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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정원 Oct 19. 2024

무지개다리 너머의 삶을 응원하며

무지개다리 너머의 삶을 응원하며

 길었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어. 나에게 가을은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자 감정이 가라앉는 계절이고 너를 떠나보낸 계절이기도 해. 이곳은 여전해.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운 일들과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일들이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어.


 네가 떠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니 시간 참 빠르다. 시간이 빠르다는 걸 늘 인지하고 사는데도 돌아보면 어느새 몇 년이 훌쩍 지나가 있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예전에는 많이 했는데 요즘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 흘러야 과거를 망각할 수 있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사는 게 뭐 이렇게 자잘하게 신경 쓸 일이 끝이 없는지 매일 정신이 없다. 난 똑같이 지내. 먹고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절실한 마음으로 작품을 써. 언젠가 내 작품이 빛을 볼 날을 기다리면서. 어쩌면 죽는 날까지 그런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허황된 꿈이라도 품고 살아야 삶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더라.


 마음이 지치고 힘든 날이면 네가 생각나. 너는 내 곁에 없지만 여전히 나를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고 꿈을 꾸게 한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너는 나를 일으키며 마음으로 말을 건넨다. 내 삶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뭔가 해 보려 애쓰는 모습 자체가 자랑스럽다고. 남들에게 보이기 힘든 나약하고 연약한 나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 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너를 보내고 나는 여러 감정에 시달렸어. 분노, 후회, 미련, 자책, 허무 등의 감정이 지나가니 남는 건 사랑이더라. 너에게 받았던 절대적인 사랑이 나를 치유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었어. 나를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어서 고마워.


 네가 우리 집에 오면서 우리 가족이 대화도 많이 하고 많이 웃었어. 작은 강아지 한 마리의 힘이 대단하더라. 너는 알고 있을까. 네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였는지. 먹는 모습, 노는 모습, 자는 모습, 쉬하는 모습까지 어쩌면 그렇게 모든 순간이 예쁠 수가 있는지 신기했어. 직장인이 되면서 나는 점점 무감한 사람이 되었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웃음도 잃어버렸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열렬하게 반겨 주는 네가 있어서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어. 너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온전한 나로 돌아와 편히 쉴 수 있었어. 나의 안식처가 되어 주어서 고마워.


 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었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늘 나를 짓눌렀고, 몇 살까지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자가 된다며 나를 다그쳤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부러워서 화가 났어. 꿈을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온통 내 마음을 잠식해 누구에게 나누어 줄 마음이 없었어. 한마디로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어. 그런 내가 너를 키우고 돌보며 많이 변했어.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 준다는 것이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일이더라. 척박한 땅은 새싹이 움트지 않고 찾아오는 이도 없겠지.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며 소중한 나의 사람들을 잘 챙기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 주어서 고마워.


 네가 나에게 그렇듯이 나도 너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 주고 싶어. 네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안전한 곳을 향해 빛을 밝혀 주고, 고난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마지막까지 곁을 지킬게. 나는 너의 가족이자 보호자이니까. 난 언제나 무조건 네 편이야. 네가 있는 곳이 어디든 사랑과 평화가 가득 넘치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일게.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사무치게 그리운 내 강아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너의 삶을 응원할게.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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