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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작가 Sep 17. 2019

달그락 달그락

엄마한테 요리 레시피를 물어볼 때면 어김없이 엄마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 이상하게도 난 이 말이 참 좋다. 달그락 달그락. 


이 단어 안에는 소복한 정성과 기다림의 시간이 담겨있다. 스토브에 불을 켜고 기름을 두른 뒤 프라이팬이 적당히 달궈졌을 때 고소한 냄새가 날 때까지, 혹은 윤기가 자르르 나는 색으로 변할 때까지 충분히 주걱으로 볶아 준다. 이 표현이 가장 적절히 사용되는 요리가 바로 카레가 아닐까 싶다.  

버터를 두른 냄비에 네모 모양으로 썬 양파를 가득 넣고 달그락달그락 캐러멜 색이 날 때까지 약불에 계속 휘저어주는 것. 이게 카레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그런 다음 추가로 집에 있는 야채(감자, 당근, 버섯)를 적당한 크기로 깍둑 썰어 함께 볶다가 총총 썬 소시지를 넣는다.  

그리고 물을 붓고 일본 고형 카레와 한국 카레가루를 2대 1 비율로 넣는다. 카레가 뭉근해질 때까지 약불에 조금 더 끓이면서 가끔씩 주걱으로 저어주면 간단하지만 맛난 카레가 완성된다.   

 

베를린에서 여러 명이 함께 사는 WG(셰어 하우스)에 산 적이 있는데 하우스메이트 중 공대를 다니던 친구가 유난히 한국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한 번은 엄마가 큰 맘먹고 한국에서 보내준 김치를 작은 유리병에 나눠 담고는 비닐로 몇 겹씩 돌돌 말아서 냉장고 구석에 소중히 넣어놨다. 

하루는 냉장고에 남아있던 소시지를 총총 잘라 이 소시지 카레를 만들었는데 잠시 후 부엌에 들어온 룸메이트에게 예의상 한번 맛보겠냐고 물었다. 그런데 웬일로 흔쾌히 먹겠다고 하더니 한 그릇을 후딱 비우고는 처음으로 조금만 더 먹어도 되냐고 묻는 게 아닌가.

얼마 전 한국에 왔을 때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내 앞에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는데 불현듯 아들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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