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의 연애와 결혼

그 사이 어딘가의 전통과 현실

by 형형색색

인도에 처음 왔을 때, 나는 단순히 이렇게 생각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중매결혼을 하나요?’

그런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랑은 자유로워졌지만, 결혼은 여전히 사회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많은 인도 청년들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연애는 자유롭게, 결혼은 조건에 맞게’

인도 친구 프리야는

대학 시절부터 다섯 년을 만난 남자친구가 있다.

같은 캠퍼스, 같은 전공, 같은 도시 출신.

하지만 그들은 결혼할 수 없었다.

“카스트(신분)가 다르거든요.”

프리야는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인도에서는 여전히 많은 결혼이

가문, 종교, 카스트, 언어, 지역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사랑은 개인의 감정이지만,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합의다.

연애는 현대화되었지만,

결혼은 여전히 전통 안에 있었다.


부모는 결혼정보사이트를, 자녀는 데이팅앱을

한국에서 데이팅앱이 20대들의 연애 도구라면,

인도에서는 이중 구조가 더 선명하다.

자녀는 틴더(Tinder)로 연애하고,

부모는 샤디닷컴(Shaadi.com)이나 마트리모니앱으로 배우자를 찾는다.

같은 집 안에서, 같은 자녀를 두고

전혀 다른 두 개의 결혼 전략이 동시에 펼쳐지는 모습.

처음엔 웃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간극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큰 무게로 다가오는지 알게 되었다.

한 친구는 “부모가 나 몰래 프로필을 올려서

매주 낯선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적절한 상대’를 찾아야 하는 압박감은,

연애는 자유롭게 해도 된다. 하지만 결혼은 딴 얘기야.

라는, 그들만의 오래된 합의였다.


도망쳐서 결혼하는 사람들 – 러브 매리지

물론 인도에도 연애결혼(Love Marriage)은 있다.

하지만 종종 “부모의 반대를 피해 도망가는 결혼”으로 불린다.

심지어 일부 커플은 '러브 매리지 전문 상담소'나

'보호소'에 신변을 의탁하며 혼인 신고를 한다.

이런 현실은

“인도는 연애를 허용하지만,

사랑을 실현하는 데는 수많은 장벽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말이

용기이자, 결단이며, 때론 사회적 투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혼인 평균 연령은 점점 늦어지고 있고

이종 종교, 이종 언어 커플도 서서히 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교육 수준 향상,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청년들 스스로의 욕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인생의 당연한 수순’이 아닌,

‘선택 가능한 관계의 방식’으로 보는 시선이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다.

프리야는 이제 더는 울지 않는다.

그는 부모와 끈질긴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그 남자와 함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아직 모르지만, 포기하진 않으려고요.”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은 개인의 일, 결혼은 사회의 일

인도에서 사랑은 영화처럼 자유롭고 격정적이지만,

결혼은 여전히 시스템 안에서 허락받아야 하는 절차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누군가는 묵묵히 틈을 넓히고 있다.

사랑과 결혼 사이,

그 경계에서 수많은 인도 청년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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