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죄송러 엄마의 고단한 육아
"OO초 교무실"
벨이 울리는 휴대폰 화면에 적힌 발신인을 보는 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목소리를 가다듬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여..여보세요"
예상했던 대로다. 둘째 시윤이의 담임 선생님이다.
"수업 시간에 자주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해요."
"여자 친구에게 볼 뽀뽀를 했어요, 친구 엄마에게 항의전화가 왔어요"
"복도를 자꾸 뛰어요. 뛰다가 친구와 부딪혀 친구가 넘어졌어요."
"adhd 아니에요?"
이런 크고 작은 이야기들의 주 2회 전화 브리핑...
선생님은 차가운 말투로 아이의 문제점만을 전하고는 바로 끊으신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냉랭한 공기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많이 힘드시죠..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가정에서도 계속 지도하겠습니다."
아이가 하교해 집에 오면, 나는 아이를 앉혀놓고, 무섭게 다그치기 시작한다.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어느새 아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훌쩍거린다. 권위를 잃은 바보 같은 엄마다.
"엄마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해... 엄마 너무 힘들어... 제발..."
엉엉 우는 나를 바라보며 아이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이런 나날들이 반복되었다.
아이는 점점 위축되어 갔고, 나는 우울증 약 없이는 일상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갔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슬픔은 시도 때도 없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기어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로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까지 앓게 되었다. 모든 것이 절망스러웠다.
그 시기, 나는 내 아이도 밉고, 선생님도 싫었고 친구 엄마들까지도 증오했다.
아이가 1학년이었지만, 하교 시간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를 기다릴 수가 없었다.
학교 앞에 무리 지어 서있는 엄마들이 그냥 싫었다. 눈이 마주쳐도 차갑게 눈길을 피했다.
저렇게 모여서 특정 아이를 험담하고 있겠지, 부풀리고 부풀린 이야기로 한 아이를 낙인찍고, 선생님께 항의전화하는 나쁜 어른들. 내 왜곡된 상상 속에서 잘못된 편견이 조금씩 자리 잡게 되었다.
매일같이 울고 잠만 자는 나를 보며 큰 아이는 눈치를 많이 봤다.
사랑한다고 쓴 편지를 내 손에 쥐어주고 가고, 찜질팩을 데워 갖다 주기도 했다.
나는 큰 애한테 위로를 받고, 짠하고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큰 아이를 꼭 안고 흐느껴 울곤 했다.
밤마다 곤히 잠든 아이들의 이마를 쓸어주며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기도했다.
아이들이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달라는 기도는 나에게는 사치였다.
"사랑받는 아이가 되게 해 주세요"
미움받는 아이가 아닌, 사랑받는 아이. 그거면 되었다.
장난이 짓궂어도 이상하게 밉지 않은 아이가 있다. 그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런 아이.
아이의 선한 마음과 진심을 알아봐 줄 그런 어른을 만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새 학년, 새 담임선생님을 만나고서야 시윤이는 담임선생님의 낙인을 벗어나 그제야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웃는 얼굴로 학교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학교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없어진 뒤로, 나의 불안 상태도 조금씩 호전되었다. 그동안 굳게 닫아 두었던 마음의 창을, 바람이 매섭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차갑지만 보드라운 바람이 스치듯, 마음속 탁한 공기가 그제야 환기되었다.
학교 앞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와도 긴장부터 하고 속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던 나는 이제 없었다. 나를 숨기기 위해 썼던 컴컴한 색안경을 벗자, 세상은 생각보다 친근했다.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에 나와 아이는 용기를 내어 이제껏 가지 않은 길을 향해 한 발짝 내디뎠다.
하교 후 반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기
친구 엄마들과 편견 없는 대화를 나누며 마음 열기
매일 밤 아이와 잠자리 대화, 기도하기
학급 부회장 당선
작은 것부터 용기를 냈고, 아이는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았다.
시윤이가 내 얼굴을 살피며 종종 말한다.
"엄마가 지금 웃고 있어요"
그 말에 나는 멈칫했다.
내 얼굴의 그늘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을지, 연약했던 나의 시간을 돌이켜본다.
부모는 아이의 이정표이자 삶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보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