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Apr 23. 2021

남자도 때론 여자가 집에 데려다주길 원한다

왜 너는 나를 안 데려다줘?

연애할 때 남자들이 느끼는 대표적인 성차별 중 하나는 남자가 소개팅 장소를 찾고 비용을 내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데이트 후 여자를 꼬박 집에 데려다주는 것이란다.

개팅 장소를 고르는데 지쳐 '소개팅 장소를 미리 약해놓는 여자가 있으면 난 그 사람과 결혼할 거야'라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연애를 시작한 후, 처음에는 사랑에 눈이 멀어 함께하는 일분일초가 아 그 남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왜 항상 남자가 여자를 데려다줘야 하지? 나도 피곤한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미 남자가 데려다주는 게 익숙한 여자에게 '미안하지만 오늘부터는 혼자 가'라고 하면,  뒷감당이 무섭다.


사소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이러한 작은 불만의 씨앗들은 다른 불만들과 만나면 시너지를 얻으면서 빵- 터져버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리고 동시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었다.

 너는 왜 한 번도 나를 집에 데려다주지 않아?


내가 남자고 상대방이 여자였다면, 조금 덜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이었고, 나는 남자가 여자를 집에 데려다주는 게 익숙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아니 상상조차 못 한 질문이었다.


"나는 항상 너를 집에 데려다주는데 너는 왜 그걸 당연하게 생각해? 집도 가까운데 한 번도 나를 데려다주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고 내가 데려다주는 걸 고마워하지도 않아"


한순간 쏟아내는 상대방의 말에 한방 먹은 기분이었다. 당연히 항상 고마워하고 있고 그 감정을 상대방도 느낄 줄 알았다. 하지만 상대의 말처럼 어느 순간 그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마움도 희미해져 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동안 연애할 때 나의 행동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집에 왜 안 데려다주느냐는 그 말은, 집에 데려다 달라기보다는 본인의 배려를 당연한 듯이 받는 것에 대한 항의였다. 내가 너에게 배려를 해주는 만큼 나도 배려를 받고 싶다, 고마움의 표현이라도 받고 싶다는 외침이었다.


간혹 길을 가다 보면 여자 친구의 손바닥만 한 핸드백을 대신 들고 가는 남자들이 보인다. 사랑하는 이의 작은 짐이라도 대신 들어주고픈 남자들의 마음 이리라. 

반면 반대의 성향을 가진 남자들도 있다. 본인의 일은 스스로  해야지 남의 도움을 받는 게 습관화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투철하다. 이들은 연인을 서운하게 할 수 있지만, 대신 연인을 속박하거나 과한 기대를 하지 않는 담백함을 가졌다.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긴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가끔 당연하게 생각하고 나쳤던, 상대방을 배려하 그 마음 새삼 고맙고 소중하다는 생각 든다.


다음번 소개팅에서는 한번, 괜찮은 장소를 물색하고 예약까지 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껄무새'를 아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