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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나 Dec 10. 2020

"나는 아나운서 준비생이다"

언제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나: 아나운서 연대기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한 지 어언 1년이 됐다.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학원을 끝으로 전직 연합뉴스 아나운서 분께 과외를 받았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난 참 예전부터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단 한 번도 입 밖에 내뱉은 적이 없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나 오래전부터 아나운서를 갈망해왔다.


초등학생 때도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방송부 아나운서에 지원했지만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지원했던 터라 필기시험에서 낙방하고 말았다. 월화수목금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뭔지도 모른 채 임했던 시험이라 그럴 수밖에. 사실 내게 방송부는 항상 도전해보고 싶은 과제였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란 의문에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도전조차 해보지 못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고등학교 방송부였던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고등학교 당시 방송부는 수업을 자주 빠져야 해, 나름 공부를 택할지 방송부를 택할지 고민 끝에 방송부 지원을 포기했다. 내가 내린 선택이었지만 방송부에 도전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걸 3년 내내 남몰래 후회했다.


중학교 시절 내 아나운서 꿈을 제대로 흔들어준 분이 계신다. 바로 일주일에 2~3번 수업에 들어오셨던 영어 선생님이다. 평소에 발표하기를 좋아해 영어 수업시간마다 손을 들고 발표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런데 하굣길에 어머니와 교무실에 들렀다가 영어 선생님께서 "나영이 목소리는 정말 귀에 딱 꽂힌다"라며 "목소리로 하는 직업 가지면 너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선생님이 그 말씀을 하시면서 앉아계시던 자리도 기억나는 거 보니 그 말이 당시에도 참 좋았나 보다.


대학교 입학 후엔 중국어로 먹고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아나운서의 꿈을 저 뒤편으로 미뤄뒀었다.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은 적조차 없기 때문에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작은 소망마저 잊고 지냈다.


그런데 내가 재학했던 대학교는 이중전공을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했다. 언어 특화 대학교인 만큼 진출 분야를 넓혀주고자 하는 학교의 방침이었으리라. 이중전공을 선택하던 날, 나는 남들이 다 지원한다는 경영학과 경제학과를 뒤로한 채 언론정보학과에 지원했다. 언론계에 있는 이들이 내뿜는 일명 '간지'에 눈이 멀었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는데 외삼촌부터 주변에 이미 취업한 분들은 다들 왜 언론정보학과를 이중전공으로 선택했냐며 이리저리 쓴소리를 했다.


사실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엄마 아빠를 비롯해 주변에 크게 얘기해본 적이 없었다. 언론정보를 공부하며 마음 한편에 아나운서의 꿈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입 밖으로는 절대 꺼내지 않았다. 준비 하나 되어있지 않은데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을까.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졸업생 멘토링 프로그램이 열린다는 공고문을 확인했다. 심지어 학교 출신 아나운서 선배들이 4~5명씩 후배를 맡아 멘토링을 해준다는 거다! 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부산 MBC 스포츠 아나운서였던 선배와 현직 SBS 아나운서분께 이런저런 조언을 받으며 아나운서의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 멘토링에서 만났던 아나운서를 준비한다는 한 오빠의 도움으로 아나운서 학원까지 다니게 되었다. 당시 일면식도 없던 분이었는데 (지금도 연락을 안 하지만)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염치를 무릅쓰고 아나운서 학원을 추천받았다. 친분이 하나도 없는 내게 아나운서 학원 별 가격과 분위기, 커리큘럼 등을 엑셀로 정리해 전해줬던 게 문득 떠오른다. 그분의 도움으로 아나운서 학원 종류를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상담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꿈이 간절하지 않았던 건지, 학생의 본업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던 건지 학원 추천을 받고도 6개월이 지나서야 아나운서 학원에 등록했다. 막 학기를 앞두고 아나운서 학원을 부랴부랴 등록해 일주일에 두 번씩 세 시간 수업을 들으러 학원에 다녔다.


그렇게 아나운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어언 1년. 그사이 이런저런 경력도 쌓고 최종 면접도 가고, 활동 영역을 확장시켜 다방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자소서를 끝도 없이 매일 쓰며 아나운서의 꿈에 달려가고 있다.


난 내가 아나운서가 될 거란 걸 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닌, 그 길로 한층 더 가까이 가고 있다는 걸 안다.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보지 않았었던 한마디를 이제야 속시원히 선언한다.

"나는 아나운서 준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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