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떻게 산타의 모든 걸 알고 있을까?
크리스마스이브, 학교 가야 할 딸들끼리 침대 머리맡에서 작전을 짜고 있었다.
"우리가 숨어있다가 12시에 산타할아버지가 오시면.... 그때 짠하고 나타나는 거야."
"아침에 학교 가야지. 산타할아버지 얘기할 시간이 아니잖아."
아침을 준비하며, 소곤거리는 딸들에게 조용히 대꾸했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는 12시 땡 하면 오시는 거야?"
"글쎄... 넌 산타가 있다고 생각해?"
"응"
"친구들이 없다고 하지 않아?"
"뭐 애들은 없다고 하긴 하는데, 난 신경 안 써."
우리 집에는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두 딸이 있다. 첫째는 초등학교 6학년, 둘째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우리 집에는 크리스마스 룰이 있다. 일단 크리스마스 전에 착한 일을 반드시 해야 하며, 산타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해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12월 20일까지는 선물목록을 만들거나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왔다.
"올해는 산타할아버지한테 편지 안 써?"
"응. 대신 올해는 문 앞에 크리스마스처럼 꾸밀 거야."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가 설레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첫째는 곧 중학생이 된다.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만화영화와 책과 게임을 좋아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라 또래보다는 좀 더 순수한 편이다. 보통 초등 고학년이나 6학년쯤이면 '산타의 정체'에 대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알고 있기에 아이가 진짜로 산타를 믿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엄마, 선물은 엘프가 만드는 거겠지?"
갑자스런 딸의 질문에 머리가 띵해졌다. 6학년인 첫째 딸의 질문이었다.
"엘프라고? 너 혹시 크리스마스 요정이 선물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거야?"
"응. 아니야? 크리스마스 요정들이 선물을 만들고,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를 타고 배달하잖아. 아 그럼 산타할아버지는 장난감 공장이 따로 있는 건가?"
아이가 어릴 적, 산타클로스에 대한 영화나 책을 읽었던 모양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비슷한 얘기를 들었는데, 그땐 어리니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겼건만, 아직까지 요정이니 루돌프니 하고 믿고 있을지 몰랐다.
"넌 요정이 있다고 믿어?"
"응. 당연히 있지~"
엄마인 내가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순수한 동심을 파괴해야 하나 잠시 고민이 들었지만 다시 마음을 잡았다. 하지만 이런 허무맹량한 소리를 다른 친구들에게 하면 아이들이 어떻게 놀릴지 알기에 '산타의 진실'에 대해서 조금은 얘기해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oo아, 산타 할아버지는 사람이야. 선물도 할아버지가 만드시는 거 아니고, 다 돈 주고 구매하시는 거야."
"산타할아버지는 그럼 어떻게 그 많은 선물을 배달하는 거지?"
"산타할아버지는 한 명이 아니야. 여러 명이야. 나라마다 있고, 지역마다 따로 있어. 아니면 전 세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선물을 전달하겠어?"
"아, 산타할아버지라는 직업이 있구나."
머리가 띵해졌지만, 여기서 밝힐 수는 없었다.
"아니, 산타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에만 일하니깐, 평소엔 다른 일 하시고, 크리스마스에만 산타할아버지로 선물을 나눠주시는 거야."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되, 적당한 현실감을 주고 싶었다. 어릴 때야 그렇다 치고, 작년이랑은 대충 챙겨줬는데 아직까지 이렇게 순수하게 믿고 있는 게 신기했다.
"넌 왜 산타가 있다고 생각해?"
"음.. 어릴 때 아빠가 산타할아버지랑 찍은 사진을 보여줬거든. 얼굴은 잘 기억 안 나는데, 하얀 수염이 있고 진짜 산타할아버지같이 생겼었어."
"아.. 그 사진?"
나는 남편과 예전 크리스마스에 찍었던 사진을 떠올렸다.
5살, 8살 아이들을 위해 아빠가 준비한 깜짝 선물...
내년에 중학생이 될 아이지만, 일단 올해까지는 그 환상을 지켜주기로 다짐했다.
"그래. 그렇게 믿고 있다면 뭐.. 대신 너네가 안 자면 산타할아버지는 안 온다? 알았지? 그리고 절대로 친구들에게 산타할아버지 사진을 봤다거나 그런 말은 하지 마. 알았지? 우리끼리 비밀이야."
"응, 알았어."
아이는 쿨하게 대답하고 학교로 출발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왠지 오늘 밤도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아니, 엄청 피곤한데 불굴의 의지로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집 앞으로 배달해야 할 피곤한 예감이 드는 밤이다.
<번외>
예전에 둘째 아이가 물었었다.
"엄마, 우리 집은 굴뚝이 없는데, 산타할아버지는 어떻게 들어와?"
"현관문 앞에 선물 두고 가시면 엄마 아빠가 안에 들여 넣거나, 엄마 아빠 안 자면 직접 받기도 하고..."
"그럼 산타할아버지를 직접 만났어?"
"음... 일단 밥부터 먹자. 산타할아버지 얘기는 나중에 하고."
크리스마스 때마다 엄마는 이야기꾼(?)이 된다.
우리 집엔 과연 언제까지 산타할아버지가 오실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