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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man May 09. 2023

애완묘. 베리.

너는 참 한결같은 묘성을 가지고 있구나 ^^

따뜻한 봄날에 고양이 한 마리를 집으로 모시고 왔다. 2년 전 즈음 4월 따뜻한 봄날에. 석 달 정도 된 아기고양이였다. 그분과 둘이서 시내 애견애묘 거리를 거니는데 고양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구경이나 할 겸 샵에 들어갔다. 이렇게 이 녀석을 만나게 될 줄이야.


샵 안의 작고 예쁜 고양이들이 있는데, 유독 한 마리가 활기차면서도 눈에 확 띄었다. 백호 새끼 같은 모습인데 울음소리가 앙칼지고 움직임이 건강해 보였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녀석을 담고 집으로 가니 마침 주말이라 애들도 있었고 미디어를 보고 나서는 같이 보러 가자고 졸라댔다. 못 이기는 척 다시 샵으로 가족 모두 향했다.

처음 만난 베리


내심 여차하면 고양이를 키우고자 했던 맘이라 가족 모두의 결정을 통해 새 가족을 맞이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상황이었다. 내가 안목이 있는지 애들도 백호 녀석을 이구동성으로 예쁜 다했다. 그분께서는 새 생명을 들이는데 고민이 많아 보였다. 고민할 필요는 없다.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었다. 내가.


그렇게 집으로 모시게 되었다. 애들은 신나서 고양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1-2주 정도 애들은 늘 그 녀석 곁에 머물렀다. 그분은 털날린다고 침실 문을 늘 닫았다. 밍밍한 태도였다. 1주일이 지난 뒤 어느 순간 그분과 그 녀석은 한 몸이 되어있었다. 침실 안에서 그분은 그 녀석의 이름을 연신 불러댄다. "베리야. 베리야. 엄마한테 와". 이렇게 우린 가족이 되었나 보다.


모든 기존 가족들은 집에 오면 베리를 찾는다. 2년간 한결같이. 개냥이 베리 녀석은 머리를 귀가자에게 비비던지 아님 귀가자 앞에서 발라당 뒤집어 배를 보인다. 웃음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동안 건강하게 지내줬다. 큰 문제없이. 아빠를 닮아서 예민한 구석이 있어 제일 비싼 모레를 사용한다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모두의 행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족 외출을 하고 함께 귀가할 때면 돌아와서 우리는 늘 똑같은 포즈를 취한다. 고양이자세에서 머리를 바닥에 바짝 조아리고 선택을 기다린다. 같은 라인에 머리를 맞추고 말을 하면 안 된다. 베리는 저쪽에서 꾹꾹이를 하고 호랑이처럼 어슬렁어슬렁 와서 한 명씩 박치기를 해준다. 첫 번째로 박치기 선택을 받은 자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을 누린다.

청소년기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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