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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리 Dec 15. 2020

벅스의 잘나가는 부캐, essential; 탐구하기

벅스는 어떻게 브랜딩을 하고 있나?

*2020.8에 쓴 글입니다.

< essential; 채널의 스트리밍 커버 사진(출처 -essential;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 essential;을 아시나요?

     저는 유튜브에서 음악 관련한 영상을 많이 봅니다. 어느날 essential; 채널이 뜨는데, 선곡이 꽤 괜찮더라구요. 이미지도 감각적이고. 그냥 요즘 인기 많은 플레이리스트 채널인가보네. 노래 좋다,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채널, 벅스 뮤직에서 운영하고 있더라구요.(띠용!)


     한 줌이 되어버린 벅스 뮤직 이용자들 ;(

     저는 벅스 뮤직을 약 3년째 쓰고 있습니다. 재생 화면도 감성적이고 음악 콘텐츠도 많고, 무엇보다 어떤 콘텐츠를 이용하든 음악이 잘 차려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주위에서 벅스뮤직 유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제 주위는 애플뮤직, 멜론, 유튜브가 점령해버렸습니다. 또 지난 1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벅스의 점유율은 아래와 같이 점점 떨어져 꼴찌가 되어버렸고 상위 그룹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벅스야 아프지마.. (출처 - 요동치는 음원시장…지는 별-뜨는 별)

     이런 슬픈 상태의 벅스 뮤직이, 저렇게 꽤 괜찮은 구독자 수에 꽤 괜찮은 조회수가 나오는 채널을 가지고 있다니? 게다가 '벅스'라는 티도 잘 내지 않는다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벅스는 왜 이름에서부터 완전히 다른 냄새를 풍기는 이 essential;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든 것일까요?




     올해로 10년차인 벅스만의 뮤직 PD 앨범 제도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벅스의 장점은 '음악'에 있습니다. 벅스에는 '뮤직PD'라는 일종의 '플레이리스트 에디터'가 따로 있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한 오래된 서비스입니다. 최근 이 뮤직 PD 앨범이 3만개가 넘었다니, 정말 어마어마한 데이터입니다. 또  메인 홈에서 조금만 스크롤하면 바로 뮤직 PD의 앨범을 들을 수 있는 만큼, 벅스의 주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뮤직 PD로 활동하려면 신청서를 내고 합격을 해야하기 때문에 플레이리스트의 품질도 꽤 신뢰할만 합니다. 그에 맞는 감각적이고 야들야들한 제목까지도 감상을 극대화합니다. 실제로도 굉장히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기능입니다. 다른 음악 서비스 어플에서도 주제별, 상황별로 음악을 추천해주고 있긴 하지만 벅스에서의 경험은 조금 다릅니다. 유독 제목의 갬성이 풍부할 뿐더러 뮤직PD 앨범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사진 1), PD들과 소통도 하며 서비스를 깊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사진 2). 나와 취향이 맞는 PD는 팔로우를 할 수도 있구요.

<사진 1. 메인화면 차트 바로 하단에 위치한 뮤직 PD 앨범>


<사진 2. 취향에 맞는 뮤직 PD는 팔로우를 할 수도 있고, 댓글을 달아 응원할 수도 있다.>

     플레이리스트, 갬성 한스푼, 소통이라는 것으로 뮤직 PD 앨범의 키워드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엇, 근데 이거 완전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키워드아닌가요?!


     벅스의 유튜브 진출, 어쩌면 필연적

     네, 맞습니다. 뮤직 PD 앨범은 요즘 인기 좋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들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심지어 그들보다 더 유서 깊고(엣헴)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요즘 플레이리스트 채널들의 인기가 굉장히 높습니다. 인기 많은 유튜버 '떼껄룩'의 경우 구독자도 무려 87만명이고 채널 굿즈까지 만들어서 팔 정도니까요(사진 3). 제 주변에도 음악을 듣기 위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커져가는 플레이리스트 시장과 이미 방대하게 쌓아둔 플레이리스트들. 이런 조건에서 뮤직 PD 앨범의 유튜브 진출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진 3.구독자 90만을 향해가는 제목 맛집 선곡 맛집 '떼껄룩'의 플레이리스트>

     


     벅스 vs essential;

     근데 채널명에 왜 '벅스'를 쓰지 않았을까요? 심지어 벅스의 공식 채널도 있는데 굳이 왜 이 부캐를 만들었을까요?

     그건 플레이리스트 채널들의 생태계를 보면 추측이 가능합니다. 인기가 많은 채널들을 살펴보면 B급이거나, 감각적이거나, 아무튼 무언가 내 감성을 흔들어놓아야 합니다. 댓글에서 주접을 떨고 싶게 하는, 그런 느낌이 있어야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유튜버 '떼껄룩'처럼 말이죠.

     그런 유튜브 세계에 '벅.스'라고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벌써 감성이 파사삭됩니다. 벅스 오피셜..? 새벽 2시에 그들이 추천한 음악은 별로 듣고 싶지 않네요. 뮤직PD 서비스가 추구하는 바를 사용자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을겁니다. essential; 과 같은 다른 정체성의 채널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essential;은 무엇을 벌어다 주는걸까?

     회사가 뭔갈 하는 이유는, 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겠죠. 벅스도 essential; 채널을 돈을 벌기위해 만들었을 겁니다. 음악 저작권 때문에 플레이리스트 채널은 광고로는 수입을 벌 수 없다고 하는데요, 그럼 essential; 은 벅스의 수입원보다는 홍보 채널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홍보가 잘 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인기 영상들의 댓글들을 쭈욱 읽었는데 '이 분 정말 최고다', '에센셜님 덕분에 삶이 윤택해졌다' 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 채널의 성격을 잘 모르는 댓글들이 태반입니다. 얼마 전 저처럼요. 특히 사진 4와 같은 댓글들을 보면 벅스가 essential; 채널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더더욱 미지수로 남습니다. 벅스는 돈을 벌고 있을까요? 요즘은 더보기나 댓글로 '벅스'라고 티를 좀 내고 있던데, 혹시 언젠가는 커버 사진에 자그맣게 벅스 로고라도 달려나요?


<사진 4. essential;을 듣기 위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했다는 흑우님들. 정말 귀여운 주접이지만 벅스는 속으로 울었겠지?..>

     위에서 말했듯 회사가 뭔갈 하는 이유는, 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일은 당장 돈을 벌어다 주기도 하고, 어떤 일은 조금 먼 미래에 돈을 벌어다 주기도 합니다. 이 채널은 적어도 당장 돈을 벌어다 주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이 목적이지도 않을 것이구요. 벅스는 essential;을 통해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심지어 '힙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뮤직 PD라는 벅스만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그들의 색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채널 essential;은 벅스의 브랜딩에 굉장히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벅스가 앞으로 essential; 채널을 어떻게 키워갈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요즘에는 전과 달리 댓글에 종종 답글을 달아주는 것 같더라구요. 완전히 사용자 친화적인 채널이 될까요? 지금처럼 약간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이어갈까요? 어떻게 이 채널을 확장하고 또 어떻게 본체인 벅스와 잘 버무려 나갈까요? 붉디붉은 레드오션에서 최약체(엉엉) 벅스는 어떤 전략으로 승부를 보려 할지 계속 지켜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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