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찍을 때 형태에 매이지 않는 사진이 가능할까요. 추상적인 사진도 아니면서 존재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사진 말이죠. 형태가 보이지 않는데 존재를 본다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형태가 없으니 사진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막연하게 그럼에도 존재 자체를 담을 수 있는 사진이 가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사진을 담을 수 있다면 사진 행위의 끝에서 보는 궁극의 사진을 찍었다고 할 수 있겠죠. 생각해봤습니다. 궁극의 사진은 어떻게 가능한지.
존재는 존재자로 인해 나타나고 존재자가 있다면 존재가 있겠죠. 존재자는 타존재자의 명명에 의해 인식되기 때문에 명명되기 이전 존재를 찍는다면 존재 자체가 찍힌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대상이 타존재자로 인해 명명되었다면 존재자가 이 명명을 해체할 수 있고 해체의 명분을 분명히 한다면 존재를 찍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렇게 두 가지 방향이 존재를 찍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간략히 생각했는데요.
물론 방향을 정하기 전 인식의 문제가 있습니다. 어떻게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명명된 대상만 인식이 가능한 상황에서 명명되지 않은 대상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 만약 이것을 감각 이상의 문제로 가져간다면 행위로써 결과를 내는 사진은 표현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이의 경계 곧 명명되기 전 감각할 수 있는 끝자락의 찰나를 볼 수 있다면 시간으로 인해 존재하는 존재의 모습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은폐되어 있다가 순간 열리는 존재의 모습을 담는다면 그 존재는 표현으로 명명되어 볼 수 있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적어놓고도 어렵습니다. 존재를 담은 궁극의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다만, 기다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