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마지막 발걸음 위에서, 침묵하게 되는 순간
델리에 머물며 며칠간 관광지를 둘러보다가, 어느 날은 조용한 공간이 그리워졌다.
그때 택시 기사가 추천한 곳이 바로 간디 스미리티(Gandhi Smriti)였다.
정확히는 “간디가 마지막으로 머문 집”이라고 했다.
별 기대 없이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길엔 왠지 모를 숙연함이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간디 스미리티는 인도의 수도 뉴델리 중심부,
번화한 교차로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도착하는 단정한 저택이다.
원래는 인도 대부호 비르라 가문의 저택이었지만,
1947년 독립 이후 간디가 여기에 머물며
평화와 화합을 위한 마지막 나날을 보냈다.
대문을 들어서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정원은 단정하고, 그 안의 길은 좁지만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엔 간디의 마지막 발자국이 남아 있다.
진짜로.
돌 바닥에 금속으로 박힌 ‘발자국 모양’은
1948년 1월 30일, 그가 산책을 하러 나가며 밟았던 실제 동선을 따라 놓여 있다.
그 마지막 지점에는,
‘그날 그 자리’에 선 간디의 동상이
조용히 앉아 있다.
그날, 간디는 평소처럼 정원 끝의 기도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총성을 맞았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헤 람(He Ram)” — “오, 신이시여”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라고 한다.
현장을 둘러보면, 무거운 슬픔보다도
그가 마지막까지 품고 있던 평화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죽음의 흔적이 아니라,
그가 왜 싸웠고,
무엇을 남기고 갔는지를 말없이 전하는 공간이다.
간디 스미리티 내부는 박물관처럼 구성되어 있다.
간디가 쓰던 안경, 물레, 손글씨 노트, 실제 침대가 보존되어 있고,
당시 독립운동을 이끌던 장면들이 사진과 영상으로 재현되어 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의 정신을 느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방문객 대부분이 조용히 걷고,
아이들조차 웅성대지 않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공간의 공기 자체가
사람을 조용히 만들고,
한 발짝씩 천천히 걷게 한다.
인도의 독립운동은 수많은 인물과 사건으로 이뤄졌지만,
그 중심엔 늘 간디가 있었다.
그가 이끈 ‘비폭력·불복종’ 운동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삶의 태도였고,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 쓰는 과정이었다.
간디 스미리티는 단순히 누군가의 ‘기념관’이 아니다.
이곳은 오늘날 인도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다원주의적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산 교육의 현장이다.
그곳을 나오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어떤 가치를 위해 살아가고 있지?”
간디의 삶은 그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오래도록 품게 만든다.
그게 어쩌면,
가장 깊은 유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