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chrome blues Dec 11. 2021

이번 주말, 즐거우신가요?

지겹고 무기력한 당신, 잠깐만 와보세요.

  제목에 끌려 무작정 들어온 당신,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좋아하는 일을 하던 중이었나요?


   저는요, 혼자 노는 게 좋아요. 즐겁고 편합니다. 스스로도 ‘혼자 놀기’에 특화되어 있다 자부합니다. MBTI로 따지자면 외향의 E와 내향의 I가 번갈아 나오는데, 아무래도 I가 강해서 그런가 봐요. 저는 사람을 만날 때 에너지를 소모하는 사람이거든요. 친구들과 MBTI 얘기를 하는데 집안에 있을 때 에너지를 소모한단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충전이 아니라 방전이라니요. 신기했습니다. 전 집안에 있을 때 충전되고 사람을 만날 때 무조건 방전이거든요. 그게 직장상사이든 친구이든 똑같이 동작하죠. 단지 속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외로움도 딱히 타질 않아 더 그럴 수도 있겠어요. 당연히 혼자면 적막하죠. 쓸쓸하고. 근데 뼈에 사무칠 만큼, 못 견딜 만큼 그렇진 않아요. 되려 혼자라서 편할 때도 있으니깐요. 


   몇 년 전 '혼밥레벨'이란 단어가 유행이었습니다. 혼자 어떤 음식까지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인데 편의점 삼각김밥부터 김밥천국, 맛집, 패밀리 레스토랑 등등의 난이도가 있었습니다. 대충 아홉 개 내지 열개쯤으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말입니다, 보통 제일 높은 단계가 술집이더군요. 저는 딱히 꺼려지는 지표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패밀리 레스토랑 빼곤 실제로 다 혼자 가봤던 적이 있거든요. 패밀리 레스토랑도 투움바 파스타가 당기면 못 갈 일도 아니라 생각하고요. 혼자 술집에 가는 건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그건 오로지 돈 때문입니다. 집에서 혼술로 마시면 훨씬 값싸고 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으니깐요. 네,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최소한 우리나라에선 이런 부류를 신기해합니다. 당장 스스로부터도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으니 말 다했죠. 가끔 어딘가 잘못되진 않았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니다. 솔직히 이런 성향이 유별나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최소한 물과 기름처럼 사회에 스며들지 못한 적은 없는데도 괜스레 말이죠. 혼자가 편하지만 여럿이 싫지도 않습니다. 아니, 좋아해요. 막상 여럿이 만나 놀면 시끌벅적하고 흥겹잖아요. 그럼에도 혼자노는 일도 즐기는 거죠. 저에겐 그 둘이 그저 짜장이냐 짬뽕이냐 선택지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근데 남들에겐 혼자 놀기가 짬뽕보단 군만두와 비슷한가 봅니다. 친구들과 중국집에 점심 먹으러 가서 각자 짜장면이나 짬뽕을 시키고 있는데 한 친구는 자기는 군만두를 먹겠다고 하는 느낌이죠.  


   실제 경험담을 하나 꼽자면 이런 겁니다. 본가가 꽤 먼 편이라 자주 가진 않거든요. 그래도 어쩌다 가끔씩 내려가 뒹굴거리고 있을 때가 있어요. 부모님께선 오래간만에 본 자식이 반갑기도 하고, 하루 이틀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시거든요? 근데 이게 거의 집에 갈 때쯤 되면 누워서 '무족(無足) 보행'하고 있는 절 쳐다보는 눈빛이 약간 한심스러워지실 때가 있어요. 


넌 친구도 없니?


   조금 순화시켜, ‘넌 이 동네엔 만날 친구가 없니?’라며 질문하실 때가 딱 그런 타이밍이죠. 뭐 이제 고향 쪽엔 깐부가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해요. 근데 그전에 전 분명 쉬러 간 거란 말이에요. 친구를 만날 거면 굳이 집까지 안 내려왔죠. 그냥 그게 좋아서 뒹굴거리고 있는 겁니다 전. 절대로 궁상떠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절대 절대로. 


   혼밥, 혼술, 혼자 놀기. 몇 년 전에도 세상에 있어왔던 단어는 맞습니다만, 결국 ‘혼자’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인지 썩 반기진 않았던 듯싶습니다. 외톨이, 또는 ‘히키코모리’, 방구석 폐인 등등. 21세기에 사는 사람으로서, 차별받는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만 우려 섞인 시선은 늘 받아왔죠. 혼자 등산 가면 친구가 없나, 집에서 술 마시고 있다면 알코올 중독자도 아니고 뭐 굳이 방구석에서 혼자 홀짝 거리고 그러나 등등. 유별난 사람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짠한 사람’ 내지 신기한 사람을 도맡아왔습니다. 참고로 시대 풍조를 논하려는 건 아니고, 경험담입니다.  


   ‘인싸’, ‘아싸’를 구분하기 전부터 저는 태생이 ‘아싸’였어요.
백 번 봐줘 자발적 '아싸'라 할지라도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네요. 이런 날이 올 줄도 몰랐지만, 타의에 의해서는 정말 예상 못했습니다. 어느 날 눈떠보니 개인의 선택과 별개로 혼자 놀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단어가 개인적 취향이 아닌 생존과 사회의 안전과 직결되는 시기가 되어버렸으니깐요. 그렇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짐작하듯, 지금은 코로나 시대입니다. 


   본의 아니게 이 시대에 적합한 유형으로 다시 태어나 버렸네요. 옛날 같았으면 많이 먹는 사람보고 '식충이'라 놀리거나 조선시대 같았으면 곤장 맞았을지도 몰라요. 근데 지금은 '먹방 유튜버'해볼 생각 없냐고 권하는 사회잖아요? 이런 느낌으로 시대가 변함에 따라 거기에 맞는 유형도 시시각각 변해갑니다. 요새는 집 밖이 위험하대요. 근데 전 집안도 좋고, 혼자서도 즐거워요. 보통 이런 사람들을 ‘내향’적이라 하더군요. 옛날에는 보통 외향적인 사람 VS 내성적인 사람 두 분류로 나눴는데 이제는 네 종류래요. 외향, 외성, 내향, 내성 이렇게요. ‘성’이라 함은 성향을 말하고, ‘향’은 방향을 말한다고 하더군요. 예를 들어 내향적인데 외성적이라면 관심사는 내부, 즉 자기 자신에게 있지만 외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꺼리지 않는 쪽이라 합니다. 굳이 따지면 스스로 내향적이면서 외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딱 저렇습니다. 


혼자서도 할게 너무 많아요. 바쁩니다. 진짜 바빠요. 홀로 재밌게 놀려면 그만큼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야 할 텐데. 통장은 텅장일지라도 취미는 부자랍니다.  


   취미 부자. 저를 위한 단어입니다. 넓고 얇게 까지는 아니지만, 취미에 있어서만큼은 '수집가'이라던가 '부자'로 불릴 만큼 이거 저거 많이 해봤습니다. 최소한 한번 시작하면 입문자 딱지는 무조건 뗍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거나 하고 싶어 하진 않아요. 신중하고 근성있는 성격이라 취미가 많은 것에 비해 무조건 덤벼들진 않습니다. 진짜 구미가 당기고 궁금할 때, 집중적으로 팍 달려보는 타입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주변에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할 때 어색한 공기를 깨야할 때. 취미를 물어보고 정적이 다시 깔린 기억은 없습니다. 어떻게든 하나는 꼭 걸립니다. 나름의 생존 방식, 또는 아이스 브레이킹 비법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알아가는 관문으로 그 사람의 취향을 궁금해합니다. 소개팅을 하거나 새로운 모임에 나갔을 때. 혹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저도 말이에요. 솔직히 요새는 너무 지나친 개인정보를 묻는 일은 부담스럽잖아요. 당장 회사에서도 증명사진이라던가 불필요한 정보는 묻지 않는 일이 미덕이 되어버렸고요. 아무튼, 누군가를 알아감에 있어 호구조사를 써먹지 않는다면 참 힘든데 여간해서는 써먹기 힘들어졌어요. 그러다보니 엄청난 ‘인싸’가 아닌 이상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끊기지 않고 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공통 관심사를 찾아 이야기를 연결시켜 가야 하는데, 이때 만만한 게 취미죠. 너무 개인사도 아닌데 적당히 말 이어가기도 좋고. 서로 겹치는 소재가 있다면 일단 상대와의 호감도를 높이기에도 좋고 말입니다.  


   근데 꼭 이러한 필요뿐만 아니라 취미는 스스로에게도 중요합니다. 죽도록 일만 하며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단 말이죠. 휴식일 수도, 유희일 수도, 자기 계발일 수도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일과 돈 버는 일이 일치하면 좋다는 사람도 싫다는 사람도 있다만, 그게 겹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으니. 일단은 같지 않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은 축복입니다. 현대인일 수록 스트레스에 취약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데, 보통은 취미를 통해 내적 평화를 얻기 마련이니깐요. 흥미로 시작한 무언가에 욕심을 내고 잘하고 싶어 안달 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생업에 직결되는 일은 아니니 그 정도 불만은 애교 아니겠습니까? 


   ‘업글인간’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트렌드 코리아 2020’에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 글을 쓰려 인터넷을 검색하다 처음 봤어요. 성공보다 성장에 집중해 자기 계발을 추구하려는 방향성이라고 하네요. 단순히 직업 간의 경계를 넘어 건강이나 취미, 지식 등 전반적인 성장을 일컫는다 합니다. 정의대로 보자면, 저는 업글인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네요. 다양한 관심사에 맞게 이런저런 일들에 몰두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게 저란 인간의 성장과 직결되어 있는진 모르겠거든요. 인생에 반드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가 싶습니다. 성장하면 좋겠지만, 모든 일에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며 팍팍하게 살 수 있을까요? ‘업그레이드’이든 ‘옆그레이드’이든 간에 취미와 취향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거잖아요. 좋아서 한다, 하고 싶어서 한다. 이 정도만으로 충분하리라 믿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 어때요? 혹시 혼자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막막하신가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하나씩 오픈해볼게요. 이미 좋아하고 관심 있는 취향이 있거나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 그래도 좀만 기다려봐요. 취향이란 건 얽히고설킨 칡덩굴 같더이다. A를 좋아하면 B에도 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취미를 꾸려가는 일은 저마다 다양하니, 얘는 어떻게 하나 궁금할 수 있잖아요. 하다못해 쟤는 뭘 얼마나 알고 떠드나 호기심이 동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해지치 않아요. 일단 와서 봐보세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나 돈을 들여야 하는지 애매한가요? 저 사람은 너무 전문적이어 보이고, 요건 광고 같고... 그렇다면 이곳에서 발행할 콘텐츠를 기다려주세요. 제가 재능기부 할 정도로 전문적으로 내세울만한 건 없지만, 친절하면서도 적당히 깊이있는 내용으로 소개할 만큼은 알거든요. 혼자 즐기기에 적합한, 이런저런 취미들이 쌓여있어요. 직접 혼자 체득하고 해온 거니깐. ‘쟤가 밟아온 길이 정석이다’까지 말할 순 없더라도, 안 해봤는데 해봤다고 거짓말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과하게 하긴 싫고, 맨땅에 헤딩은 부담되시나요? 종류에 따라 배움도 필요하고 돈도 써야 할 수도 있긴 합니다만 최소한 이 정도는 써야 한다고 가늠을 해보실 수 있을 거예요. 나름의 시행착오들도 거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깐요.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어떤 취향인가요? 거침없이 내세울만한, 애정 하는 무언가가 있으신지요? 혹시라도 없다면, 그런데 궁금은 하다면. 제가 앞으로 써나갈 취향의 키워드에 주목해주세요. 같이해도 좋지만, 혼자 해도 스스럼없을 친구들이 줄 서서 대기 중이니깐요. 제가 가진 취미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혼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지점으로 알려드릴게요. 어지간한 취향은 다 있을 거예요. 뭐든 분명 하나는 걸릴 테니 기다려보세요.  


   비록 질문의 답을 오늘 내어드리진 못했지만. 반드시 찾아드릴게요. 꼭, 반드시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