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왜 계속계속 아파요?

궁금함이 둥실 떠오른 4살 아기의 말에 심장이 또한번 저 밑바닥에 닿았다

by 날아라물개


친정엄마가 입원 전에 사시던 집 짐들을 정리했다



아빠 돌아가시고 내가 시집가기 전까지 1년 반 남짓

둘이 같이 살던,


신혼 1년차때 이사갈 집 입주 날짜가 맞지 않아

우리 부부가 잠깐 따로 살아야 하던때

내가 한달정도 들어가 살던,


그 이후로는 엄마 혼자서 외로움과 일상 그 중간 어디쯤에서 2023년 9월 말까지 살던 27평의 낡은 아파트.


엄마의 목소리와 시간은 그날 멈췄고,


이제 엄마는 천금같은 외동딸인 나를 알아보지도,

좋아하던 커피도 마시지 못하고


하루하루 앙상해져 가는 몸안에 갇혀 어둠 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벌써 1년하고도 반 이상이 지났다




짐 수거 업체를 불러 엄마의 손길이 닿은 물건들을

모두 정리하고

도배와 장판을 고쳤다.


나와 남편, 내 딸이 들어가 살며

혹시 모를 엄마의 퇴원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니, 사실 그건 핑계야.


엄마는 영원히 퇴원할 수 없음을 나는 잘 알고 있고

(요양병원에 입원할때 DNR을 신청했었다. 소생술 금지)


엄마의 의식이 다시 돌아올 확률이 희박하다는건

질릴만큼 들었고 확인했으니까



그냥,


엄마의 주소가 사라지는게 싫어서

내가 고집을 부렸다.


607호가 우리 가족과 아무 관계없는 곳이 되는 것도,

그 곳에 엄마와 온기와 흔적이 영영 사라져버리는것도


결정적으로,


나에게 ‘친정’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도 견딜 수가 없어서


내가 엄마 집에 ‘합가’를 한다는 모양새를 남기고 싶었다.






40개월된 내 딸은, 두돌 전에 마지막으로 본

외할머니의 존재를 가끔 기억한다.


병원에 면회를 다녀올때 아기에게

외할머니가 아프셔서 엄마가 반창고 붙여주고 올게

라고 얘기해주는데


그래서


아 그때 만났던 외할머니는 아야해서 잠깐 병원에 있구나


정도로 여긴다



어제 집 수리가 막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과 아기와 잠깐 들러 가구 배치를 의논하다가




엄마가 아마도 나를 떠올리며 쓰러져있었을

거실 한가운데에서 잠시 우뚝,


화장실을 둘러보던 아기가

‘이제 여기서 할머니랑 같이 샤워하는거에요?’

라고 해맑게 물어왔을때 또 한번 우뚝,



내 마음이 수시로 우뚝하며 굳어졌다.


여기에 엄마의 아픔을 덮고

우리가족의 밝은 에너지를 입히려고 했는데

나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현관에서 나가려는데 아기가


‘여기서 할머니랑 같이 살아요?’라고 물었다

(아기는 이곳이 외할머니가 사시던 곳임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보고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는

아기의 보드랍고 작은 볼을 쓰다듬으며


‘아니, 할머니는 아직 병원에 계셔서 당분간은 오지 못하실거야’


라고 말해줬는데




궁금함이 가득 차오른 동그란 눈을 한채로


‘할머니는 왜 계속계속 계~속 아파요?’


라고 물었다.




그 전까지 입술을 앙다물고 버티던 내 심장이


아기의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저 밑바닥에 쿵하고 닿았다.




글쎄..엄마도 모르겠어


왜 내 엄마가 이 곳에서 웃으며 나를 맞아주지 못하는건지


병실 침대 한켠에 목석처럼 누워서,


움직이지도 먹지도 듣지도 못하고

그 긴시간 어둠에 갇혀있어야 하는건지,


왜 나는 이렇게…


아빠를 잃은 지 10년도 되지 않아


엄마까지 잃어버리고 있어야 하는 건지










엄마도 정말 모르겠어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