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해주는 선배를 닮고 싶은데.
"선배님 저 부탁 하나만.."
며칠 전 후배가 평소보다 극존칭으로 톡을 해왔다.
본인이 연차를 낸다며 금요일에 대신 방송을 편집하고 방송 의뢰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상하게 후배가 부탁하면 들어주고 싶다.
해내고 싶고 잘해주고 싶다.
일이 정말 많은 하루가 예상됐지만 호기롭게 대답했다.
"오케이, 아무 걱정 마! ㅎㅎ"
그렇게 답하다 문득 내가 J 선배와 비슷하게 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J 선배에게 나는 언제나 말도 안 되는 질문부터 진지한 고민까지 물어보곤 했었다.
무엇보다, 참 많은 부탁을 했었다.
불안과 걱정을 얹어서 말이다.
부모님 때문에 갑자기 연차를 내고
대신 방송해 줄 대타를 구해야 할 때도
퇴근하다 갑자기 편집이 잘 되었는지
불안해졌을 때도
A와 B 중 선택지를 놓고 뭐가 맞는지 궁금할 때도
처음 클래식 프로를 배당받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도
아주 단순한 상식조차 부끄러움 없이 묻곤 했다.
'존경하는 OO 선배님..'으로 시작되는 문자로
시작해 참 많은 부탁과 질문을 했었다.
때로는 선배가 퇴근하시고 쉬는 시간까지 질문하고 귀찮게 했었다.
부탁을 해온 후배 덕분에 그 선배와의 카톡 대화방에 들어가서 '걱정'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걱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선배와 내 대화 내용의 대부분은
대부분 내가 '혹시'라는 말을 붙이며
부탁하거나 질문하고 선배가
“아무 걱정 말아라."
"물론이지. 아무 걱정 말아라."
"잘했으니 아무 걱정 말고 푹 쉬어."
라고 대답해 주시는 게 대부분이었다.
언제나 유쾌함과 웃음을 곁들여서 말이다.
온갖 번뇌로 신음하던 내게 걱정 말라던
선배의 그 말들은 자주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그 카톡들을 읽는데 그간의 시간들이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물론이지. 아무 걱정 말아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는 일상을 살아갈 때도
아무 걱정 말라고, 잘할 거라고 말하고 싶다.
후배가 건네준 일을 열심히 해내고 J 선배처럼 나도 톡을 보냈다.
"모두 잘해놨으니까 걱정 말고 푹 쉬어!"