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 패스 #4
어느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그곳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아오야마는 호기심이 많은 천재소년이다. 평소처럼 등교를 하던 길, 그는 마을에 나타날리 없는 펭귄을 목격하고, 펭귄의 정체에 호기심을 품고 같은 반 친구와 함께 ’연구’를 시작한다. 펭귄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자신이 본 펭귄이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해.
연구’를 하며 아오야마는 펭귄이 자신이 좋아하는 누나와 펭귄이 관련이 있다는 걸 발견한다. ‘연구’가 계속 될 수록 요상한 일들은 계속 일어나고 아오야마는 자신이 좋아하는 누나와 펭귄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이야기는 점점 환상 속으로 빠지게 된다.
난 멋진 어른이 될 거예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여름이 느껴지는 높은 채도의 선명하게 다가오는 배경들이다. 어떻게 봐도 귀여운 펭귄과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그 배경들과 어우러져 맑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하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를 보는 ‘내’가 어른이기 때문인걸까?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는 어른이 되기까지 3888일이 남은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오야마의 시선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마을에 갑자기 절대 나타날리 없는 펭귄이 나타나고, 그보다 무서운 미생물이 등장했을 때, 우리는 과연 아오야마처럼 ‘호기심’ 가득한 순수한 마음을 품을 수 있을 것인가, 불안과 두려움 없이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자문한다면,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절대 그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아오야마의 '순수성'이 부각되고,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생긴 거라고 생각한다.
네가 생각하는 대로 해보렴
아오야마의 아빠는 펭귄이나 누나만큼 수상한 인물이다. 아이가 이상한 말을 하고 요상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도 말리거나 혼내기보단 ‘네가 생각하는 대로 해보렴’이라고 말하며 응원해준다. 아이가 조금 어려워하고 있을 땐, 정답을 말해주기 보단, 조금의 힌트를 주며 아이 스스로 수수께끼를 풀게 도움을 준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는 그가 ‘멋진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오야마의 순수성이 확대될 수 있는 가장 큰 동기는 그래서 아빠다.
어쩌면 아빠는 모든 수수께기의 답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유는 아오야마가 ‘연구’를 어려워하고 있을 때, 그가 준 ‘주머니 힌트’ 때문이다. 마을 산 속에 등장한 ‘바다’의 정체를 풀어나가던 아오야마에게 아빠는 주머니를 뒤집으면 주머니 안이 바깥이 되고, 바깥이 안이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를 말하고 있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인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연구를 같이 하던 아오야마의 친구가 펭귄들이 지나다니는 물길의 처음과 끝이 이어져있다고 말하는 부분과도 연결된다.
내가 아는 건 ‘내가 뭘 해야 하는 가’를 아는 것 뿐이야
시작과 끝, 안과 밖은 같다는 이야기. 결국 유와 무의 관계와 순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하나의 큰 이야기 속에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그러나 많은 것들을 생략해버려서 정확히 그 주제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순수한 마음을 지닌 아오야마가 어른이 되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그 순수함을 잃지 않기를, 우리와는 다른 정말 멋진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영화를 보는 누구에게나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시선이 닿기 전, 아이들의 시선 속에선 무섭다기 보단 아름다운 것이었던 '바다'. 마음 속에 그런 '바다'를 잊지 않고 품고 사는 어른이 많아지기를, 아이들에게 그런 '바다'를 키울 수 있게 하는 세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리뷰를 마친다.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시사회 관람 후 적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리뷰.
이미지 출처: 영화 <펭귄 하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