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스플리트
스플리트에 이틀 동안 머물며 매일 미사와 영성체를 봉헌했다. 미사 후에는 묵주기도 5단을 바치고, 성당 뒤에 모셔진 성 안토니오 성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드렸다.
(*영성체란. 가톨릭에서 성체성사를 받는 일. 곧, 기독교의 성찬식을 일컫는 말.)
초에 불을 밝히며 기도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미약하지만 우리의 믿음과 정성으로 빚어낸 기도가 잘 전해지길 바랐다. 첫날인 만큼 시작의 의미로 1000여 개의 지향을 성 안토니오 성상 옆에 있는 기도함에 넣었다.
성당을 나와보니 저녁 8시가 넘었는데 낮처럼 밝았다. 잔잔한 아드리안 해의 물결에 하루 일과를 마친 배들이 조용히 불을 밝히고 떠 있었다. 평화로웠다. 첫날 기도를 마친 우리의 마음처럼.
연 이틀 이동하느라 엄마의 무릎이 많이 안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스플릿 골목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쉬다 걷다 또 쉬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서로 발걸음을 맞췄다.
골목을 걷다 보니 어둑어둑했다. 숙소 방향으로 돌아가려는데 작은 성당이 있었다. 몇 번을 지나쳐 온 골목길이었는데... 벽에 붙은 성당 이름, 설명을 보니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성화가 모셔진 것 같다.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일요일에만 개방한단다. 아쉬운 마음을 사진으로 달랬다.
'다음에 오면 갈 수 있겠지. 또 갈 수 있는 곳을 남겨 두고 가니 좋다'
스플릿에서 시작된 54일 기도. 함께 기도하고, 함께 걸으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설렌다.
일명 <기도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지인분들. 한국에서, 베트남에서 그리고 순례길에서 한 걸음씩 발맞춰 걸어 나갈 앞으로의 시간들이 그저 감사하고 벅차기만 하다.
숙소에 돌아와 늦은 시간까지 짐을 다시 꾸렸다. 내일은 차를 빌려 크로아티아 수도인 자그레브로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하려고 한다. 처음 해 보는 렌터카 여정.
언제나처럼 '새로움이 주는 즐거운 긴장감'을 맘껏 느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