 사이 벽면에 붙여져 있는 종이 한 장이 눈에 띄었다. 


언뜻 봤을 때는 보통 '월세 구함'이나 '중고품 판매' 같은 글 아래 오징어 다리처럼 여러 장으로 오려서 연락처를 적어 놓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뜯어갈 수 있게 만든 평범한 광고지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살랑 움직이는 종이 오징어 다리엔 아무런 내용도 없이 그저 웃는 표정들만이 그려져 있었고 종이 위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하루치 웃음을 가져가세요! :)


이미 해가 뉘엿뉘엿 내려가고 있는 늦은 오후였는데도 아직 새것이나 다름없는 종이를 보니 아침부터 만들어 붙여 놓았을 서점 사장님의 마음 씀씀이가 괜히 마음에 걸렸다. 결국 난 가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가 종이 하나를 뜯어 호주머니 속에 얼른 집어넣었다. 내일도, 그다음 날에도 책방 문을 열고는 자리에 앉아 종이를 가위로 하나하나 오려서 만드는 그의 작은 정성이 계속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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