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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옥이네 Oct 15. 2020

천상의 정원에서 진정한 휴식을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군북면 수생식물학습원

하늘과 산, 대청호의 푸르름을 한눈에 어우러 담을 수 있는 곳, 군북면 대정리 수생식물학습원이다. 2008년 개장해 지금까지 수백 종의 수생식물과 나무를 가꿔나가고 있는 이곳은 관광과 농업을 겸하는 관경농업의 현장이기도 하다. 각종 매체에 앞다투어 소개될 뿐만 아니라 멋진 풍경으로 SNS용 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지만, 이곳은 사진만 남기는 곳은 아니다. 잘 조성된 산책로를 거닐며 만나는 바람과 숲내음, 대청호 풍경은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숨통을 틔어주고, 그동안 잊고 있던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눈앞에 펼쳐진 대청호만큼이나 산책로 구석구석 숨은 꽃과 나무, 작은 교회도 마음을 위로한다.     


먼저, 이곳을 방문하려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전화 예약이 필수다. 방문 시각과 인원수, 그리고 예약자 대표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면 끝이다. 방아실의 구불구불한 언덕을 넘어 수생식물학습원에 도착하면, 매표소에서 예약자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표를 받은 후 입장할 수 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체온 확인 및 명부를 작성한 후 입장한다.     


이제 뒤를 돌아보면 ‘개구멍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문이 보인다. 옆의 큰 문에 현혹되지 말 것. 작은 문이 바로 천상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넓고 큰 것보다 좁고 작은 것

처음 마주하는 입구도, 입구를 지나 정원으로 들어서는 길도, 정원을 둘러보는 길도 모두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작고 좁다. 행여 뒷사람의 통행에 방해가 될까 발걸음을 재촉하다가도, 곳곳의 ‘천천히 더 천천히’, ‘바람보다 빨리 가지 마세요’, ‘거북이처럼 걸으세요’ 등의 문구가 급해지는 마음을 멈추게 한다.     


큰 빌딩과 많은 사람, 그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바쁜 것이 미덕’인 양 살아가는 현대인들. 하지만 이곳은 자연과 교감하며 내면을 돌아볼 수 있게끔 ‘좁게, 작게, 천천히’를 주제 삼아 설계했다. 잘 가꿔진 나무와 푸른 하늘 아래 잔잔한 대청호 그리고 꽃에 날아드는 나비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가 더해지는 느낌이다.



이곳에는 또 하나의 ‘작은 것’이 있다. 둘레길 끝자락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이 그것. 네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교회당에 신을 벗고 들어가면 대청호가 바로 발밑에 있는 듯하다. 


이 산이 바다였다는 지질학적 증거

수생식물학습원에서는 독특한 바위를 볼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퇴적물이 보이는 이 검은색 바위는 이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바위의 명칭은 ‘흑색 황강리 층 변성 퇴적암’. 수생식물학습원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군북면 항곡리에서도 같은 바위의 군락(돌팡깨)을 볼 수 있는데, 이 퇴적암은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주 오래전, 이 지역 일대가 바다였다는 사실을 이 바위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 원생대(선캄브리아대 후반에 속하는 25억 년 전~5억 7000만 년 전까지의 지질시대) 말에 퇴적돼 변성된 층들이 기반을 이루고 있으며 중생대 쥐라기 말과 백악기 말에 관입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학에서 지질학을 배우는 학생들도 방문해 화석을 발굴하기도 했다는데, 위험한 곳이 아니면 울타리를 치지 않아 마음껏 관찰하고 올라가 볼 수 있다. 천상의 바람길을 지나 넓은 잔디밭 옆 변성 퇴적암의 ‘땅끝 오름’에 올라 팻말에 쓰여있는 것처럼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사방을 둘러보’자. 탁 트인 대청호가 몸을 감싸 안고 시원한 바람이 어디론가 데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곳 정원의 건물들은 이국적인 느낌을 풍겨 포토존이 되기도 한다. 검은색 벽면에 뻗어오른 담쟁이까지, 변성 퇴적암이 주를 이룬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모습이다. 건물 설계 때부터 고려한 풍경이라고. ‘집이 아니라 자연이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건물이 자연 속에 묻힐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달콤한 풍경을 위한 짧은 고통의 시간

모든 곳이 전망대 같지만, 특별히 호수와 산과 정원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달과 별의 집’ 꼭대기인데, ‘전망대 오르는 길은 무섭습니다. 위험합니다. 강심장만 올라갑니다’라는 경고문(?)이 눈에 띈다. 자물쇠로 잠가놓기까지 한 전망대 오르는 길은 마치 중세시대 군사 초소와 같은 느낌이다. 많은 사람이 굳게 닫혀있는 문에 돌아서곤 하는데, 사실 혹시 모를 어린이 사고에 대비해 닫아놓은 것일 뿐, 출입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떨리는 다리와 난간을 잡은 손에 맺힌 땀을 이겨내고 전망대에 오르니, 사진에 담기지 않는 풍경이 눈에 꽉 찬다. 이곳의 지형과 건물들, 빽빽한 나무와 발 아래 호수를 한껏 느껴보자. 오르내릴 때는 조심 또 조심!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망대에 오르지 않고 정원 안에서 자연을 누리는 것을 추천.     


하늘을 품은 수생식물

특히 이곳의 풍경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수련을 비롯한 수백 종의 수생식물이다. 파피루스, 속쇄 등 국내에 자생하는 거의 모든 종의 수생식물을 입구부터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물이 가득 찬 크고 둥그런 화분에는 하늘풍경이 그대로 비쳐들어 색다른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이곳의 대표적인 수생식물은 역시나 수련. ‘수련농장’이라는 이름을 붙인 공간도 찾아볼 수 있는데, 수련 분양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수련은 번식이 뛰어나 금방 개체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분양이 크게 부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수생식물 재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문의해봐도 좋겠다.     


가을이면 잔디밭에서 음악회를 열고, 봄이 되면 정원의 나무와 각종 야생화가 만발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드는 이곳. 올해는 코로나19로 휴관일이 많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곳은 계절을 따라 차근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커다란 자연 속, 호수 정원에 몸을 맡기는 순간의 기쁨. 나를 얽매고 있던 굴레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쉼을 누리고 싶다면, 조만간 수생식물학습원을 조용히 찾아보는 건 어떨까. 형형색색의 봄을 위해 겨울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올해 이곳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도 길지만은 않다.



수생식물학습원

주소 :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길 248

전화번호 : 043.733.9020

홈페이지 : www.수생식물학습원.kr

운영시간 : 월~토 / 여름철(3월~10월) 오전 10시~ 오후 6시 / 겨울철(11월~12월) 오전 10시~ 오후 5시 / 매주 일요일 & 1월, 2월 휴관

*전화 혹은 홈페이지로 예약 필수



글 사진 소혜미

월간옥이네 2020년 10월호(VOL.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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