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가장 나다운 것이란 어떤 것일까?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예전에 길을 지나다니며 젊은 아가씨의 옷차림을 구경했다.
요즘 트렌드가 어떤지?
어떤 스타일로 옷을 입으면 좀 더 쉽게 코디할 수 있을지..
패션감각이라고는 O점인 내가 보기엔 길거리에서 만나는 젊은 여성들의 패션은 좋은 교과서였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아이들의 옷차림에 관심이 많아졌다.
나는 후줄근해도 내 아이만큼은 멋진 모습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엄마는 패션 꽝이지만 딸만은 패션 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물론 엄마의 패션센스 때문에 뛰어난 패션은 선보이지 못했지만
내 시선은 항상 아이들의 옷과 아이템, 육아용품이었다.
아니 저런 유모차가 다 있어? 멋진데??
저건 뭐지? 새로 나온 장난감인가? 짱인데??
육아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는 핫 아이템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아이가 좀 커서 내가 좀 더 시간이 생기자 또래 아줌마에 대해 보게 됐다.
저 사람은 아직 아이가 어려서 그렇구나... 나도 저땐 저랬지..
옷이 뭔가? 갈아입으면 조금 있다 온갖 얼룩들을 쏟아 옷 여기저기 발라주시는 친절한 따님 때문에
비싸고 좋은 옷일수록 입을 일이 없어졌다.
그나마 입을 일이 생겨도 이게 사이즈가 맞지 않아 입지 못하고
갈수록 후줄근해져 가는 모습에 자존감은 더 떨어졌다.
가끔 가다가 정말 잘 꾸미고 예쁜 아이 엄마를 보면서
'저 엄마는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하고 다닐 수 있을까?'
'나는 왜 저렇게 다니지 못했을까?'
혼자 자괴감 + 자책감 + 부러움 을 느꼈다.
그런데, 요즘은 내 나이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닌데...
노부부의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치열하게 살았던 흔적 없이 조금은 편안해 보이는 그런 모습들을 보며
나도 나이가 들면 저런 모습으로 살 수 있을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이 먹게 될까? 생각하게 된다.
정말 고상한 모습의 어른들을 보며
나도 저 나이 때 저런 고상한 모습을 갖출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대부분이 아마 안될 것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나는 고상하고 차분한 모습을 동경하지만
내가 가진 에너지와 마인드는 뭔가 살아 움직이고 통통 튀고, 생기 있고 아주 편안함을 추구한다.
미래의 아내의 모습이 궁금하면
아내의 엄마, 즉 장모님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엄마의 모습과 딸이 나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인데...
나는 엄마와 많이 다르다.
동글동글한 외모와 체형을 제외하고는 엄마와 나는 많이 다르다.
시원스러운 성격도 아니고, 박애주의자도 아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내 안에는 엄마와 같은 점이 있다.
조금은 수다스러운, 그리고 폭넓은 오지랖 같은 것 말이다.
난 어릴 때 엄마가 나이 먹으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엄마는 고상한 할머니는 안 어울렸다. 엄마는 푼수 할머니, 혹은 귀여운 할머니 정도가 어울렸다.
나는 고상한 할머니이고 싶은데...
왠지 푼수 할머니가 될 것만 같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해 동경은 있지만, 그것을 꼭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창 시절 우수에 찬 눈빛, 뭔가 시련의 아픔이 있을 듯한 청순가련한 여성을 꿈꿔왔다.
그래서 잠시 우수에 찬 눈빛으로 세상을 비관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절을 억지로 겪기도 했지만
역시 나의 적성은 아니었다.
나에게는 어두운 면도 있지만, 대부분의 모습은 밝음쪽에 치우쳐 있다.
밝음이 나의 에너지 원동력인 것이다.
근데 그 밝음을 가리고 계속 어두운 것을 추구하려니 삶도 힘들고 점점 축축 쳐질 뿐이었다.
지금도 가끔 우울한 순간이 있지만
나는 나에게 최면을 건다.
밝아져라. 힘내라.. 그러다 보면 어느새 또 붕붕 떠서 즐겁게 살고 있다.
누구는 단순하다. 누구는 부럽다고 말한다.
그것은 내가 가진 힘이고, 에너지이다.
부러운 것은 부러운 것...
내가 가진 축복은 그 축복대로 즐기고 유지하자.
사랑하자, 나 자신을....
2018.0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