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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작가 Apr 11. 2019

아무도 우릴 발견 못해

"아무도 우릴 발견 못 해. 여기 이 집은 바로 우리 꺼야"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조이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결국 가출을 하게 되고 베스트 프렌드와 조금 독특한 성격의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자유를 찾아 떠나게 된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인적 드문 숲 속에서 공중화장실 문짝, 폐가에서 가져온 창문과 나무들, 버려진 자동차와 소파 그리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놀이터의 미끄럼틀까지 각종 쓰레기들을 주워서 그들만의 오두막집을 만든다. 솔직히 소년 셋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쓸데없이 고퀄리티에다 장난감처럼 오밀조밀 귀엽기만 하다. 한 번쯤 나도 살아보고 싶을 만큼. 


어렸을 때 나도 집에서 언니, 오빠와 올망졸망 모여 텐트 놀이를 하곤 했다. 그날도 함께 TV에 나오는 만화를 보고 나서 방으로 들어온 우리는 옷장에서 엄마가 말끔하게 세탁해서 곱게 접어 넣어둔 이불들을 모조리 꺼내 먼지가 그득한 옷장과 서랍장 위에다 걸치고는 무거운 책으로 고정시켰다. 어설프게나마 완성된 우리만의 이불 텐트 안에 들어가 각종 인형과 장난감 그리고 과자들을 마음껏 펼쳐 놓고 캠핑 놀이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방문을 열고 들어온 건 바로 엄마였고 그렇게 우리가 등짝을 사정없이 맞고 있는 동안 베개를 들고 돌아온 언니는 문 앞에서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휙 돌아서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종종 장을 보러 가는 마트의 행사 매대에서 번쩍이는 형광색 소형텐트를 10유로에 할인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몇 번 쓰지 못할 싸구려임에 분명했지만 한참 그 앞을 서성이다가 결국 사고야 말았다. 하지만 우린 아직 한 번도 텐트를 쳐 본 적이 없는 캠핑 문외한이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 고민하다가 거실 구석에 대충 물건을 치운 다음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시간은 벌써 이십 년이 훌쩍 지났지만 다시금 우리 집에 (조금 부담스러운 색의) 아늑한 비밀 아지트가 생긴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를 아슬아슬하게 고정하고 있던 폴대가 부러지는 바람에 결국 버려야 했지만 잠시나마 별일 아닌 거에도 마냥 신나고 행복했던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으니 그걸로도 충분한 가치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였을 때나 다 큰 어른이 된 지금이나 어쩌면 우린 평생 자신만의 동굴을 가지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는 좁은 옷장이나 책상 아래, 컴컴한 창고에 숨는 걸 그렇게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고 덩치는 왜 그렇게 커졌는지 점점 나 하나 숨을 만한 공간을 찾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우린 조금 더럽더라도 화장실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기도 하고 한적한 카페 구석자리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는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비밀 아지트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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