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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shot Feb 12. 2016

좋은 고객, 그렇지 못한 고객

리젝트피(Reject fee) vs '요튀' 사례를 통해 본 고객 유형

에이전시 비즈니스가 성립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클라이언트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다 한들 고객사가 없으면 전혀 쓸모가 없다.


대한민국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에이전시가 있다.

일반인들은 흔히 에이전시(혹은 대행사)라고 하면 광고회사를 떠올린다.

대중적으로 많이 노출돼 있고, 어쩐지 첨단을 달린다는 이미지도 갖고있으며 어렴풋이 야근이 아주 많은 곳이라는 인상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 밖에도 PR, 이벤트, 브랜딩, 리서치등 다양한 영역의 에이전시가 존재한다.


나는 PR에이전시에 몸 담고있다.

타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PR에이전시에서 일하며 아쉬운 부분 중하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리젝트피(Reject fee. 거절수수료.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탈락한 회사에 대해 기획준비에 따른 일부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부끄럽게도 본인 역시 기업에 근무할 때 거절수수료를 집행해 본 적은 없었고, 탈락한대행사에 미안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 줘야겠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떠올릴 수 없었다. 만약 사회 전반에이런 문화가 안착돼 있었다면 지급할 수 있도록 내부 절차를 밟았을 텐데, 선배 중 누구도 이런 얘기를한 적이 없었고 다른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안작업은 실무 못지않게 많은 노력이 투여된다.

어찌 보면 실무 이상으로 힘든 작업이 제안서 준비 단계다. 현업만해도 빡빡한 시간에 컨셉 도출부터 전략 Flow 수립, 슬라이드작업, 디자인 등 야근을 불사해가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한달 까지도 매달려야 한다. 그리고 의뢰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지난한 전화통화와 만남을 위한 시간 소요, 컬러 제본 등 소소한 비용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요소는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inner Takes it All.

제안서 평가나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마치면 업무를 진행할 파트너사 하나만 남고 나머지는 그저 돌아설 뿐이다. 입맛이 씁쓸한 이유는 그간 투여한 노력과 비용에 대해 대체로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런 환경 속에서 지난해 비딩에 참여했던 한 위스키회사의 리젝트피 지급 사례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기존 에이전시와의 경쟁 비딩에 참가했는데, 공교롭게도 준비기간동안 해당 기업은 파업에 돌입했다. 예상보다 긴 시간을 기다렸고,마침내 경쟁 PT를 마쳤지만 탈락 통보가 돌아왔다. 실무진에서는우리를 선택했는데, 장기간 파업 이후 안정적 운영을 우려한 임원진에서 기존 에이전시와의 재계약을 종용했다는설명과 함께.


우리의 아쉬움을 덜어준 것은 실무 팀의 배려였다. 투입된 공수에 비해 적겠지만, 서운치 않게 회식을 할 만한 비용과 꽤 비싼 양주를 보내주셨기 때문. 그 돈, 그 양주 없어도 잘 살 수 있지만 배려를 받고 나니 그기업과 브랜드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업력이 20년에가까운 우리 회사에서 리젝트피를 받아본 사람은 나 외에 단 한 명 있더라. 헐.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반면 최근 경험한 최악의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사례도 겹쳐 떠오른다.


창립 50년에 가까워오는 국내Top7 식품 기업 중 하나인 이곳과는 2015년 10월실무자와 첫 미팅을 가졌다. 2016년 1월 업무 킥오프를원한다고 했고, 우리는 11월부터 제안을 위한 리서치 작업에돌입했다. 예상 프리젠테이션 시점이라던 12월 중순에 앞서, 날짜 확정 통보를 받기 위해 수많은 통화와 메일 문의를 했지만 두루뭉술한 대답만이 돌아왔다. 카톡 기록을 뒤져보니 11월 중순부터 '조금만 기다려달라. 다음주에 확정한다'는 메시지들이 수두룩하고, 2016년 1월 19일 아래와 같은 대화를 끝으로 현재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라서 저쪽에서는 반말 구사. 불필요한 오해는없기를...)

뺑뺑이 돌려놓고 미안하다면 끝인가? 한심


.나는 이 과정을 '요튀' 라고부르고 싶다. 먹고 튀는 행위를 '먹튀'라고 하니까, 요청한 뒤 아무 말 없이 튀는 행위는 '요튀' 아니겠는가. 현재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만나면 뭐라 변명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


안보고 살 사이도 아닌데 어찌 일을 이따위로 할까?

물론 회사 사정에 따라 의뢰를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불필요한 낭비를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작은 배려쯤은 할 수 있지 않나? 약간의 설명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경우다. 대화창 속 인물을 나와 함께알고 지내는 어떤 형님께 그 회사와 일로 인연을 맺게될 것 같다는 얘길 했었다. 돌아온 대답은 "moonshot, 애초에 하지를 마. 걔랑 일하면 의 상해" 였다.


나이와 경험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었구나...


모두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살진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나쁜 사람이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회사와 회사를 대리해 일로 인연을 맺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에게 굳이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나쁜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흔히 거론되는 '갑질' 같은얘기가 아니다. 기본 매너에 관한 얘기다.


"Manners maketh man"

"Attitude determines alt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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