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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부르는 것은 바로 '말'이다.

가사조정위원 정현주변호사

by 정현주 변호사 Jan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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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법률사무소 봄을 찾아주신 의뢰인 봄씨는 아내와 이혼을 할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10년 정도의 혼인 생활을 해왔는데, 최근 아내와 이혼을 할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숱한 상담들을 하다 보니, 나는 '배우자와 이혼을 할 마음'이라고 말하는 의뢰인들의 눈빛만 봐도 이 사람이 정말로 결연하게 이혼을 할 생각인지를 어느 정도 알게 된다. 만약 이혼을 할 마음이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혼을 할 생각이 없는 경우에는, 나는 조용히 그들의 질문 사항에 대하여 답변을 해주고 ' 이혼은 최종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마지막 절차'라는 말을 해주고 돌려보내곤 한다. 



하지만 봄씨는 이혼을 할 마음이 확고해 보였다. 그는 나에게 배우자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보여주었다. 



그간 봄씨와 배우자가 나눈 대화 내용들을 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 저는 정말로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왜 굳이 이렇게 표현을 할까요?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 



그 대화 내용은 사실상 대화라고 보기 어려웠다. 일방적인 비난과 억측, 그리고 어떻게든 상대방을 상처 주기 위해 지어낸 표현과 같은 것들이다. 실제로는 ' 너는 왜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받은 상처를 상대방에게 그대로 돌려주려고 한다. 부부 사이이므로, 물론 서로의 허물을 볼 수는 있다. 연극처럼 지어낸 삶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은 무척이나 불필요하다. 그것은 대화도 아니며, 나의 감정의 표현도 아니고 오로지 관계를 파탄 내는 과정에 불과하다. 


남양주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남양주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 잘못은 상대방이 먼저 했어요. 그 사람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설사 상대방이 잘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관계를 끝장낼 것이 아니라면 상대에게 불필요하게 감정적인 표현을 할 필요는 없다.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른다거나, 또는 원색적인 비난을 하면서 내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주고 받아주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봄씨는 아내와 수도 없이 싸우면서 계속해서 원색적인 비난을 들었다. 그런 말들이 마음에 상처가 되었지만 아이를 생각해서 참고 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아내는 술에 취하여 봄씨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그것을 계기로 봄씨는 이런 상태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회의가 들었다. 변할 가망이 보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황을 참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순간 완전히 '이혼'을 마음먹게 되었다. 



' 이런 말들을 계속하면, 결국 함께 살기는 힘들어지지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하더라도. ' 



나는 봄씨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도 계속해서 비난과 원망을 들으면서 살 수는 없다. 또한 그럴 이유도 없다. 모든 부부관계에는 위기가 있고 균열이 있다. 어떤 부부들은 그 위기와 균열을 발판 삼아 더 돈독한 관계로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어떤 부부들은 그 위기와 균열로 인해 서로에게 심각하게 상처를 주고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든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많은 부부들이 실제로는 이혼을 할 생각이 없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혼을 완전히 마음먹은 부부의 모습들은 어떠할까? 그들은 대부분 서로 대화를 하지 않으며,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서로의 생활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말이 많았던 배우자가 잔소리를 멈추고 상대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가 바로 이혼을 거의 완전하게 마음먹은 사람의 모습이다. 따라서 아직 소리를 지르고 싸우며, 상대에게 비난을 하는 경우라면 그 사람은 실제로는 아직 완전하게 이혼을 마음먹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내뱉는 '말'들로 인하여 자신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상대방의 마음은 완전히 떠나게 된다. 말은 본질적으로 상대를 가장 질리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말로 상처를 받고 말로 위로받으며, 말로 상처를 치유받게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든 그 말은 그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하는 경우라면 억눌린 감정을 멈추고 상대에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풀리지 않을 때, 그때는 진지하게 이혼을 고려해 보는 것이 순서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서든 결별을 앞둔 상황에서 상대에게 비난을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서로는 각자의 길을 갈 것이며, 내 아이의 부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을 하듯,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으로 이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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