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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o Feb 20. 2022

마블 코믹스 앱이 한국 웹툰에 시사하는 3가지 인사이트

마블코믹스에서 만든 코믹스 앱 '마블 언리미티드'에서도 드디어 웹툰처럼 스크롤을 통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처럼 앱 리뷰를 해봤습니다. 빠르게 사용 후기를 3줄로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마블 코믹스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작품정보의 접근성은 구독결제를 하는데 큰 신뢰감을 준다

    미국 코믹스 독자들이 한국 웹툰을 감상할 경우 학습이 필요할 수 있다  


마블 코믹스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마블 언리미티드 앱에서 최신 작품들을 감상해봤더니 정말로 스크롤 감상이 기본설정으로 되어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감상 방법이 단순히 스크롤로 바뀐 것이 아니라 스토리 연출법도 스크롤 감상에 최적화되어있던 것이죠, 마치 웹툰처럼 말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야 웹툰 감상법을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을 해왔으니 이게 왜 놀라운가 싶겠지만 영화 아이언맨 1이 나오기 이전부터 미국 코믹스 원서를 즐겼던 제게는 매우 충격적인 일입이다. 왜냐하면 미국 만화시장은 아직도 출판만화의 비중이 커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작품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코믹스 앱은 출판만화를 스캔해서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수준입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콘텐츠라고 할 수 없죠. A4 사이즈의 만화책 1페이지를 스캔한 뒤 그대로 스마트폰에 업로드해서 감상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말풍선의 글씨는 물론이고 캐릭터의 표정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source: Marvel Unlimited (https://youtu.be/s1BEKixNJws)

 그렇다고 이미 만들어진 만화책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도록 새롭게 편집한다면 많은 제작시간과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감상법이 '스마트 패널'인데, 이런 해결책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롤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큰 변화를 상징합니다. 마블 코믹스가 앞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는 출판만화용 콘텐츠와 스마트폰용 콘텐츠를 각각 따로 만드는 전략을 취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작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일이라 해도 말이죠. 그렇게해야 한국 웹툰이 휩쓸고 있는 디지털 코믹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미국 만화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이 이런 변화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곧 다른 만화기업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웹툰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웹툰 업계에 일하는 사람으로써 대단히 뿌듯합니다.


작품정보의 접근성은 구독결제를 하는데 큰 신뢰감을 준다

 마블 언리미티드 앱은 넷플릭스처럼 월 구독결제 방식을 채택했는데 인상적이었던 점은 결제 페이지였습니다. 앱을 실행하고 1초도 안 되서 작품을 감상하고 싶으면 결제하라고 유도하는데요...

source: Marvel Unlimited

국내 웹툰 플랫폼에서 이런 전략을 취했다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전략이 가능한 것은 마블코믹스의 영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아이언맨  1'이 나온지 벌써 10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엔드게임까지 이어진 마블코믹스 영화의 성공은 현재 마블 언리미티드 앱에서 연재 중인 작품들을 전세계적으로 홍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원작 마블코믹스에 대한 정보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혹은 SNS 커뮤니티로부터 퍼지면서 마블 코믹스의 작품 정보를 접하기가 매우 쉬워지기고 했고요. 사람들은 상품구매를 하기 전에 상품과 관련된 정보를  확신이 생길때까지 찾아보는 경향이 있는데 마블 코믹스 작품들은 이런 환경이 잘 조성된 것 같습니다. 사용자들이 작품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을요. 이런 환경 덕분인지 앱을 실행하자마자 바로 나오는 결제 페이지를 보고서도 저는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마블 코믹스 작품들에 대한 신뢰가 쌓여있는 상태니까요(반면에 마블코믹스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용자들에게는 거부감이 클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하고보니 유료 웹툰의 장벽을 없애는 건 기다무 같은 프로모션만 있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뢰를 주는 콘텐츠 브랜딩, 작품 정보에 대한 접근성 개선 등을 통해서 사용자들에게 작품의 재미에 대한 신뢰도를 심어줄 수 있다면 유료 웹툰에 대한 거부감이 더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코믹스 독자들이 한국 웹툰을 감상할 경우 학습이 필요할 수 있다

미국 코믹스가 처음인 웹툰 사용자들에게 마블 언리미티드 앱은 상당히 낯설 수 있습니다. 만화 제작방식이 한국 웹툰과 큰 차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미국 코믹스에 존재하는 시리즈이슈에 대한 개념이 국내 웹툰 사용자들에게는 생소할 것 입니다. 미국 코믹스 작품들은 연재가 100년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스파이더맨만 하더라도 각 세대별 독자들의 특징을 반영하여 많은 다양한 종류의 스파이더맨들이 존재합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얼티밋 스파이더맨, 올뉴 스파이더맨 등 작품명은 다 똑같은 스파이더맨이지만 각 작품에 나오는 스파이더맨들은 독립된 설정과 세계관을 갖고 있는 다른 캐릭터들입니다. 위에서 나열한 각 스파이더맨 작품들을 구분하는 단위가 시리즈입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스토리를 1화, 2화, 3화...등으로 구분하는 단위는 이슈라고 하고요.  추가로 각 시리즈도 시빌워, 어벤져스 같은 이벤트에 따라 별도의 시리즈로 구분이 될 때도 있습니다.  한국, 일본 만화에 익숙한 국내 독자들은 작품의 정보구조를 다양한 이벤트로 구성되어있는 하나의 시리즈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렇게 미국 코믹스와 한국 웹툰에서 시리즈/작품을 구성하는 개념이 다르다보니 보고 싶은 작품의 정보를 탐색할 때 혼돈스러울 수 있습니다.

source: Marvel Unlimited

 미국 코믹스에서의 시리즈와 이슈의 개념을 이해하셨나요? 전 처음에 이런 개념을 몰라서 원하는 코믹스 작품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걸렸습니다. 반대로 미국 코믹스 독자 입장에서는 웹툰의 개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첫 경험을 기준으로 다음의 경험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시리즈와 이슈 개념이 다른 미국 코믹스 독자들이 한국 웹툰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도 원하는 작품을 찾는 과정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출판만화 감상 및 스마트패널로 감상하는 것에 익숙한 미국 코믹스 독자들에겐 스크롤로 만화를 감상한다는 것이 낯설고 혼돈스러울 수도 있고요. 하지만 다행히 웹툰의 정보구조(시리즈, 이슈)와 스크롤 감상법은 코믹스에 비해 단순한 편이고 웹소설 같은 다른 서비스를 통해서도 학습할 수도 있어서 웹툰 문화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이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미국 코믹스 독자들이 서비스의 사용법뿐만 아니라 작품정보 및 감상방법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겪는 혼돈을 없애나간다면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는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마블 언리미티드 앱을 리뷰하니 웹툰의 글로벌화를 위해서 신경써야할 고민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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