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한 번은 선산에 잔디를 다시 깝니다.
내년이면 90이 되시는 아버지는 고향 선산 조상들의 봉분을 헐고 흙갈이 하시는 일에 온 정성을 다 하십니다.
고향에만 오시면 어디서 그렇게 기운이 펄펄 나오시는지, 산일에 참여한 동네 지인들의 가족 관계까지 꿰뚫으며 친근함을 표시하십니다.
나는 선산 정돈 작업에 아버님 모시고 오면 새로운 페르소나로 전환합니다. 시중드는 집안 막내.
이미 아버지 머릿속에 오래도록 존재하는 그 역할은 집안의 막내입니다. 아버지는 시골만 오면 늘 주문하십니다. "경호야, 작업하시는 분들 술 드려라. 커피 준비해. 트렁크 열고 사이다 들고 와라."
이번 선산 방문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묘 자리를 정돈하는 일이었습니다. 경사진 비탈을 평지로 다듬고 잔디를 모두 심었습니다.
토, 일 이틀 내내 작업하시는 분들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얼굴이 그을리니 아버지가 좋아하십니다.
당신이 어떤 방향으로 눕고, 봉은 어떻게 만들며, 가족묘는 어떻게 조성할지 설명을 이어가십니다. 그리 즐겁지도, 공감이 가지도 않지만 아버지가 흡족해하시니 그것으로 됐습니다.
이틀 동안 집안 막내 시종으로 최선을 다하니 인생 자체가 서비스업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제가 하는 PR이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업이지만, 아직도 어렵고 불편해하는 아버지와의 관계도 평생 해온 서비스업인 듯합니다.
입장을 바꿔 보면 아버지도 저를 고객으로 모시고 평생 서비스업을 해오신 것이겠죠. 부모는 자식을 위한 극단적 서비스업 종사자입니다.
세상살이에 서비스업이 아닌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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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관계
#서비스업
#인생은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