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머물렀던 시베니크를 떠나 크로아티아 세 번째 순례도시 '자다르(zadar)'로 향했다. E65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20여분 만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마트에 들러 생수와 쌀 등 몇 가지 필요한 것만 사고는 서둘러 숙소에 짐을 풀었다.
크로아티아 고속도로 휴게소
간단히 빵과 커피로 점심을 떼웠다
자다르 대성당은 도시 센터(크로아티아어:Centar 가 써 있는 표지판을 보면 된다)에 자리하고 있어서 다시 차를 몰아 중심부로 들어갔다. 도로에 있는 P 표지판에 빈 자리를 찾아 주차해놓고 대성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물론 여기서도 주차요금은 선불정산이다. 주차비정산 기계는 카드와 동전이 가능하거나, 동전만 가능한 기계로 나눠져 있다. 동전은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차를 오래 세워 둘 경우 카드지불이 낫다. 그런데 카드 가능한 기계가 몇 군데 없기 때문에 미리 지불하고 빈 곳을 찾아 주차하거나, 카드 가능한 기계 근처에 세우는 게 좋다.
자다르 대성당 찾아 가는 길
우리가 찾은 성당은 성 스토시야 성당, 영어식으로는 성녀 아나시타시아 성당이다. 성녀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렌 마음으로 찾아 갔다. 성벽요새 도시인 만큼 고대 유물의 묵직한 멋을 지닌 도시와는 달리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의 시로카대로를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가까운 곳에 성당이 있다.
성당 입구에 들어섰는데 어쩐지 낯설지 않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설마...!
입구에 서서 안내를 하고 있던 어떤 여자분께 성당에 들어가겠다고 했더니 막아 선다. 미사하려고 한다 라고 했더니 오늘 미사가 없단다. 게다가 성당 안으로도 못 들어간다고 한다. 시베니크 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프라이빗 웨딩(비공결혼식)이 있었다. 가는 곳마다 결혼식이 있다니! 운이 따라도 너무 따른다. ㅎㅎㅎ
(여행 중에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보면 행운이 따른다는 여행자들 사이에 속설이 있다^^)
미사를 봉헌해야 하는데 어쩔 줄 몰라하며 그럼 미사있는 곳이 가까운 곳에 없는지 물었더니 있단다. 마침 아까 이 곳 숙소 주인한테 받아 뒀던 자다르시내지도를 보여줬더니 깔끔한 설명과 함께 저녁 7시에 미사가 있다고 말해줬다.
성 스토시야(성녀 아나시타시아) 성당에서 걸어서 3분. 성 프란치스코 성당이다. 어쩜 성당 이름까지, 시베니크 때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을 수가! ㅎㅎㅎ;;
다행히 미사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슬슬 걸어갔다. 가다 보니 차를 주차해 놓은 곳 바로 옆이었다. 코 앞에 두고 빙 돌았다. 역시 순례는 희생이 따른다! ㅎㅎㅎ
자다르 성 프란치스코 성당 찾아가는 길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하늘빛 옷을 입고 계신 예수성심상이 눈에 띄었다. 얼른 가방에서 기도지향을 쓴 종이를 꺼내 봉헌드렸다. 미사가 끝나면 성당 관리하는 아저씨께서 열쇠꾸러미를 들고 철커덩철커덩 소리내면서 바로 성당 문을 닫기 때문에 서둘렀다.
자다르 성 프란치스코 성당
제대 맨 앞에 앉아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동시에 성당에서도 미사 전 묵주기도가 시작되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성당 안에 울려 퍼지는 묵주기도 소리가 듣고만 있어도 우리의 기도까지 하늘에 닿을 것 같았다. 기도를 마칠 때쯤 성당 중간에 있는 열린 문으로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궁금해서 나가봤다. ㅎㅎㅎ
웨딩촬영이 한창이다. 가는 곳마다 축복이다. 수도원 성당이라서 그런지 작은 회랑을 돌아 경당이 있었는데 이곳엔 안토니오 성인상이 모셔져 있었다. 고개를 숙여 잠깐이지만 성인의 전구하심을 청하고는 미사를 드렸다.
자다르 성 프란치스코 성당 십자가의 길, 미사드리는 모습
이동을 하다보면 미사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이렇게 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한국에선 마음만 먹으면 드릴 수 있는 평일미사가 얼마나 귀한 은총인지 새삼 깨달았다. 모든 것이 많으면 귀한 줄 모르고, 쉬우면 감사할 줄 모르게 된다.
아침부터 종일 정신없이 하루가 지났다. 엄마도 운전하랴 걸으시랴 많이 지치셨다. 그나마 가서 쉴 수 있는 숙소가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