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심히 해서 실패하거나 낭패 본 일이 있나요? 저는 열심히 했지만 실패한 적이 많습니다. 어려운 어른 앞에 가서 잘 보이려고 하다가 긴장해서 이상한 말을 하게 되기도 했고요. 장학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할 때도 간절하게 원하면 안 되다가 마음을 내려고 있을 때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될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교양필수과목으로 체육을 들어야 했습니다. 배구를 수강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운동을 하지 않았고, 체육을 정말 못했어요. 우리 때는 대입 시험에 체력장이 있었는데 20점 만점이었습니다. 대부분 20점을 받았고 1점이라도 떨어진 아이는 속상해서 난리가 났죠. 기본 점수가 15점인데 저는 16점을 맞고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못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운동신경이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나는 운동 못하는 아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니다. 주변 사람들도 저를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래도 수업 시간에 빠지지 않고, 배구 연습을 했습니다. 마지막 점수를 매길 때 개인으로 테스트했다면 그나마 어느 정도 점수를 받았을 겁니다. 혼자하는 공치기 연습인 언더핸드 리시브는 잘했거든요. 그런데 팀으로 게임을 해서 점수를 주겠다는 겁니다. 평소 같이 연습하던 친구들과 팀이 짜여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종 시합을 하기위해 인원 배정을 하면서, 강사는 우리 팀에 낯선 애를 한 명 끼워 넣었어요. 그 아이는 키도 중간 이상은 되었고,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체격으로 기본 뼈대가 튼튼해 다부져 보였습니다. 단발 머리였지만 약간 남자같은 분위기도 풍겨 운동을 잘하게 보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새로온 아이는 성적을 매기기 위해 선수로 뛰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마 중간 체점 때 테스트를 받지 못했고, 중간에 수업을 들어왔던 것 같아요. 선수로 뛰는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저는 우리 팀에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양보했습니다. 거칠게 하는 게임은 자신이 없었거든요. 저는 내가 빠져서 팀에 민폐를 안 끼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 때문에 지면 정말 미안하잖아요.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새로 들어온 아이는 뒷줄 코너에 배치됐습니다.
문제는 상대도 배구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공이 계속 코트의 선을 넘어 공이 떨어져서 아웃이 되었는데도, 우리 팀이 된 새로 온 아이가 선을 아웃된 공을 달려가서 기어이 손으로 터치하는 겁니다. 선을 넘어간 공이니 가만히만 있어도 우리가 점수를 따는 건데 말이죠. 나와 선수로 뛰지 못하는 다른 아이들은 '공을 받지 말라'라고 소리쳤는데도 못 알아듣더군요. '왜 공을 못 받느냐'? 는 소리로 들었는지 더 열심히 했습니다. 나와 우리 팀 아이들은 속이 터졌습니다.
새로 온 아이는 자기 때문에 계속 점수를 잃으니, 필사적으로 공에 손끝을 터치했습니다. 겨울에 땀을 뻘뻘 흘리고 얼굴도 상기돼서 말이죠. 자기가 새로 팀에 들어와서 우리들 점수를 다 까먹으니 더 긴장했나 봅니다. 상대편은 잘 됐다 싶어 계속 그 아이 쪽으로만 공을 보냈고, 결국 우리 팀은 참담하게 패배하고 D를 맞았습니다.
차라리 열심히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그렇게 패배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상대가 오히려 점수를 계속 잃었을 공이니까요. 때로는 너무 열심히 살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